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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aea/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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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편집]
두 어린 소녀는 세상에 남겨진 과거의 흔적이 비치는 조각들ㅡArcaeaㅡ로 가득한 세상을 떠돌아 다닙니다.
Arcaea는 소녀들을 불러들이는 과거의 멜로디 조각들이지만, 이 조각들은 항상 두 과거 중 하나만을 경험할 수 밖에 없도록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소녀들은 이 Arcaea에서 어딘가 엇갈려 있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고, 이윽고 자신들의 선택에 상반되는 세계의 이야기를 찾아나서게 됩니다.
Arcaea의 스토리를 기록한 문서. 2.0 업데이트로 스토리 열람 방식이 개편되었다.
스토리가 거의 추상적인 단어로 이루어져 있고, 번역의 퀄리티가 저조하여 읽기가 어려우니 만약 스토리를 쉽게 읽고 싶다면 아래 유저 번역문을 읽는 것을 추천하다. 혹은 영어 실력이 된다면 원문을 읽는 것도 좋다. 다만 원문도 고급 어휘와 문학적 표현이 많으니 주의할 것.
1.1. 유저 번역문[편집]
위 유저 번역문에는 다음과 같은 정보가 포함되어 있으니 주의를 요한다.
- 존재하는 스토리의 이름, 혹은 번호
- 스토리의 열람 조건 및 이에 따른 히든 악곡의 정보
2. 히카리[편집]
2.1. 해금 조건[편집]
2.2. Eternal Core[편집]
2.2.1. 1-1[편집]
그녀는 주변에 날아다니는 나비들과 함께 깨어났다.
"아름답다. 줄이 없으면 다른 곳으로 날아가 버릴 수도 있겠는데."
무릎에 앉은 나비와 함께 그녀는 옷매무새를 고치며 줄을 찾아봤지만 줄은 없었고, 자세히 보니 그것들은 나비가 아닌 작은 유리 조각들이 바람에 흩날리고 있던 것이었다. "우와!"
유리 조각에는 그녀가 지금 있는 하얀 세상이 아닌 또 다른 세상의 바다, 도시, 불, 빛 등이 비춰지고 있었으며, 그녀는 유리 조각들을 날리며 즐거워했다.
하지만 그녀는 이 유리 조각들에게 '아르케아'라는 이름이 있는지는 몰랐다.
사실은 그 아름다움에 취해 이름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오로지 유리 조각들을 가지고 노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을지 모른다.
그녀가 지금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질문들이 필요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어떠한 질문과 답도 원하지 않았고,
그저 아르케아에 비춰지는 빛을 보며 즐기고 있었을 뿐이며,
그것이 그녀와 새로운 세상의 첫 만남이었다.
2.2.2. 1-2[편집]
하지만 그 질문들은 그녀에게 필연적이었다.
그녀는 흩날리는 유리 소용돌이 한가운데 서서 생각했다. "이건 정말 뭘까?"
'차원'? '창문'? '기억'?
순간 마지막 단어인 '기억'이 그녀의 뇌리를 스쳐 지나갔고, "그래, 이건 기억들이야..."라고 속삭이며 생각을 멈췄다.
어떠한 이유로 이 장소에 어떠한, 누군가의 기억들이 가득 차 있는지 확실하게 단정 지을 수 없었지만, 그쯤에서 질문을 멈췄다.
유리 조각들이 계속해서 그녀를 따라왔지만 손으로 잡을 수 없었으며, 그녀에게 다가오지도 않았다. 그러자 그녀는 조각들을 모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한 조각, 한 조각.
아무 이유 없이 말이다.
2.2.3. 1-3[편집]
얼마나 많은 시간을 걸어왔는지조차 알 수 없었지만, 문뜩 그녀의 머리에 새로운 생각이 떠올랐다...
'아름다운 기억', 그녀가 찾고 있다고 믿는 것이다. 애초에 모든 기억은 확실하지 않으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하지만, 과거와 가장 가깝다는 것은 분명하고, 그것이 괴로운 또는 행복한 기억이건 간에, 떠올릴 수 있게만 된다면 그녀에게 도움이 될 것임이 확실하다.
지금부터 그녀는 다른 장소들과 여러 인물들을 통해 기억을 되찾게 될 것이며, 또한 그 아름다움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가지게 될 것이다. 첫 번째 장소이자 파괴된 흔적과 함께 이상한 기운이 감도는 이곳에서 갑자기 아르케아가 반짝이며 흩날렸다. 마치 더욱 쉽게 기억을 더듬어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같았다.
그녀는 손을 들고 흥얼거리며 천천히 부서진 길을 걸어 내려갔다. 반짝이는 빛의 흐름을 따라 걸으며, 그녀는 이 세상과 어떤 기억이 어울릴지 생각해 본다. 괴로운 기억, 아름다운 세상...
"정말 멋지다..."
그녀가 깊게 심호흠을 하고 미소를 짓는다. 너무 평화로워 보이는 게 아닐까 생각되지만,
걱정거리는 없어 보인다.
'즐거움', 지금 그녀에게는 오직 이 한 단어만 필요할 것이다.
2.3. Luminous Sky[편집]
2.3.1. 1-4[편집]
즐거워 보이는 풍경, 그녀는 파괴된 세상을 꽤 오랫동안 걸으며 계속해서 무언가를 발견하고 기뻐했다.
오랜 시간 동안 유리 조각과 함께 하고 있는 그녀의 여행길에서 갑자기 하늘은 그녀가 가장 멀리 볼 수 있는 만큼 빛을 비춰주었다. 마치 안내자처럼 말이다. 환상적으로 빛나는 하늘은 그녀를 떠나지 않았으며, 그녀의 주변에는 오직 행복하고 좋은 일들만이 일어나고 있었다. 세상의 것들은 그녀에게 결코 끝나지 않은 행복을 주었다.
그녀는 어느 저택으로 연결되어 있는 나선형 계단을 터벅터벅 내려오고 있었는데, 갑자기 모든 벽이 무너지며 기억들이 그곳을 매꾸었다. 그녀는 빠르게 그곳을 빠져나와 기억들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고, 아르케아가 그녀에게 빛을 비추고 있었다. 그녀가 그것들을 발견하자 곧바로 빛나는 하늘로 돌아갔으며, 황홀함에 취한 그녀는 환호와 함께 미소를 지었다.
