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유성/6일차

1. 6일차 아침[편집]

이 날, 햇빛이 막 커튼 사이로 방 안을 비추기 시작할 때 쯤, 울려퍼진 것은 알람 소리가 아니었다. 뭔가 가벼운데... 지진?

전술 단말기가 울리기 시작했다.

「앙투아네트」 지휘사 님, 돌발상황이에요. 서둘러서 중앙청으로 와 주세요.

설마 방금 느꼈던 진동이 평범한 지진이 아닌 건가?

「안화」 지휘사 도 도착했나, 반응속도가 나쁘지 않군.

「안화」 그런데...

안화가 내 옷깃 쪽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안」 (소곤) 단추가 잘못 잠겼어요.

안이 내 쪽으로 와서 당황한 나머지 잘못 잠근 넥타이 단추를 다시 잠갔다.

「지휘사」 콜록, 고마워...

「안화」 15분 전, 시가지에 대륙간 탄도 미사일이 떨어졌다.

「안화」 미사일이 낙하 지점에서 폭발하지 않은 건 다행이지만, 주변 건물들이 많이 파손됐어.

「지휘사」 뭐, 뭐라고? 대륙간 탄도 미사일!?

「앙투아네트」 운행 궤적을 보면 접경도시 외부의 조직에서 발사한 게 분명하지만, 책임을 지겠다는 조직은 아직 없죠.

「앙투아네트」 시청 쪽은 이미 업무 과다로 정신없는 상태예요.

「안화」 인근에서 날아온 드론의 1차로 예비 촬영한 결과, 낙하 지점에 불발탄은 없는 걸로 확인됐다.

「안화」 그 미사일에는 탄두가 장착되지 않았지만, 환력 파동이 검측됐어.

「안」 환력 파동...

「안」 그렇다면 흑문 또는 신기와 관련이 있다는 소리네요.

「안화」 틀림없지. 그래서 이번 사건은 중앙청 관할이 됐다.

「안화」 현재 환력 장벽을 버틸 수 있는 자가 현장에 가서 조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앙투아네트」 당신 혼자 보내지는 않을 거예요.

「앙투아네트」 현장엔 신기사가 동반될 거고, 당신은 최우선 보호 대상이 될 거예요.

「안화」 현재 시가지 대피와 봉쇄는 대략 완료됐어. 사태 파악 전에 일반인이 접근하는 일은 없을 거다.

「안화」 만약 무슨 일이 생기면 안이 너를 위험으로부터 빠르게 빼내 줄 거다. 작전 지휘는 내가 맡도록 하지.

「안」 네. 제가 지휘사 님을 잘 보호할게요. 저한테서 너무 멀리 떨어지지 마세요.

「안화」 ...치직 ...너희들 ...도착했 ... 치직 ...전파 간섭...

이곳의 통신 상태는 매우 불안정했다.

「안」 음... 교신 상태는 안 좋지만 임무는 계속 수행할 수 있을 거예요.

「안」 조심하세요, 일부 강철판은 이미 고온으로 녹아내렸어요.

곳곳에 쇳덩어리와 미사일 잔해들이 널브러져 있었고, 사방에서 시커면 연기와 불꽃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안이 신기 시공간의 검을 이용하여 건물들의 단층면을 뚫고 지나갔다.

「안」 음? 저기에 있는 건... 사람인가요?

활활 타오르는 관광타워와 미사일 껍질의 잔해 속에, 한 소녀가 주저앉아 있었다.

「안」 저 아이는 누굴까요... 이곳엔 어떻게 들어왔을까요?

설마 탄두를 장착하지 않은 대륙간 탄도 미사일이 가져온 게 저 소녀인 건가...?

「안화」 조심...(치직) ...정상적으로 봉쇄된 이상, 일반인은 절대로...(치직), 거리를 유지해——

「수수께기 소녀」 작전 날짜보다 일찍 낙하. 탐색 시스템 오류. 스캔 시스템 재가동 중. 재가동 60%——

「수수께기 소녀」 제어 시스템과의 연결 해제됨. 연결 재시도 요청——

소녀는 멍한 표정으로 마치 고장난 인형처럼 이상한 말을 중얼거렸다.

우리는 조심스레 폭발지점에 나타난 정체불명의 소녀에게 다가갔다.

「안」 그녀에게서 신기의 환력 파동이 느껴져요... 신기사일까요? 조금 이상한데...

「안」 지휘사 님, 뒤로 물러서세요.

「안」 저, 저기... 어디서 왔나요? 당신은 누구세요?

안이 앞장서서 우호적인 말투로 상대을 떠 보고 있었다. 손은 뒤로 감춘 채 언제든지 신기를 휘두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수수께기 소녀」 대답. 등록 명칭. 천식.

