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여내역은 언제든 초기화될 수 있으며, 예기치 못한 오류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STAYDOM
덤프버전 :
덤프버전 :
블랙아이드필승의 ‘쪼’가 또 한 건 해냈다. 용감한형제의 구성짐, 신사동호랭이의 노골적임 등 여타 ‘쪼’의 대가들과 비교했을 때 블랙아이드필승의 ‘쪼’는 시원시원하다는 인상이 강하다. 데뷔곡 ‘So Bad’는 ‘I Like That’, ‘질투 나요 Baby’, ‘Cheer Up’, ‘응응 (%%)’ 등에서 보여준 질주본능에 ‘벌써 12시’, ‘Don’t Touch Me’와 같은 마이페이스적 태도를 관철한 결과물로 보였다면, ‘ASAP’은 킬링 파트를 향해 막힘없는 드라이브를 펼치는 ‘Touch My Body’, ‘Fancy’와 궤를 같이하되 한층 여유롭게 속력을 조정한 느낌이다. (그 여유에서 묘하게 그가 신사동호랭이와 공동으로 작곡했던 ‘그 남자는 반대’가 떠오르기도 한다)
특유의 시원시원함을 기대했던 이들이라면 일견 밍숭맹숭하다 느낄 수 있겠지만, 둔탁한 리듬 세션이 곡의 텐션을 팽팽하게 유지하는 가운데 어느 때보다도 교묘한 탑라인의 빌드업이 돋보인다. 도입부 벌스에서는 좁은 폭의 음역을 정박으로 찍어누르다 “달-콤 / -하 / 기만 / 해도 / 싫어 / So / Check it”부터는 당김음에 맞춰 음고를 겅중겅중 뛰어넘고, 4분음표와 8분음표를 적절히 배열해 가사를 쫀쫀하게 구겨 넣은 코러스(“(A /) SAP / 내 / 반쪽 / 아니 / 완 / 전 / 카피”, “(A /) SAP / 꼭 / 닮은 / 내데 / 칼 / 코 / 마니”)를 지나면 “ASAP” 한 단어의 외침으로 곡이 말끔히 갈무리된다. 멤버 재이의 타격감 있는 보컬을 극대화하도록 변주된 2절 도입부와 칠-다운된 브릿지, 이어지는 댄스 브레이크까지, 지루할 틈이 없는 파트 간의 ‘밀당’을 듣고 있자면 블랙아이드필승의 손대중에서 감지되는 동물적인 감각에 그저 감탄하게 된다. 여기에 시은과 윤을 필두로 ‘목청이 좋다’는 수식어가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리는 여섯 멤버들의 보컬이 탑재되니 화룡점정이다.
‘ASAP’의 트레이드마크 ‘꾹꾹이춤’은 연초 유행했던 ‘비비 트렌드’(이달의 소녀 멤버 비비가 〈팩트iN스타〉 방송에서 레드벨벳의 ‘러시안룰렛’ 안무를 춘 것에 Migos의 ‘YRN (EZRA Remix)’를 입힌 영상이 틱톡에서 바이럴되며 챌린지로까지 번졌던 현상)를 연상시키는데, 유하게 흐르면서도 캐치(catchy)한 트랙과 안무가 틱톡 시대에 딱 맞아떨어지는 듯하다. (실제로 팬덤을 막론하고 여러 아이돌에게 ‘ASAP’ 챌린지를 요청하는 광경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시류를 입은 구관(舊官)의 저력이 십분 발휘된 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