꽃, 입맟춤, 사랑, 탄생, 유리 조각들로 가득 찬 강가에서 그녀는 생명이 곧 또 다른 생명으로 이어지고 나머지는 다시 흡수되는 광경을 목격했다. 그녀는 유리 조각들에 비춰진 수많은 시간들을 살펴보았고, 그녀는 계속해서 기뻐했다.
그녀는 벽 위를 응시하였고, 그것들은 하나로 합쳐져 더욱 생기가 넘쳐흘렀다. 그녀에게 새로운 호기심이 채 생기기도 전에, 그녀는 단지 만족하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여전히, 결과에는 별달리 신경쓰지 않았다.
2.3.2. 1-5[편집]
세상에는 이런 격언이 있다. "무엇이든 과분하면 독이 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 사실을 몰랐으며, 신경을 쓰지도 않았다.
소녀는 어떠한 강력한 힘이 그랬던 것처럼 보이는 완벽하게 둘로 나누어진 거대한 콘서트장을 가로질러 걸었고, 춤, 공연, 희망, 승리 등 그날의 기억들이 되살아나는 듯 했다.
그녀는 입을 씰룩거리기 시작했다. 지루해지기라도 한 걸까? 그녀가 팔을 올리자 아르케아는 그녀에게 다가왔고, 부드럽게 그녀의 손바닥과 손가락을 따라 춤을 추었다. 그녀는 그것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그녀는 은퇴하는 밴드를 향한 환호성을 몇 번이나 들었을까? 그녀는 두 형체가 껴안는 장면을 몇 번이나 보았을까? 그녀는 사랑의 형태를 수없이 보았고, 그것은 분명히 오래되어 잊힌 세상에서 흔하게 있었던 일들이다.
그녀는 그 기억들을 그냥 내버려 두었고,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자 그것들은 흩날리기 시작하며 그녀가 계속해서 모으고 있는 기억들에 흡수되었다. 그녀가 기억을 모으기 시작한 이후로 기억들을 점점 더 빛나며 커져만 갔다. 매일매일 더 빛나는 듯하다...
얼마나 많은 날들이 지났을까? 그녀는 움찔하며 얼굴을 찌푸렸지만, 금방 떨쳐버렸다.
그녀에게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지 모르고, 그러면 잊힌 모든 것들이 생각나게 될지도 모른다. 그녀는 스스로를 진정시키며 계속해서 발걸음을 옮겼지만, 자신을 괴롭히는 아르케아를 밀어낼 수는 없었다.
2.3.3. 1-ZR[편집]
"천국"은 지옥의 일종이다.
한가로운 평화와 걱정 없는 기쁨도 사실 열정에 대한 저주와 같은 것이다. 끝없이 행복을 느끼는 것은 감각을 둔하게 하고 "행복"을 희미하게 만들며, 최종적으로는 목적을 없어지게 만든다. 지금은 아무 목적이 없으며, 그녀 또한 목적을 가져본 적도 없다.
하늘이 눈이 부시게 빛나고 있다.
그녀는 도중에 헤맬 수도, 계속 가만히 서있을 수도 있다. 그녀는 확신을 가질 수 없었지만 그렇다고 별로 신경을 쓰지도 않았다. 그녀가 만든 하늘은 계속해서 그녀의 주의를 끌었지만, 그렇다고 그 안에 있는 기억들은 분류할 수는 없었다. 그것들은 갑자기 불투명해지며 두꺼운 안개로 변했고, 알 수 없는 공허함으로 변했으며, 그녀는 정신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녀가 정신을 잃어갈수록, 그녀의 감각은 점점 무뎌져만 갔다. 그녀는 기억하지 못했지만, 그녀가 직접 이 기쁘고 숨막히는 새장을 불렀다. 그녀는 이제 자기 스스로에 의해 그곳에 갇히고 말았지만, 여전히 걱정은 없어 보였다.
하늘은 더욱 밝게 빛나며 그녀는 점점 더 의식을 잃어만 갔고, 겨우 조금의 시간만이 남겨진 그녀는 하늘을 쳐다보았다. 밝게, 더 밝게, 행복함과 아름다움이 그곳에 있었고, 눈부신 기억들은 그녀를 덮쳤다.
그녀의 마음이 하얗게 변해버렸다.
그리고 의미없이, 빛은 사라져버렸다.
의미 없이, 시간이 흘렀다.
소녀는 공허한 하늘만을 쳐다보았고, 그녀의 마음은 끝났으며, 따라서 그녀의 이야기도 여기서 끝나는 듯했다.
2.3.4. 1-7[편집]
그녀는 무릎을 꿇고 턱을 들었다. 그러자 그녀의 창조물이 그녀를 망각의 빛으로 집어삼키려 하고 있었다. 그녀의 위에서 느껴지는 빛과 압력은 부드러웠지만 견디기 힘들었다. 그녀는 아무 생각 없이 그것을 그녀 가까이로 끌어왔다.
그리고 거대한 공허 속에서 무언가 그녀의 눈에 밟히기 시작했다.
홀로 떨어짐으로 인해 그녀의 평화는 깨지기 시작하였고, 그녀의 시선은 무언가로 향했다. 조금은 붉어 보이는 특별한 유리 조각 하나가 보였고, 분명히 눈에 띄기 시작했다. 아마 현실 또는 그녀의 마음을 통해 하늘의 남은 부분이 빠져나온 것인지도 모른다. 그녀는 더 확실하게 볼 수 있었으며, 역시 깊게 생각하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하늘이 흔들리며 왜곡되고 있으며, 균열이 그들을 통과하는 듯하다. 새로운 기억에 의한 창조물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이 뒤틀리고 있다. 기억의 조각은 존재해서는 안 됐었다. 그것은 모든 것을 파괴하고, 하늘을 파괴한다.
격렬하고도 고요하게 천장이 무너져 내리고, 산란한 빛이 숨을 막히게 만들었다. 알 수 없는 현상은 그녀에게 웅장하게 보이기만 했다. 하지만 그녀는 즐거운 기억들의 무서운 혼돈 앞에 떠오르고 있는, 최근에 발견한 기억의 조각에 머물러 있었다.