「천식」 스캔 시스템 재가동 완료. 질문, 확인 필요, 동종류 타겟인가?

「안」 응? 지금 뭐하시는...

「안」 설마 당신도... 당장 멈추세요! 제 마음 속을 훔쳐보는 그런 행위는——

「천식」 고장인가? 너, 잔여 데이터, 아직 남아있다.

「천식」 매우, 아주 매우 많다. 용량 초과 수준이다. 이게 뭐지?

「안」 초과나 잔여나 그런 게 아니라, 안의 가장 소중한 보물이에요. 언젠간 당신도 이해하게 될 거예요.

「안」 만약 당신이 저와 같다면... 당신도 마음이 있을 거예요!

「천식」 해석 완료. 확인——

「천식」 대상은 신기사로 판명. 제거 개시.

「안」 조심하세요, 지휘사 님!

「안」 너무 빨라요, 어떻게 이런 게——

「안화」 (치직) ...빨리 떨어져! 안, 그건 네가 어찌해볼 수 있는——(치직)——

「천식」 요구, 목표 대상 제거.

「안」 마음대로 타인의 마음을 훔쳐보더니... 그걸로 모자라 타인 앞에 드러눞고는 표적이 돼 달라고 하다니...

「안」 당신도 사람을 너무 얕잡아 봤군요!

「안」 말도 안 돼... 조금 전까지는 효과가 있었는데!

「천식」 무기 조준 고장 검측, 추락 시 발생한 오류로 추정.

「천식」 현재 임무에 장애 없음, 정확도 저하 보완, 출력 30% 향상, 제거 임무를 계속 집행한다.

눈 앞에서 순식간에 전투가 벌어졌다.

천식은 섬뜩한 무기를 소환하며 조작했고, 속도를 순식간에 끌어올렸다.

안이 첫번때 일격을 피했지만 어느새 사각지대로 몰리게 됐다.

곧이어 두번째 공격, 세번째 공격이 숨 돌릴 새 없이 연속으로 몰아쳤다!

「안」 앗...!

안이 복부에 상처를 입고 말았다.

위험한 상황이지만 생각할 겨를 없이, 그녀를 향해 달려갔다.

「안」 보, 보면 안 돼요... 오지 마세요!

그건 이미 내장까지 큰 상처를 입힌 공격이었을텐데, 피 한 방울도 흐르지 않았다고...?

「천식」 타겟 행동 수준. 극히 낮음——

뒤에서 차가운 음성이 울려퍼진 것이, 마치 사형 선고 같았다.

윙윙 울리는 기계 칼날이 우리를 향해 다가왔다. 한두 자루 정도가 아니라 아니라... 총 여덟 자루가 나와 안의 퇴로를 막아버렸다!

「천식」 제거——

「안」 앗...?

최후의 일격은 오지 않았다.

우리 대신 최후의 일격을 막아준 것은 폭발하듯 솟아오른 수많은 핏빛의 결정체들이었다.

「수수께끼 청년」 ... 어서 가.

「수수께끼 청년」 너희는 천식을 이길 수 없어. 네 신기는 이미 그녀에게 있어서 무효화 된 거나 다름없어.

몸의 절반이 붉은 결정으로 뒤덮인 청년이 우리를 도와 공격을 막아줬다.

하지만 그도 그 흉포한 칼날에 뚫려버렸다.

「안」 하, 하지만 당신은 어쩌려고요?!

이 사람... 어디선가 본적이 있다...

가루다가 보여준 자료에서 진홍색으로 갈라진, 생기가 조금도 없는 얼굴——

「수수께끼 청년」 쓸데없어, 빨리 가. 더 이상 시간이 끌리면 끝장이야!

붉은 결정들이 다시 솟아 올라와 거부할 틈도 없이 거대한 결정이 나와 안을 멀리 밀어냈다.

「안화」 지금이다(치직)—— 어서 도망쳐!

「지휘사」 라슈! 저 사람은 라슈야!

「안화」 이미 확인했다—— 하지만 생존 확률이 너무 낮아. 지금은 (치직)—— 지휘사 (을)를 엄호해서 안전한 곳까지 이탈해—— 최우선 등급이다.

「안」 네... 일단, 당신은 이곳에 남아선 안 돼요.

서로를 부축하여 신속하게 전장에서 떠났다. 뒤에서는 칼이 공기를 찢고 빠르게 날아다니는 소리와 결정체에 칼날들이 부딪히는 펑 터지는 섬뜩한 소리들도 들려왔다.

엄청난 죄책감을 안고, 그곳에서 도망쳤다.

「지휘사」 안, 네 상처...

「안」 ...보셨군요.

중앙청에 도착 후, 우리는 곧바로 의무실로 가진 않았다.

