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의 적에게 안정적으로 지속 피해를 안겨줄 수 있는 하이퍼입니다. 적의 방어력을 깎는 상처 효과를 이용하여 치명적인 피해를 선사할 수 있으며 궁극기를 활용한 최고 수준의 순간 화력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다만 자신의 스킬샷 적중 능력이 떨어질 경우 피해량이 손실되는 구간이 길어질 수 있습니다.
찬란한 빛의 기둥, 카이로스는 빛의 교단에서 가장 촉망받는 사제였다. 어릴 때부터 뛰어난 경전 해석 능력과 막강한 신력을 겸비하여 대주교의 총애를 받았고, 30대에 8인의 대사제 중 한 명으로 임명받았다. 구성원 대부분이 50대 이상인 대사제 집단에서 30대에 대사제 직위를 받는 일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카이로스의 특진을 견제하기 위해 그를 흠 잡으려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막상 카이로스를 직접 만나고 나면 그의 겸손하고 온화한 성품에 감명받아 오히려 카이로스의 지지자가 되기 일쑤였다. 교단은 중대한 사건이 터질 때마다 카이로스에게 맡겼고, 그는 맡은 임무를 누구보다도 훌륭하게 수행하였다. 한편, 대륙의 정세는 그 어느 때보다 혼란스러웠다. 교단은 수천 년 동안 대륙을 통치하였지만 근래 들어 빠른 속도로 교세가 위축되고 있었다. 대륙의 변두리를 중심으로 퍼져나간 불신자 집단이 대륙의 외곽을 완전히 장악하여, 교단의 해체를 요구하였다. 교단은 불신자 집단이 악마교 숭배 광신도들이며, 사악한 악마에게 조종당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들을 정화하기 위해 전투 사제 군단을 파견하여 신력으로 진압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굶주리고 헐벗은 불신자들에게 교단의 재산을 풀어 긍휼하였다. 하지만 교단이 애를 쓸수록 상황은 오히려 악화되어 갔다. 교단이 구제한 지역은 일 년이 지나기도 전에 전염병, 홍수, 지진과 같은 더 끔찍한 재난을 맞이하였다. 교단으로부터 도움을 받으면 저주를 받는다는 소문이 돌아다녔고, 이에 두려움을 느낀 신도들은 점차 교단을 멀리하고 불신자 세력에 가담하였다. 날이 갈수록 상황이 악화되자, 대주교는 칙령을 내려 8인의 대사제를 불신자가 득세한 8곳의 지역으로 특파하였다. 특히, 카이로스는 불신자 세력의 진원지로 알려진 외딴 섬, 킬리야크로 파견됐다. 이번 사태의 근원을 파헤쳐서 악마교를 뿌리 뽑기 위함이었다. 그로부터 몇 달 후, 대륙은 다시 안정화되었다. 대사제들은 불신자 수뇌부를 완전히 정화하였으며, 갈수록 심해지던 대륙 외곽의 자연재해도 사그라들었다. 사람들은 다시 신앙심을 회복하여 교단에 헌신하였다. 그런데 불신자 세력의 진원지인 킬리야크로 파견된 카이로스부터 소식이 없었다. 대사제들은 따뜻한 성품의 카이로스가 불신자들을 돕다가 그들에게 배신을 당한 게 아닐까 싶어 걱정하였다. 카이로스가 돌아온 건 그로부터 일 년이 지난 뒤였다. 카이로스의 한 손에는 한 번도 보지 못한 경전이 들려 있었고 그의 몸 주변에는 망자들의 영혼이 맴돌고 있었다. 카이로스는 대주교에게 자신이 수천 년 전에 잊힌 경전인 <심판의 서>를 찾았으며 이를 공식 경전으로 인정해달라고 요구했다. <심판의 서>에 의하면 교단이 믿고 있는 신은 거짓이었다. 진정한 신은 빛과 어둠, 선과 악을 구별하지 않았고, 이 세계는 죽은 자와 산 자가 공존하는 세계였다. 대주교는 카이로스가 악마에게 속아 불신자가 되었다고 여겼다. 그를 파문하고, 십자가에 거꾸로 매달아 화형을 집행했다. 거대한 불길이 카이로스를 집어삼켰다. 그러나 사람들의 기대와는 달리 불구덩이 속에서 고통에 찬 비명 대신에 기도문을 외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기도문을 외우는 소리는 점점 커지더니, 마침내 연기를 뚫고 카이로스가 걸어 나왔다. 대주교 앞까지 천천히 걸어간 카이로스는 진정한 경전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교단은 거짓된 신을 믿는 이단이라, 선언하였다. 7인의 대사제는 일제히 달려들어, 카이로스를 정화하고자 하였으나 망자들의 영혼을 조종하는 그의 강력한 힘 앞에 무력하게 패배하였다. 홀로 교단 전체를 심판하는 카이로스의 모습은 마치 전지전능한 신의 대리인처럼 보였다. 사람들은 이제 카이로스를 <찬란한 빛의 기둥> 대신에 <어둠의 심판자>라고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