그것은 너무나 기쁜 기억이자 그녀가 잃어버린 자기 자신이었다.
"내가 어디에... 있던 거지...?"
그녀는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고, 마치 오랫동안 목소리를 내지 않았던 것처럼 들렸다.
무로 돌아간 그녀는 그 이상한 조각을 쥐고 있었고, 그것을 통해 그녀가 깨어있던 시간을 살펴보았다. 시간 속 그녀는 유리 조각과 함께 춤을 추며 거울 세상을 여행하고 있었다. 그러자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행복이 오래전에 그녀 곁을 떠났다는 것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2.3.5. 1-8[편집]
반짝이는 유리 조각이 죽은 세상을 비추며 비처럼 쏟아지고 있다. 그 중심에 선 소녀는 그 조각이 무언가 새로운 것을 비출 수 있도록 집중하였지만, 그 세상은 아직까지 비춰지고 있었다.
눈물이 흐른다. 그녀도 이유를 알고 있다. 그녀의 마음은 회복 중이며, 그녀가 전에 가졌던 모든 것에 대한 상실감에 대해 아파했다. 모든 것이 그녀의 주변으로 쏟아졌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열정에 대해서도 떠올랐다. 반사된 기억들은 그녀에게 더 좋은 시간들을 보여주었고, 그녀가 스스로 창조시킨 함정에 빠져버린 것도 보여주었다. 그것이 그녀를 어디로 인도할지 알고 있었더라도, 무의미한 것은 계속해서 무의미했다. 하지만 그녀라면 행복을 위해 그 무의미한 행동을 반복했을지도 모른다.
유리 속에 붉은 형체는 그녀가 입었던 붉은 옷이었다. 그녀의 손도 붉게 만들기 위해 조각을 꽉 쥐어잡자, 과거와 현재의 경계가 흐려지고, 반짝이는 표면이 따뜻해졌다. 그녀는 다시금 느끼게 되었으며, 전보다 더 많이 느끼게 되었다. 그녀는 너무나도, 후회했다.
그녀는 그냥 자신감만을 가지고 의미 없이 앞으로 나아갔을 뿐이다. 그녀는 단지 아르케아를 모으는 것에 즐거워했을 뿐이며, 이유 같은 건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었다. 그녀는 자신을 스스로 눈부신 감옥에 가두고 쾌락주의적 존재로 타락시켰었다. 그녀에게는 목적이 없었으며, 그녀 자신조차 거의 잃을 뻔했다.
"왜?"라는 질문에 뚜렷한 답은 없었다. "그냥 행복해지기 위해서?"라는 말도 위안이 되지 않는다. 무릎을 꿇고 가슴 안에 있는 기억과 함께 울기 시작했다. 그녀도 무엇이 잘못된 거였는지는 알고 있다. 그녀는 자신의 주변을 너무 많은 사랑과 생명으로 채워 되려 역겹게 변하였다. 그리고 그 사실이 그녀를 비참하게 만들었다.
슬픔에 잠긴 소녀는 계속해서 울었고, 일어난 모든 일들에 어떠한 의미가 있는 지에 대해 생각할 수 있을 만큼 최대한 생각해 보았다.
2.3.6. 1-9[편집]
고요하다.
오래된 시간의 작은 조각들 몇 개가 떨어져 이 정적을 깼지만, 소녀는 안정을 되찾은 듯하다. 그녀는 더 이상 울지 않았고, 손 위에 말라버린 피와 함께 유리 조각 위에 앉아 있었다. 두려움, 걱정, 후회는 이제 끝난 듯하다. 그리고, 그녀는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야만 한다.
그녀가 무엇을 했건 간에, 잘못된 것이었다. 그것은 명백한 사실이지만, 모든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그녀는 "더 행복한 생각을 하면 나아질 수 있어"라는 생각과 함께, 좋은 기억들로 하늘을 채워나갔다. 수상한 조각들이 다른 조각들과 뒤섞여 위험해질지도 모른다는 것은 걱정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 걱정들이 그녀를 삼키려고 위협하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녀가 그 걱정들을 이겨내려면, 반드시 이유를 가져야 할 것이다.
그녀에게는 이 오래된 질문들에 대한 대답이 필요할 것이다. 이 세상은 무엇을 의미하며, 그녀는 왜 이 세상에 존재할까? 때로는 그녀가 거부한 조각을 통해 그녀가 시련을 맞이했음에도 불구하고 왜 따뜻한 기억들이 계속해서 그녀를 따라갈까? 그녀는 누구였을까?
그녀가 다리를 떨며 다시 일어서자, 그녀의 눈에 빛의 생기가 다시 찾아왔으며, 아르케아가 다시 그녀의 주변을 감쌌다. 그녀는 무언가 궁금한 듯 손을 올려보았고, 그것들 또한 따라 올라갔다. 그녀는 잠시 곰곰이 생각한 후에 그녀와 그것들에게 전과는 다른 변화가 있음을 깨달았다.
아르케아는 멋대로 그녀에게 다가가지 않았고, 그녀는 이제 스스로를 가두는 일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피가 묻지 않은 순등으로 눈물을 닦고, 조각이 새로운 길을 나아갈 그녀의 뒤를 따를 수 있도록 하였다. 그녀는 아르케아를 기억인 채로 간직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녀는 이 괴상한 세상에서 새로운 것들과 또 마주치게 될 것이며, 그리고 그것이 좋은 나쁘든 모두 찾아낼 것이다.
이것이 그녀가 한 맹세이며, 그녀는 확신했다.
3. 타이리츠[편집]
3.1. 해금 조건[편집]
3.2. Eternal Core[편집]
3.2.1. 2-1[편집]
파괴된 탑에서 깨어나게 된 그녀가 첫 번째로 본 것은 공중에서 희미하게 흩날리고 있던 유리 조각들이었으며, 조각들은 곧 하얀 세상으로 그녀를 인도하였다.
