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비어버린 교실이 처음 보는 장소 같아서, 소나기가 지난 운동장 먼지내에 왠지 기분이 이상해져서, 이제 당분간 못 본다고 또 새삼 생각하니 어색해서, ―방학에 뭐 하려고? ―뭐, 그냥 똑같겠지. 실없는 얘길 하며 부러 돌아 걸어, 하하……. 하굣길, 원래 이렇게 짧았었던가. 아, 그게, 저기, 먼저 말해도 돼. 너와 이런저런 즐거운 일, 그 이상 없을 만큼 잔뜩 함께 하고 싶어. 방학에 뭐 해? 특별히 계획 없으면 나한테 시간 좀 내주지 않을래? 이제 유야무야 시간이 가 눈 깜짝할 새에 우리들이 어른이 되어도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의 단편을, 여름을, 전부를, 다시 한 걸음을 내디딜 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