왜냐하면 안은 "수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로봇이었다.

「안」 계속 숨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나...

「안」 네?

「지휘사」 내가 아는 안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아.

「지휘사」 피가 흐르지 않더라도, 데이터로 마음을 기록한다고 하더라도, 난 신경쓰지 않아.

「안」 제가 아까 그 무서운 "인형"과 똑같은 존재라고 하더라도... 상관 없으세요?

「지휘사」 내가 안과 알고 지낸 시간이 길지는 않지만, 나는 네가 살아있고 유일무이한 존재라는 걸 느낄 수 있어.

「안」 고마워요... 정말 엄청 고맙지만...

안은 지금까지 절망과 슬픔으로 가득했지만, 조금도 두려워하는 기색은 없었다. 이제 겨우 얼굴이 조금씩 풀어지기 시작했고 커다란 눈물 방울이 흘러 떨어져 내렸다.

「안」 이상해요... 피를 흘리지도 않는데도, 눈물을 참을 수가 없어요...

「안」 어째서죠... 전 어째서 이렇게 만들어진 걸까요...

안은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기쁘기도 하고, 무서워하는 것 같기도 했다.

그나저나, 시가지에서 공격한 그 소녀——그녀라는 거대한 위협적인 존재가 여전히 남아 있었다.

안화와 앙투아네트가 중앙청의 연구원들을 소집하고 천식을 대응하는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갑자기 등장한 청년. 우리가 구출해야 할 대상이라고 생각한 라슈가 반대로 우리를 구했다.

그는 지금... 살아있을까?

이룰 수 없는 소원, 아침의 빛을 기다린다.

【수첩】
접경도시는 1발의 대륙간 탄도 미사일에 습격당했다. 미사일과 함께 낙하한 소녀가 안을 향해 공격을 하자, 라슈라는 정체불명의 청년이 갑자기 나타나 우릴 구해주었다.
그가 아직 살아있는지 모르겠다...... 아직 살아있겠지?

2. 6일차 밤[편집]

숙소로 돌아가는 도중, 전술 단말기가 갑자기 울렸다.

「안화」 지휘사 , 와서 영상을 확인해라. 데이터를 분석했어.

「안화」 오늘 시가지의 CCTV를 검사해 봤는데, 역시 아주 이상한 것들이 발견되더군.

「안화」 너와 안이 전투구역을 이탈하자마자 폭발 상태였던 환력 파동이 곧 소강상태로 들어갔다.

「안화」 그 신기 능력이 결정체인 걸로 보이는 청년——즉 제 7의 나팔에서 쫒는 라슈는 천식과 오랜 시간 싸우지 않았다.

「지휘사」 그... 그는 그러면 설마...

「안화」 죽지 않았어.

「지휘사」 뭐?!

「안화」 너와 안을 달아나게 한 후, 그도 곧바로 전장을 떠난 것 같군.

「안화」 아마도 그의 특수한 능력 덕분에 상대는 죽었다고 생각했겠지. 하지만 사실은——

안화가 모니터를 가리켰다. 영상에서 심하게 부서진 몸과 진홍색 결정 부스러기들이 계속 몸에서 떨어지는 청년이 비틀거리며 건물 그림자 사이로 숨어 이동하는 것이 나왔다.

「안화」 구 시가지쪽 이동한 영상을 보니, 두 팔도 정상으로 복구됐고 정상적으로 걸을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된 모습이 포착됐다.

「안화」 그가 해상대교에서 뛰어 내려서도 살아남아 접경도시에 나타날 수 있었던 이유도 이 때문이겠지.

이 사람은... 설마 죽지 않는 몸인 건가?

「안화」 엄밀히 말해선 그는 밀항자다. 하지만 그의 상황을 조금은 넓혀줘도 될 듯 하군.

「안화」 라슈는 너희가 나눈 짧은 대화에서 많은 정보를 털어놨어.

「안화」 그는 현장 상황을 완전히 파악하고 있을 수도 있고, 나아가 천식의 기능적 한계를 알고 있거나 다른 정보를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안화」 우리는 지금 데이터 베이스를 검색하여 라슈가 나타날 수 있는 장소를 대조했다. 그는 현재 유일한 정보원이다.

「안화」 내일은 어떻게 해서든 그를 찾아야 한다... 특히 가루다 소대보다 먼저 선수를 쳐야겠지.

「안화」 그럼 이제 가서 쉬도록 해. 지휘사의 몸 건강도 중요하니.

이룰 수 없는 소원, 아침의 빛을 기다린다.

【수첩】
CCTV 영상을 통해 우리는 라슈의 위치를 알아냈다. 그는 우리의 천식에 대한 유일한 정보원이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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