모두 하얗고, 더 많은 유리 조각들이 있다. 그녀에게는 충분히 매력적이였지만, 곧장 그녀는 의문과 함께 조각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러자 마치 열차의 창문을 통해 세상 밖을 내다보는 것처럼, 조각을 통해 무언가가 희미하게 보인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 번의 반짝임에는 비를, 다른 한쪽에서는 햇빛, 그리고 죽음을 목격하게 된 그녀는 그만 얼굴을 찡그리며 살펴보는 것을 멈췄고,
손을 뻗은 그녀의 손에서 부서진 조각들이 자연스럽게 세어 나갔다. 찡그린 그녀의 얼굴에 갑자기 무언가가 반짝거리자 그녀는 흐린 하늘의 그 무언가를 응시했다. 확실하게 보일수록 그녀는 놀라기 시작했고, 조각들이 그녀를 흔들기 시작해 입을 열 수조차 없었다.
그곳에는 유리 조각들이 빛나며 빠르게 흩날리고 있었다. 마치 그녀가 폭풍의 아래에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녀는 두려워하기 시작했고, 마침내 유리 조각들은 인사를 하기 위해 그녀를 덮었다.
3.2.2. 2-2[편집]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다. 그녀를 감싼 거센 유리 조각들이 얼굴을 비추거나 공격했으며, 그녀를 보다 강하게 과거로 밀어 넣었다. 그녀는 정신을 차리고 똑바로 서서 어딘가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곳에는...
...기억...?
...더렵혀진 세상의...
"이게 뭐야...!?"
그녀는 손을 뻗었다.
"이건...!"
'질투', '배신', '고통'의 기억.
그녀는 그것들을 저지하려 했지만, 여전히 그녀 주변을 맴돌며 차가운 냉기를 유지했다. "이건 그냥..."
어둠? 오직 어둠뿐인 건가? 유리 조각들이 어디를 비추든 간에... 반짝이는 작은 빛들이 보였지만, 그것들은 다시 곧바로 사라졌다. 그녀는 입술을 깨문 후 끝내 미소 아닌 미소를 지으며, "이게 무슨 장난이지?" 라고 투덜거였다. "온통 불길한 단어들 뿐이네..."
그리고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미소는 점점 사라져만 갔다.
3.2.3. 2-3[편집]
그녀가 얼마나 오랫동안 기억의 조각들을 모았는지는 모르지만, 많은 시간이 지난 것만은 확실하다.
그녀는 잠시 동안 행복한 기억들도 찾아보려고 노력했고, 마침내 몇 가지는 발견했지만 불길한 기억의 조각들이 그녀를 계속해서 놓아주지 않았으며,
그녀는 끝내 자신이 혐오하는 몇 가지 장소들을 알게 되었다.
주변을 돌고 있던 유리 조각이 갑자기 우주와 흡사하게 변했고, 그녀는 그 폭풍 속에서 생각을 시작하며 이 상황을 두 가지 가능성으로 간추렸다. 불행한 기억 밖에 떠오르지 않기 때문에, '이 세상 또는 조각을 통해 보이는 세상은 완전히 불행할 것이다' 라며...
어느 쪽이든, 그녀는 그것을 모두 없애기로 결심하였다.
그러자 그녀의 안에서 무언가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으며, 괴로운 기억을 볼 때마다 즐거워하는 그녀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녀는 그런 기억만 찾기 시작했으며, 신이 나기 시작했다.
"내가 이 쓰레기들을 모두 처리할 수 있다면... 아니면 아예 이곳을 없애버릴 수 있다면 좋겠군..."
이곳에는 빛과 동시에 혼돈이 공존했다.
그리고 그것들은 계속해서 그녀를 행복하게 해 줄 것이다.
3.3. Vicious Labyrinth[편집]
3.3.1. 2-4[편집]
시간이 지나고 그녀는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으며,
마침내 그것들은 그녀의 목 주변에 목걸이 같은 고리를 형성하고 그녀를 계속해서 따라다녔다. 그녀는 셀 수 없이 많은 유리 조각을 모아 세상을 살펴보았고, 그녀는 이제 무너진 탑 위에 올라서서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다른 장소에서의 불행한 기억들이 그녀의 뒤에서 위협적으로 감돌고 있었다.
그녀는 계속해서 눈에 밟혔던 한 장소를 응시하였지만, 그곳으로 향하지는 않았다. 그곳은 마치 기하학적인 지형과 함께 하늘로 향하는 미로와도 같았다. 계속해서 더 많은 조각들이 모아졌으며, 아직까지 더 많은 쓰래기들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아직까지 그곳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 몰랐다. 단지 그녀를 따라오고 있는 불행한 기억의 조각들을 한 번에 처리하기 위해 계속해서 모았고, 한곳에서 나쁜짓을 단 한 번만 해도 된다는 것을 최소한의 위안으로 삼았다. 그렇게 하면 언젠가는 더 쉽게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 미로에는 특별히 더 나쁜 기억들이 많아 보였으며, 그럴수록 더 많은 조각을 모을 수 있다는 그녀의 자신감은 커져만 갔다.
미로는 빛나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좋은 기억의 바다로 둘러싸여 있었다. 그녀가 미로로 향할수록 바다는 갈라졌으며, 어느샌가 몇 개의 조각만이 그녀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 계속해서 길을 나아가며 좋은 기억을 흩날리던 그녀가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고 망설였다. 희망에 휩싸이기 전까지만 해도 절망에 빠졌었던 그녀는 입술을 물며 갈등하기 시작했다.
3.3.2. 2-5[편집]
예전에는 확실하게 모든 것이 지금보다 나았을 것이다.
소녀는 유리 조각으로 가득 찬 세상에서 깨어난 이후로 아무것도 기억하질 못하며, 아는 것이라고는 다른 기억 밖에 없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그녀는 다양한 생각과 함깨 수많은 결과들을 그려보았다. 그러나 결국 그녀는 유리 조각 안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으며, 이 세상에 가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쓰래기와 두려움, 눈물과 고통, 쓴웃음, 그리고 죽음으로 가득 차 있을 뿐이라고 결론지었다.
하지만 예전에는 확실하게 모든 것이 지금보다 나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 간단한 원칙이 종종 사실이 되곤 한다.
빛으로부터 그림자가 생기고, 그림자가 그녀의 뒤에 드리우고, 또한 그녀는 이제 빛으로 둘러싸여 있다.
