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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종(조선)/대중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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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훗날 세종이 조선조 최고의 성군이 된 것은 태종의 이러한 철저한 정지(整地) 작업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로 볼 때 태종이 한 일이 어찌 세종보다 가볍다 할 수 있겠는가!

용의 눈물 마지막 회 나레이션 中





















(세자(양녕대군)가 방 안의 물건을 때려부수다가 태종을 보고는 멈춘다.) 마저 해. 그렇게 해서 분기가 풀릴 것 같거든 이 전각을 통째로 날려도 괜찮아. 분기와 노여움은 풀되, 오늘은 두 사람의 목숨을 네 손으로 끊어 얻은... 오늘의 그 값비싼 가르침만은 잊지 말거라. 함부로 신하들에게 마음을 열고 측근으로 두지도, 벗을 자처하지도 마라. 그런 호사는 군왕의 몫이 아니다. 벗 하나 마음 놓고 가질 수 없는 외로움을 견딜 수 있는 자, 그 자가 바로 군왕이다.[1]

- 외숙(민무휼, 민무회)들을 스스로 숙청하고 화가 난 양녕에게 (32회 중)


태종 : (잠에서 깨어난 세자(충녕대군)의 방에 입장해 좌정한다) 식음을 전폐하고 서책에 매달리고 있다구? 과시... 현자는 현자로구나. 백성들 고충이 안타까워서냐? 그래서 고통을 덜어줄 길을 찾고 있었던 것이냐?

세자 : 아니옵니다, 아바마마... 소자는 그저 책 속에... 책 속으로 숨었을 뿐이옵니다. 기우제를 지내는 것 외에는 달리 길은 없는데 소자는 자신이 없었습니다. 입을 모아 소자가 왕재가 아니라는 백성들 앞에 설 자신이 없었습니다. 하늘도 이길 자신이 없었습니다.

태종 : 도야.

세자 : 그래서 책 속으로 숨은 겁니다. 뭔가 하는 척이라도 하지 않으면 세상이 소자를 또 못났다, 왕재가 아니다 할까 두려워 허세를 부린 겁니다. 용서하십시오, 아바마마. 소자에겐 국본의 자격이 없습니다.

태종 : 자격이 없으면 이제부터 자격을 갖춰야지. 상선! (밖에 있던 상선이 들어와 궁녀들에게 고갯짓하자 푸짐한 수라상이 들어온다.) 수저를 들어. 그리고 단 한 톨도 남김없이 다 먹어라.

세자 : 그럴 수가 없습니다, 아바마마.

태종 : 못나 빠진 녀석. 언제까지 도망만 다닐 게야? 그리 도망을 다닐 요량인데 현자가 되겠다는 말은 왜 했고, 형제간의 정리마저 등지면서까지 국본의 자리는 왜 갖겠다 했어?

세자 : 소자가...

태종 : 잘못했다는 말은 하지 마라! 네가 아무리 용서를 빌어도 이젠 번복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

세자 : 하오나 아바마마...

태종 : 군왕이라는 자는 할 수 있는 일만, 하고 싶은 일만 하는 자가 아니다. 백성들 다 굶어죽게 생겼어도, 형제를 죽이고, 벗처럼 아끼는 신하를 내치고, 내자의 가슴에 대못을 치고 와서도, 그 지경이 되어서도... 입안으로 밥을 욱여넣고 잠을 자야하는 염치없는 사람들이 군왕이다. 수저를 들어. 마르지 않는 눈물에 밥을 말아먹든, 씻을 수 없는 노여움에 밥을 말아먹든 어쩌든 이기고 견뎌내야 하는 게야. 어떤 상황에서도 강건함을 잃어서도 안 되고, 옥체를 상하게 해서도 아니 되느니. 그는 군왕이 곧 이 나라 조선이기 때문이다.

- 연이은 가뭄으로 해결책을 찾다가 쓰러진 세자(충녕대군)에게 (39회 중)


태종 : (황희의 앞에 나타나 인사를 받고는 집에 들어선다) 삼고초려라...

황희 : 언제부터 저기에...

태종 : 좀 됐어.

황희 : 송구하옵니다.

