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계훈 : 꼭 물어볼 게 있어서. 나한테도, 그리고 너한테도 중요한 일이야.) 뭔데? 얘기해 봐. (은계훈 : 만에 하나 너의 아버지가 누명을 썼을지도 모르니까.) 너도 그 얘기야? 이진근이 그러더라. 그 사람 범인 아니라고. 근데 그게 뭐? (은계훈 : 그게 뭐라니?) 말 그대로 그게 뭐? 뭐가 달라지는데!내가 편지를 써서 그 사람이 용의자가 됐어.그대로 살인자가 됐으면 맘이라도 편했을 거 같은데 그대로 풀려나 버리대?증거가 부족하다고. 근데 웃긴 거는 경찰들은 계속 박박 우겨대.그 사람이 살인자라고. 증거도 없으면서. 아니 어쩌라고?나보고 어쩌라는 건데?살인자, 살인자 가족, 이렇게 낙인찍힌 채 한평생을 살아왔어요 내가. 근데 이제 와서 뭐. 이제 와서 살인자가 아니면 뭐가 달라지는데?(은계훈 : 세진아...) 닥쳐. 다신 그 이름으로 나 부르지 마.엿같은 말인 거 아는데, 너도 참 불쌍한 새낀 거 아는데.애초에 네가 잘 봤어야지. 애초에 네 동생 네가 잘 챙겼어야지. 다시는 그 사람 앞이든 내 앞이든 얼쩡거리지 마. 진짜 죽여버린다.}}}
(노다현 : 아니 그렇게 통보해버리는 게 어딨어?) 넌 아까 통보 아니었어? (노다현 : 이유 충분히 설명했잖아.) 이유? 널 모르고 산 게 이십몇 년. 널 안 건 고작 몇 개월.근데 그 고작 몇 개월이 내 이십몇 년 보다 더 커.시간의 밀도가 달라 다현아. 널 만나기 전엔 다 흐릿했어.'그냥 어떻게든 잘 견뎠다.' 그런 시간들이었어.나약한 소리 좀 보태자면 언제 어느 날 사는 게 끝나도'어머니 걱정 그거 하나 빼면 아쉬울 거 없다.' 그렇게 생각했었어.근데 너 만나고 모든 게 바뀌었어.고작 그 짧은 시간에 난 너 없이 안 되는 사람이 됐고, '사는 게 꽤 즐겁구나.' 그런 생각도 했어. 그러니까 나 버리지 마.}}}
(노다현 : 엄마가 그때 신고를 했더라면, 아니 내가 그전에 기억을 잃지 않았더라면...) 계영이를 찾았을 수도 있다는 거야? (노다현 : 미안해. 내가 미안해. 미안해 계훈아.) 판단이 서질 않는다.난 너에게 화를 내야 하는 걸까, 너의 눈물을 닦아 줘야 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