그녀가 즐거움과 순수함에 발은 내디뎠을 때, 그녀는 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악에게 너무 흡수되어 단순하게 좋던 것들을 잃어버렸고, 그녀의 마음은 흔들림 이상이었으며, 마침내 압도당했다. 복잡한 미로로 향하는 길에서 그녀의 눈에 보이는 반짝거리는 모든 희망을 그대로 두고, 그녀는 잠시 멈춰 다시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빛과 혼돈이 공존하는 이곳에서 인정하기 싫은 답이 나왔고, 그녀는 더 이상 그것에 대해 생각하기 싫어졌다. 그 답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스스로 용납하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정말 그러기 전에, 그녀는 나갈 수 없어 보이는 미로의 입구에 서서 충동적으로 더 나은 유리 조각에 손을 뻗었다.
그러자 꽃이 만발한 들판의 기억이 그녀 주위에 고리를 형성해 따라왔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도움이 될만할 것 같지는 않았다.
3.3.3. 2-D[편집]
그녀 자신은 모르고 있었지만, 사실 그녀에게는 이름이 있었다. 그 사실을 알았더라면, 그녀는 아마 복잡한 검은 미로 속으로 들어가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의미가 있는 그 이름은 그녀의 의구심을 증폭시켰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는 그것을 몰랐기 때문에, 이를 악물고 자신의 신념을 다시금 확인했다. 뒤에서 빛나고 있는 빛들은 그녀의 마음을 흔들지 못했으며, 꽃의 고리를 형성하고 있는 빛도 그녀를 흔들지 못했다. 그녀는 어둠 속으로 들어갔고, 그것들을 찢기 시작했다.
삐져나온 미로의 벽들은 불행으로 만들어졌으며, 각 면들은 공포를 나타냈고, 모퉁이에는 두려움이 있었다. 성으로서는 어울리지 않아 보이며, 간단히 말해서 기괴했다. 너무나도 음산한 미로.
그리고,다시 소녀에게 미소가 찾아왔다. 이것이 바로 그것이었기 때문이다. 미로를 오르고, 달리고, 이것은 첫 번째 장소에서 그녀가 행동하도록 떠밀어버렸던 역겨운 비석이었다. 그렇지만 그녀가 잘못한 것은 없다. 유리는 반드시 깨져야 했으며, 조각들은 반드시 흩날려져야 했을 뿐이다.
그녀는 즐겁게 거대한 미로 속 통로들을 밀어내었고, 갑자기 새로운 길들이 하늘에서 쏟아져 내려, 미소가 사라지며 그녀는 움찔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머리 위에 무언가 있기 때문이었다. 미로의 중심에는 어떠한 기억보다 더 최악인 '무언가'가 자리 잡고 있었다. 그 무언가는 계속해서 그녀에게 속삭이며 그녀의 열정을 빼앗고 속도를 늦추게 했다. 그녀는 그것이 지금 가까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속도를 늦추고 세상의 종말을 의미하는 기억을 포함하고 있는 사악한 유리 조각이 날아다니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
그녀는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거울에 반사된 세상을 보았다. 그녀는 그녀 아래에 있는 즐거운 현실의 바닥을 떠올렸고, 꽃들이 그녀 주변을 맴돌았다. 그녀가 미로의 천장 부분에서 쓰러지자 벽들이 하나씩 붕괴되었다. 어두운 유리 조각들이 천천히 그녀를 향해 쏟아졌으며, 저 멀리에서는 좋은 기억들이 빛나고 있었다.
그녀는 손가락 사이로 세상의 종말을 보고 말았다. 두려움을 느꼇지만 새로 발견한 힘과 함께 천천히 그곳으로 손을 뻗어 곧 세상의 종말도 그녀의 기억 수집함에 넣어버렸다. 그 역겨운 비석을 없애버리자 그녀는 행복을 느끼기 시작했으며, 앞으로 어떠한 괴로운 기억과 마주쳐도 그녀에게 문제가 될 것 같지 않아 보였다. 그녀는 이제 자신에게 무엇이 잘못됐었는지 깨달았으며, 그것을 모두 파괴하기 시작했다. 그러고 나서 그녀는 조금 지친 모습과 함께 미소를 지으며 하늘을 내려왔고, 탑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3.3.4. 2-7[편집]
그녀는 갑자기 마음속에서 고통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녀는 두 배는 거대한 미로 탑 어느 곳에 서 있다가 뒤로 물러나 입을 가렸고, 눈은 혼란으로 가득 찼다. 그녀는 무릎을 꿇기 시작했으며, 무릎이 땅에 닿기도 전에 탑이 먼저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그녀가 모음 우울한 날들의 기억은 그녀의 주변을 맴돌았고, 천천히 쏟아지고 있던 탑의 기억들은 폭우로 변해버렸다.
그녀와 미로는 마치 떨어지고 있는 잔해 같았으며, 그녀는 떨어지고 있다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그저 혼란스러울 뿐이었다.
마침내 그녀는 다른 세상의 행복한 기억의 조각들로 이루어진 바다로 떨어졌으며, 그녀와 부서진 미로는 거대한 파도를 일으켰다. 떨어진 유리 조각들이 다른 유리 조각들을 밀어버리는 모습은, 추악하기도 했지만 아름답기도 했다. 그녀는 그 폭풍의 한가운데서 무릎을 꿇었다.
그녀는 마음속에서 찢어지는 고통을 느끼며 모든 것이 혼란스러웠다. 그녀의 주변에 있던 기억들은 기괴하게 생긴 구체로 변하여 다시금 그녀 주변을 맴돌았다. 그녀의 시야에서 사라져버린 하얀 세상에는 이제 흉측한 것들 밖에 남지 않았다.
온몸이 떨리며 불안하고 식은땀이 흘렸다. 그녀가 다시 유리 조각, '아르케아'를 들여다 보자 그녀의 마음이,
그녀의 온전한 정신이 파괴되고 있었으며,
이전에 보았던 세상의 종말이 천천히 그녀의 시야에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3.3.5. 2-8[편집]
소녀는 파괴된 하얀 세상에서 깨어난 이후로부터 수많은 감정들을 느껴왔지만, 그중 대부분은 '분노'였다. 하지만 그녀는 그 분노를 이상한 희망으로 바꿀 수 있었다. 사실 많은 계획이 있었던 것도 아니였다. 그녀는 단지 그녀의 발걸음 끝에는 무언가 좋은 것이 있을 것이라는 믿음과 함께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을 뿐이다. 희망을 가졌었고, 이 혼돈이 곧 빛으로 바뀌리라 확신했었다. 많은 시련이 그녀를 괴롭혔고, 두려움으로 사로잡힌 그녀는 완전히 무너질 수도 있었다.