태종 : 부실한 놈으로 여겨 지존으로 세우고도 병권마저 이 손으로 다 틀어쥐고 있었건만, 오늘 보니 쓸 만한 구석도 있구만. 지인지감 하나는 쓸 만해. 아들놈, 이젠 자네가 좀 맡아야겠어. 어쩌면 말이야, 자네는 아마도 나하고보단 저녀석하고 배짱이 더 잘 맞을 게야.

황희 : 하오나, 전하.

태종 : 토 달지 말고 들어. 오늘 와서 지껄이고 간 말은 마음쓰지 마라. 진심이 아니니까.[2]

그저 죽을 날 받아놓은 아비 딱해서 그런 거 뿐이야.

황희 : 전하, 그 무슨...

태종 : 그렇게 됐어.

황희 : (무릎을 꿇으며) 그런 일은 없을 것이옵니다, 전하.

태종 : 그 버릇은 고쳐.

황희 : 전하.

태종 : 되지도 않는 일에 희망을 품는 짓 따윈 하지 말라고. 내일 관복을 보내주지, 그러니...

황희 : 송구하오나... 그 명만은 받들 수가 없사옵니다.

태종 : 또다시 반기를 들겠다는 겐가?

황희 : 소신에겐 자격이 없사옵니다.

태종 : 양녕 지지한 거, 후회하나?

황희 : 후회하고 있다면은 복귀하라시는 명, 받들었을 것이옵니다. 외람되오나 양녕대군은 저에게도 자식 같은 존재였습니다. 아비라는 자들은 본시 자식이 수렁에 빠지면 죽을 자리임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구할 수 없다면은 같이 빠져주기라도 하려드는 자들이옵니다. 후회 안 합니다.

태종 : 이봐.

황희 : 허나 반성은 하고 있습니다. 정치가는 그 어떤 경우에라도 사감에 빠져 판단을 그르쳐서는 안 되는 일, 하물며 이 나라 조선의 차기 지존을 정하는 일이었습니다. 소신을 다시 찾아주신 것으로 감사드립니다, 전하. 하오나, 소신에겐... 소신에게는 자격이 없습니다.

태종 : 별 수 없지. 그대의 고집을 누가 말리겠나.

황희 : 송구하옵니다.

태종 : (자리에서 일어나며) 허나, 이거 하나는 밝혀두지. 과인은 알고 있어. 그대가 밖으론 양녕을 두호했으나 안으론 반대하고 고언하기를 멈추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어. 아무리 나어린 자라도, 자식 같이 마음이 가도... 양녕은 그대의 자식이 아니라 주군이었다. 그러니 책임은 그대에게가 아니라 양녕에게 있는 게다. 부탁이다, 공판. 금상에게도 한 번은... 한 번은 기회를 줘. 그 아인... 금상은 아비인 내가 가장 잘 알아. 양녕하고도, 또한 과인하고도 다른 아이야. 사람 아낄 줄 알고, 뭣보다 듣는 귀는 아주 제대로 열어둔 인사지. 부디 이 나라 지존을 너무 오랫동안 외롭게 두지 마라.

- 황희를 만나 세종의 힘이 되어달라고 부탁하는 태종 (54화 중)


태종 : 여기가... 좋겠다. 천문대는 여기 세우는 것이 좋겠어. (세종이 매우 놀란 표정을 짓는다.) 들어와 하소연이라도 하지 그랬니.

세종 : 아바마마...

태종 : 알고 있었어. 매일 밤... 하루도 거르지 않고 네 발길이 수강궁 언저리에 머무는 것... 알고 있었어. 아비가 원망스럽진 않았느냐?[3]

세종 : 아니옵니다, 아바마마.

태종 : 도야, 아비는 말이다, 여유가 없었다. 나라를 세우고, 이 나라가 휘청일까 두려워 칼을... 참으로 쉼없이 칼을 휘둘러대느라... (의자에 앉는다) 나라를 세우는 것만으로도 너무 벅차서... 이 아비는 여유가 없었다.

세종 : 소자, 잘 알고 있습니다.

태종 : 허나, 아비처럼 살아야한다는 뜻은 아니다. 도야.

세종 : 예, 아바마마.

