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평범했던 일상이 무너지는 데 걸린 시간은, 3분. 그 짧은 시간 동안 누군가는 담배를 태우고, 누군가는 수학 문제를 하나쯤 풀며, 또 누군가는 행복을 느낄 때. 누군가는 목숨을 잃는다. 그리고 누군가는 환자의 심장을 멈추게 했다. 의사로서 견고한 삶을 살던 우리가 추락하는 데 걸린 시간은, 단 3분. 그날 그 사건은 그와 나의 인생을 무너뜨리기에 충분했다.}}}
{{{-1 저는 그냥 성형외과 의사입니다. 사실 성형이라는 것이 생과 사를 오가는 문제는 아니죠.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그만큼 절박할 수 있습니다. 남들과는 다르게 태어난 눈, 코, 인중 등을 가진 수많은 사람들이 이 재건 수술을 통해 보다 나은 삶을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물론 미용 성형이 더 많긴 하지만, 그 또한 중독이 되지 않는다면 자존감에 도움이 될 것이라 믿으며 환자의 내적인 아름다움도 함께 치료할 수 있도록 힘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1 하루 17시간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면서도 나는 죄인이었고, 멍청이였고 온종일 욕을 먹으며 죄송하다고 사과하는 나날의 연속이었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내가 가고 있는 곳이 보물섬이 아닐지도 모른다, 의심하면서도 걸어갔다. 보물 상자가 텅 비어 있을지라도 내 손으로 열어볼 때까지 가고 싶었다.}}}
{{{-1 불현듯 마음의 균형을 잃은 채 무기력한 삶이 찾아올 때가 있다. 외롭고, 지치고, 우울한 시간을 보내게 되는 정서적 탈진의 시기. 혹은 누군가가 일부러 망쳐 놓기라도 하듯 인생이 뜻대로 되지 않는 그런 시기를, 우리는 흔히 슬럼프라 칭한다. 그리고 이런 시기는 언제든, 누구에게든, 어떤 이유로든. 반드시 온다.}}}
{{{-1 지금 가장 좋은 처방은 휴식입니다. 선택이 아니라 무조건입니다. 이 팔이나 다리가 부러지듯이, 지금 마음이 부러졌어요. 뼈에 금이 가면 일단 뛰는 걸 멈추고 쉬어야겠죠? ‘지금 멈추면 안 돼, 목발 짚고 가면 돼, 더 빨리 뛰다 보면 괜찮을 거야’. 이러면 안 되잖아요.}}}
{{{-1 누구한테 좋은 건데? 나 엄마가 생각하는 그 이상으로 병원에서 굴욕스럽게 일해. 학생 땐 17시간 공부하고, 지금은 17시간 일하는데도 좋은 소리 못 듣고. 늘 등신에 멍청이에 욕만 듣고 살아. 잘해도 욕먹고, 못해도 욕먹고, 숨만 쉬어도 욕먹어. (월선: 세상에 욕 안 먹고 일하는 사람이 어딨노!) 그러네. 내가 잘못했네. 계속 욕먹으면서 불행하게, 아프게. 내 몸 축내가면서 살 걸. 나 우울증이래. 너무 애써서, 힘든데 쉬지 못해서, 나를 혹사시켜서 마음에 병이 왔대.}}}
{{{-1 사실 뭐, 기분이 좋다 그러면 그건 거짓말이지. 근데, 그냥 그런 생각도 들어. 이만큼 이뤄 놓은 게 있어서 다행이다 싶은... 어쨌든 나 때문에 일상이 무너진 사람들도 있을 거 아니야. 그 사람들한테 최소한의 보상이라도 할 수 있어서, 내가 모아 둔 게 있어서 다행이다,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