그녀는 매우 감정적이었다. 그녀가 무언가와 마주칠 때마다 확실히 그랬다. 이유조차 모른채... 그녀는 고통받기 시작했다.
잔인하기 짝이 없는 운명은 희망을 품은 채 눈앞에서 부셔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소녀는 죽음의 원 안에서 무릎을 꿇고 단지 세상이 끝나는 것만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것이 바로 그녀가 느낀 첫 번쨰 '슬픔', 그리고 그것은 곧 빠르게 '절망'으로 변해갔다.
아르케아의 세상은 무의미했고, 이는 단지 세상이 사라지는 과정을 보여줬을 뿐이었다. 그 모습을 실체가 없는 형태로 비춰왔던 것이다. 그녀는 가끔 기쁘고 즐거운 기억들도 마주치긴 했지만, 이제는 과거로만 남았다. 긴 밤이 끝나고 새로운 아침이 밝아 오듯이, 그것들은 자연스럽게 끝을 맞이했고, 그녀는 천천히 그녀의 뒤에 맴돌고 있는 그것들을 바라볼 뿐이다. 그녀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렀다.
그녀가 깨어난 이후로 수많은 감정들이 스쳐 지나갔다.
그녀는 즐거웠고, 즐거움은 그녀를 떠나버렸다.
그녀는 두려웠고, 두려움도 곧 그녀를 떠났다.
분노가 그녀를 떠났다.
희망도 그녀를 떠났다.
슬픔과 절망도 이젠 그녀를 떠나버렸다.
그녀의 눈은 어둠으로 향했으며 유리 조각의 진동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 주변을 맴도는 기억들이 갑자기 부서지며 퍼져 나오기 시작했고, 그녀는 그곳을 빠져나와 눈부신 빛 아래에 섰다.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다.
3.3.6. 2-9[편집]
기름으로 오염된 바다와 같이, 저주받은 미로의 기억과 그녀가 가져온 모든 기억들이 그녀의 주변으로 쏟아져 모든 것을 엉망으로 만들었다. 그것들은 회색 덩어리로 변하며 일부는 가시처럼 돋아나기 시작했다. 그녀는 계속 어둠으로 향하며 천천히 모든 조각들을 살펴보기 시작했고... 수를 세어보았다. 심지어 눈 주변까지 날카롭게 날아와도, 그녀는 무시한 채 단지 수를 세기만 했다.
마침내 그녀는 단순한 생각과 함께 손가락을 들어 앞에 있는 조각의 일부에 신호를 보냈고, 조각들은 깨지기 쉬운 나비로 변했다. 그녀는 하얀 세상을 비출 수 있도록 나비들을 하늘로 보냈고, 다시 그녀에게 돌아왔을 때는 무엇을 보았는지 그녀에게 보여주었으며, 그녀는 또한 단순한 생각과 함께 그 날개를 찢어 버려버렸다. 그녀가 계속해서 더럽혀진 바다를 걷는 동안, 그녀의 길 앞에 나타난 모든 잃어버린 시간의 기둥들이 하나같이 부서지고 흩어져 버렸다.
시간이 지나고, 그녀는 변했다.
그녀는 더 이상 기억을 모으려 하지 않았고, 멍하니 세상 속을 걷기만 했다. 그녀 자신도 어렴풋이 깨닫고 있었지만, 이미 의지를 잃어버린 것만 같았다.
그녀는 파괴의 잔해 속에서 발견한 파라솔을 빙빙 돌리며 탑의 잔해 옆을 걷고 있었다. 우울한 날들을 비추고 있는 유리 조각들은 아무 말 없이 하늘에서 그녀를 향해 비끄러져 내려와 반짝이는 까마귀로 변하였으며, 그녀는 그것을 도구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날이 지나고, 부서진 타워에서 그녀는 이제 이런 형상의 원인일 만한 혼돈의 아르케아와 더욱 잘 어울리게 되었다. 그것은 빛나는 하얀 세상속의 그녀가 닿지 않는 곳에서 계속해서 그녀를 향해 속삭였다. 너무 부신 나머지, 그녀는 그것을 파괴시켜버리고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이 까마귀들은 계속해서 그녀를 병들게 했다. '이 세상은 공허하다'라고 반복할 뿐이었으며, 그녀도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녀는 더 이상 여기에서 다른 누군가를 찾으려 하지 않았다.
그녀는 이 암울한 운명을 같이 짊어질 누군가를 발견할 희망을 품었지만, 결국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이 절망감을 살아있는 무언가에게 표출하고 싶었다. 즉, 누구를 다치게 하고 싶었던 것이다.
4. V-1[편집]
폐허는 다른 광경처럼 매우 흔하게 보였지만, 빛의 소녀는 발걸음을 옮기며 주의를 기울였다.
그녀는 무엇이 파괴되었으며 왜 그곳에 있는지,
지금 그녀가 헤매고 있는 세상이 과거를 가지고 있는지,
또는 처참한 광경들은 단순한 우연일 뿐인지 궁금해졌다.
그녀는 알지 못하는 행복감에 굴복하지 않고 이 의문에 대해 생각해야만 한다고 느꼈다.
만약 그녀가 이유를 원한다면, 그마저도 이 세상을 알아가는 것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건 또 다른 세상인 걸까?
그녀는 아르케아를 통해 보이는 것들을 그렇게 생각했고,
탑과 건물들이 부셔지지 않은 상태의 이 세상은 어떨까라는 궁금증을 자아냈다.
그런 세상을 볼 기회가 생긴다면...
파괴된 흔적을 보아 강력하고 거대한 힘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녀는 파괴되기 전의 이곳은 분명히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아름다운 장소였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과거가 있다면, 이는 유감스러운 일일 것이다.