태종 : 네가... 옳다. 아니, 네가 옳았으면 좋겠다. 이젠 아비를 밟고 넘어 서. 부디 너는 이 아비보다 더 크고 넓은 꿈을 품어라. 조선의 하늘은 마땅히 조선의 것이니, 백성들에게 돌려주는 것... 거기서부터 시작해도 좋겠지. 이 나라, 잘 부탁한다. 이 나라는 아비의 나라도, 또한 너의 나라도 아닌 만백성의 나라... 조선이어야함을 잊지 말거라. (일어나 세종의 손을 잡는다) 힘이 들 게야.

세종 : 아바마마.

태종 : 허나, 잘 해낼 거다. 아비는... 아비는 말이다. 네가... 자랑스럽구나.[4]

- 직접 천문대 터를 잡아주고 세종에게 후대를 부탁하는 태종 (55회 중)[5]


세자(이향) : (활쏘기 연습을 하며) 오늘 영실이는 명국으로 떠난답니다.

태종 : 잘 됐구나.

세자 : 보내고 아바마마께서 일로 오신다 하셨습니다. 그런데요, 할바마마. 저에게도 이런 일이 있으면 어찌합니까? 아바마마와 할바마마처럼 서로 뜻을 달리하는 경우가 있으면 어찌해야 합니까?

태종 : 반대해야 한다.

세자 : 하오나, 그리 되면...

태종 : 그래도... 너에 대한 아비의 사랑은 변함이 없을 거다.

세자 : 참말이옵니까?

태종 :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세자 : (신중히 과녁을 노려 화살을 날리자, 그 순간 태종이 눈을 감고 고개를 떨군다. 화살은 과녁의 정중앙에 명중한다.) 할바마마! 보셨습니까? 관중입니다! 소손이 관중을 하였습니다! (태종은 아무런 반응이 없다) 할바마마, 주무십니까? (태종을 흔들어 깨우려 한다.) 할바마마, 주무십니까? 할바마마. 할바마마! (때마침 세종이 도착한다.) 아바마마, 할바마마께서 깨어나질 않으십니다. 소손이 관중을 하였다고 고했는데, 어찌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시는 겁니까?

세종 : (세자를 안으며) 너무... 힘이 드셔서 그러는 게다. 이젠... 편히 쉬고 싶으신 게야... (태종에게 다가선다.) (평생... 참으로 고단하셨습니다... 아버지... 이제... 이제는 편히 쉬십시오...) (그 자리에 주저앉아 의자를 붙잡고 오열하자, 주변에 있던 모든 이들도 따라서 엎드려 통곡한다.)

- 태종의 승하 (55회 중)




















[1] 조선이 건국된지 30년이 채 안된 상태에서 정도전 같은 신하가 나오지 않고 튼실한 왕권을 유지하려면 태종 입장에서는 당연한 발언이다. 문제는 이 일로 양녕대군이 너무 지나칠 정도로 마음을 닫아 걸고 신하들에게 무조건적인 복종만을 요구하게 된 탓에 지지를 잃었고, 결국 저위에서 내려오게 되는 결과를 낳았다.[2] 황희의 집에 찾아가 반대하는 자들은 모조리 숙청하는 폭군이 되겠다는 발언을 했는데, 말 그대로 진심이 아니라 상왕 태종이 깊은 병에 들었다는 소식을 듣고 술에 취한 채로 주정을 부린 것이다.[3] 사실 원망스럽다고 해도 할 말이 없었던 것이 극중 태종은 상왕으로 물러난 이후 계속 세종의 가장 큰 정적으로 작용했다. 핵심 권력인 인사권과 군권을 틀어쥐고, 이제 엄연히 자신의 신하가 아닌 금상인 세종의 신하가 된 이들을 포함해 장인되는 심온까지 숙청해버렸으니.[4] 공포스럽기만 하던 태종의 매우 인간적인 모습을 잘 그려낸 부분이다. 실제로 많은 아버지들이 자식이 무엇을 하던 못마땅하게 여기다가 종국에 인정해주는 것을 생각하면.[5] 가장 큰 정적으로 작용하던 태종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세종의 과감한 정책에 손을 들어준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