'''{{{#000000 외계인이라고 주장하는 황당한 남편 수상한 사람들……마침내 침략이 시작된다!}}}''' 지구침략을 목표로 인간의 몸에 침투한 외계인이 인간의 ‘개념’을 수집하기 시작하고 ‘개념’을 수집 당한 인간은 공백 상태가 되어 간다. 어느 날 행방불명 됐던 남편 신지(마츠다 류헤이)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돌아와 “자신은 지구를 침략하러 온 외계인”이라고 고백하면서 아내(나가사와 마사미)를 당황케 한다.
신지는 매일 어딘가로 산책을 나가고, 마을에서는 어느 한 가족이 참살 당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미스터리 한 일들이 연속적으로 일어나는데…… 세상이 끝나는 날 신지를 위한 나루미의 마지막 선택이 시작된다.
Before We Vanish finds Kiyoshi Kurosawa working within well-established genre guidelines to take a poignant, surprisingly sincere look at the human condition.
<산책하는 침략자>는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이 탄탄하게 확립된 장르의 가이드라인 속에서 인간의 상태를 바라보는, 놀라울 정도로 진심어리고도 가슴 아픈 시선으로 작업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기요시의 SF 영화. 하지만 장르를 구분하는 건 무의미하다. 기요시는 뭘 해도 기요시다. <신체강탈자의 침입>(1956)을 큰 틀에서 호러를 경유하여 블랙코미디와 로맨스로 나아간다. 일상에 내재된 불안과 공포를 기요시만큼 예민하고 독창적으로 포착하는 감독도 드물다. 희비극, 절망과 희망의 경계에서 가능성을 발견하는 영화. 언해피한 해피엔딩은 정확히 같은 이유로 반대로 읽을 수도 있다. 이질적인 것들을 억지로 융화시키지 않고 이질적인 상태로 내버려 둘 때 발견할 수 있는 불꽃들. 기요시의 자신감이 묻어난다.
호러를 벗어난 구로사와 기요시의 장르 탐험. 지구 종말을 다룬 SF인 동시에 흥미로운 로맨스다. 모양과 농도는 조금씩 다르되 그의 작품 안에 언제나 자리했던 사랑이라는 가치가 전면에 나선다. 전체적인 완급 조절이나 캐릭터 묘사가 조금 아쉽기도 하지만, 영화가 던지는 질문의 내용과 방향에는 수긍이 간다. 인간을 인간답게 지탱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인간을 구속하는가 아니면 자유롭게 하는가. 질문하는 것조차 잊었던 ‘당연한 가치들’을 돌아보게 만드는 철학이 스민 작품이다.
- 이은선 (★★★)
개념 상실한 현대인들에게 전하는 메시지
외계인의 지구 침략이라는 SF적 소재에서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비껴간다. 영화는 외계인을 빌어 우리가 잊고 살아가는 소중한 가치들을 이야기한다. 인간의 개념을 탈취하는 외계인이 단 하나 쉽게 빼앗지 못하는 건, 사랑. 사랑은 이미지화할 수 없는 그 무엇, 개념 너머의 개념이기 때문이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기발한 발상으로 사랑의 가치를 설득해낸다. 사람에게 ‘사랑’이 빠지면 무엇이 남을까.
- 정시우 (★★★☆)
외계인의 신체강탈 스토리를 차용했다는 점에서 할리우드의 고전 영화적 색채와 향수를 자극하게 만들지만, 구로사와 기요시는 이를 B급 정서가 담긴 블랙 유머로 담아냄으로써 인간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 한다. 개념을 잃어버린 인간의 방황과 그 개념을 얻은 외계인의 각성이란 주제가 흥미를 가져다 주지만 정작 메인 주인공인 신지와 나루미의 에피소드가 다른 외계인들의 스토리에 의해 묻히게 된다. 지나치게 메시지와 풍자에 부합하려 한 바람에 용두사미로 끝나버린 외계인의 침략극과 각성도 아쉬움을 주기 마련이다. 독창적 소재가 빛나는 건 확실하지만, 여전히 SF와 같은 장르물에서 대중적인 재미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일본 영화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 최재필 (★★☆)
산책하는 침략자라니, 구로사와 기요시답다. 인간에게서 개념을 뺏어감으로써 개념을 학습하는 침략자, 그리고 개념을 잊은 인간을 통해 감독은 인간의 책임에 관해 질문을 던진다. 우리가 놓지 못하는 것들, 실제로 필요 없는 욕망을 뺏길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침략의 원인이 아니냐고 말이다. 인류가 안고 있는 많은 문제들, 특히 일본 사회의 중요한 가치를 다시 생각해보자는 감독의 의도가 엿보인다. 결국 사랑이라는 개념을 강조한 결말은 감독의 전작들과 비교하면 다소 생소하지만, 장르의 외연을 확장하며 작가의 실험을 두려워않는 그의 행보는 언제나 환영이다.
- 서정환 (★★★☆)
그 흔한 우주선 하나 띄우지 않고 CG의 도움도 마다한채 외계인 침략을 다룬 신개념 SF 드라마. 뜯어 볼수록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