그곳에는 오직 그녀뿐이었고, 그녀는 의자와 부서진 양초 사이로 걸어갔다.
그러다 그녀는 갑자기 느껴진 인기척 때문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녀의 왼편에 있는 부서진 벽 뒤에 누군가 서 있었던 것이다.
예전의 그녀라면 순진하게 미소를 지었겠지만, 이번에는 그러지 않았다.
그림자에 가려진 소녀를 바라보는 그녀는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기쁨을 감출 수는 없었다.
기억이 아닌, 여기 이 세상과 그녀의 눈 앞에 다른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혼자 걸어온 그녀의 앞에,
다른 생명체, 숨을 쉬는 사람이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그 소녀는 그녀를 눈치채지 못했다. 소녀는 파라솔 아래에서 잠을 청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어두운 형상은 세상과는 확연히 달랐고, 먼곳에서도 밝게 빛났으며,
그래서 그녀는 그 소녀가 아마 꿈 아니면 걸어다니는 기억이라고 착각을 했다.
그녀는 입을 열고 말을 걸어보았다. 그러자 그 소녀도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다.
슬픔과 악을 잊어버리고 잠이 들었던 그녀가 깨어나,
그녀 앞에 있는 새하얀 소녀를 바라보았다.
그 빛나는 숨결에서 새어 나오는 안도감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고,
어둠의 소녀는 눈이 부신 상태로 질문을 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녀는 질문 대신 눈썹을 추켜올렸고, 파라솔 손잡이를 더욱 힘껏 잡았다.
그녀의 마음으로부터 뒤틀린 기쁨이 흘러나왔고, 멈출 수 없었다.
기쁨은 그녀의 얼굴을 타고 올라갔으며, 혼돈의 소녀는 빛의 소녀에게 숨길 수 없는 미소를 보였다.
5. Adverse Prelude[편집]
5.1. 해금 조건[편집]
5.1.1. V-2[편집]
벽도 지붕도 없는, 남아 있는 거라곤 앙상한 의자의 뼈대와 꺼져버린 하얀 초들 뿐인 교회에 검은 옷의 소녀가 오래된 문 가까이 서서 방금 만난 한 사람을 쳐다보고 있다.
생각해보면 그리 복잡한 상황도 아니다. 오랫동안 홀로 방황했던 그녀 앞에 마침내 따뜻한 피가 흐르는 진짜 인간이 나타났을 뿐. 그러나 그녀는 설레지도, 흥분하지도 않는다. 그녀는 자연스럽게 미소를 짓는다. 가식적인 미소다. "만나서 반가워요." 라고 그녀가 흰옷을 입은 소녀에게 말을 건다. 진심은 하나도 담기지 않았다.
"이름이 어떻게 돼요?" 그녀의 메마른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그제서야 그녀는 자신이 얼마나 오랜만에 말을 하는 건지 깨닫게 되었다.
"내... 이름? 나는... 잘 모르겠어." 빛의 소녀가 대답한다. "너는? 너는 이름이...있어? 음... 내 말은..."
그녀는 질문에 답하지 않는다. "특이하네..." 라고 그녀는 화려하게 장식된 벽을 바라보며 중얼거린다.
흰옷을 입은 소녀의 얼굴에는 귀찮다는 표정뿐이다.
이상한 만남이었다. 빛의 소녀는 어둠의 소녀가 얼마나 열정적이지 못한지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정작, 어둠의 소녀의 관심은 다른 곳에 있었다. 차가운 바람을 만난 불처럼 그녀의 희망이 깜박거리며 희미해져 가는 느낌이다. 이제 그녀 안에는 불편함, 걱정 그리고 경계심만 커져간다. 두 소녀 사에 감도는 섞일 수 없는 불편한 분위기를 두 사람 중 하나는 틀림없이 느꼇을 것이다. 그녀에게 그들의 만남은 마치 하늘이 내려준 인연이라고 생각되었을지도... "뭔가 잘못됐어." 지금까지 줄곧 여기에 있었던 유리 조각이 불규칙적으로 흩어져 그 기묘한 느낌을 비췄다.
유리 조각들은 그녀들의 바람과는 상관없이 먼저 다가왔다. 흰옷의 소녀에겐 "행복"이, 검은 옷의 소녀에 "비극"이. 그랬던 유리 조각들이 지금은 하늘 위에 가만히 떠있을 뿐이다. 백 개의 거울들 중 반은 얼어붙은 듯이 그녀들을 에워싸고 있고, 나머지 반은 그녀들이 있는 세계의 나머지 '공간'을 비추고 있다. 흰옷의 소녀가 거울들을 불러보았지만, 조금의 미동도 없다. 공포와 행복이 공존하고, 똑같이 반짝거리며 똑같이 정지되어 있다. 이는 그녀들을 동요시키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단 한 조각, 그녀의 부름에 응답하고 그녀가 만질 수 있는 것이 그녀를 자유롭게 해줄 것이다.
그녀는 어둠의 소녀를 뚫어져라 바라본다. "만약, 우리가 한 배를 탄 거라면, 같이 지내는 건 어떻게 생각해?" 라며 히카리가 용기를 내어 다가간다. "서로를... 서로를 도와줄 수도 있고, 아마도... "
그녀는 잠시 말을 멈춘다. 다른 소녀는 한 폭의 그림 같은 하늘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듣고 있지 않는 것 같아 보이지만, 사실 검은 옷의 소녀는 흰옷의 소녀가 하는 모든 말에 온갖 신경을 집중하고 있다.
"아마도..." 라고 검은 옷의 소녀가 끝말을 되풀이한다. 희미하다... 이 비참한 세계로 환생한 후로, 검은 옷의 소녀는 자신의 영혼이 따분하고 깊은 심연에 빠진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흰옷을 입은 소녀의 말을 들었을 때, 그녀는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어떤 무언가가 매우 짧고 매우 약하게 아른거리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그 작은 무언가가 깨어난 이후로 그녀를 끊임없이 숨막히게 했던 좌절감의 장막을 찢어낼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계속 든다.
이 세계에서 먼저 눈을 뜬 소녀, 타이리츠의 남은 기억 속에는 "종말"에 반기를 들고 포기라는 걸 모르던 소녀가 아직 남아있다. 그녀는 두 번째 기회를 원했다.
그러나 그녀의 그런 성의 없는 태도는 그녀 앞에 서있는 소녀에게 신뢰감을 주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들의 만남에는 여전히 조심스럽고 신중한 기운이 감돈다. 이 세계에서 다시 깨어난 히카리는 아르케아는 아주 이쁘지만, 생각보다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그러나 두 소녀는 아르케아가 자신들을 더 좋은 곳으로 데려가 줄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있다.
5.1.2. V-3[편집]
대화는 계속 이어진다.
"서로 불러줄 수 있는 이름이라도 있었으면 좋을 텐데."라고 갈라지는 목소리로 타이리츠가 말한다. 그녀의 눈에서 다시 삶에 대한 희망이 사라지기 시작한다.
히카리가 조금의 불편함과 함께 타이리츠의 반응을 눈치챈다. "그것으로 가득 찬 세상에 대한 아무 기억이 없다는거, 생각하는 내내 기분이 좋았다고는 말 못 하겠어."라고 타이리츠가 털어놓는다.
마침내 그들은 같은 자리에, 그러나 그리 가깝지 않게 함께 앉는다. 두 소녀는 원래 맨 앞줄이었던 자리에 앉았고, 그들 앞에는 넓고 평평한 바닥이 펼쳐져 있다. 흰옷의 소녀는 구부정하게 앉아 그녀가 새롭게 알게 된 사람을 걱정되는 눈으로 가만히 응시한다. 검은 옷의 소녀는 그들 앞에 있는 빈 공간을, 하늘을, 거창하기만 한 건축물을 하나하나 찬찬히 쳐다보고 있다. 그러나 흥미가 있어서 쳐다보는 건 아닌 것 같아 보인다.
멍하니 건축물들을 쳐다보면서, 그녀가 입을 연다. "이 유리 조각... 이걸 뭐라고 부르는지 알아?"
"뭐? 아... 왠지 모르겠지만, 뭐라고 부르는지 알고 있어.'아르케아'야."라고 히카리가 대답한다.
"나도 그래. 잘 모르겠지만, 그냥 알 것 같아."라고 말하며 히카리 쪽을 쳐다보며 타이리츠는 말을 이어갔다. "그럼 우리가 어떻게 다른 건데? 다른 존재라던가..."
히카리는 미안한듯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생김새가 다른 거 빼고는 그다지..."
"그럼 한번 찾아보자. 유리 조각을 들여다보면 무슨 기억이 보여?"
"대부분 행복한 기억들이야."라고 히카리가 대답하자,
타이리츠가 한숨을 내쉰다. "그럼 우리는 반대의 존재야..."라며 그녀는 씁쓸하게 그녀의 발끝만 바라본다. "우리 둘만 이 세계에 존재한다고 쳐보자. 만약 우리 생각이 맞는 거라면, 우리 둘이 만날 때는 뭔가 이뤄지는 게 아닐까?"
"너는 '아르케아'를 보면 행복한 기억이 안 보인다는 거지?"하고 히카리가 다른 소녀 쪽으로 약간 몸을 기울이며 묻는다.
"응 맞아. 미안해..."
"...원래 그런 건가 봐."타이리츠가 대답한다. 잠시동안 그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잠시 후 타이리츠가 그 침묵을 깼다.
"그런데 네 말은... 너의 그 행복한 기억들조차 여기서는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거야? 응? 내말이 맞아?"
히카리가 말없이 고개만 끄덕인다."상처 줄 맘은 없었어. 단지 내가 깨어난 뒤로 조금 힘들었거든. 그던데...들어봐. 내가 예전에 이 하늘을 다 가릴 만큼의 조각들을 모은 적이 있어. 그런데 그때, 새로운 하늘이 나를 거의 죽일 뻔했지... 빛이 내 정신을 서서히 망가뜨리는 것처럼 느껴졌어... 솔직히 말하자면, 내 잘못이 크긴 하지만 말이야."
두 소녀는 서로에게 좀 더 솔직해지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히카리가 그녀의 빛으로 가득 찬 천진난만하고 위험한 여행에 대해서 얘기한 후, 타이리츠는 어둠의 소용돌이를 통해 그녀의 비극적인 투쟁을 냉정하게 되짚어본다. 두 소녀는 여러모로 다르다. 그러나 확실한 공통점은 둘 다 무의미한 세계에서 의미를 찾는다는 것. 그녀들을 둘러싸고 있는 세계는 아름답지만, 잔인하다.
히카리는 굳게 다짐했지만 낯설고 무정한 이 세계는 히카리가 마음먹은 대로 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고, 그녀도 곧 이 세계의 무서움을 느꼈다. 이 세계는 타이리츠에게 상처만 남겼다. 끊임없이 강요되는 폭력과 분노가 그녀 안에서 거센 파도처럼 일렁였다. 타이리츠는 히카리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었지만, 그들이 대화를 하는 내내 그녀 안에서 뿜어져 나오려는 다양한 충동을 억누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녀는 그녀 옆에 있는 이 소녀에게, 매혹적이지만 순진무구한 그런 소녀에게, 온갖 감정을 쏟아내고 버리고 싶어 한다. 타이리츠는 자꾸 손에 힘이 풀리는지 반복해서 양산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 히카리는 그런 그녀의 행동을 놓치지 않는다.
오히려 눈에 띄었다. 두 사람 모두 떨리는 손에 신경이 쓰였다.
그러나 그들은 계속해서 대화를 이어간다.
"난 그저... 나 말고 다른 사람을 만나고 싶었어."라고 타이리츠가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며칠 전만 해도 내가 원했던 건 그거 하나뿐이었어. 그런데... 내가 저 검은 껍질을 깨고 나오는 순간부터 그런 순수한 갈망을 감당할 수가 없었어. 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고. 내가 조금의 감정이라도 느낄 땐, 순수한 바람같은 건 품고 있을 수 없게 돼버려. 내게 허락된 건 불쾌하고 사악한 충동들뿐이야. 역겨워. 난 망가져 버린거야..." 타이리츠가 히카리를 바라본다. "지금도 봐, 너를 해치고 싶은 나 자신을 주체할 수가 없잖아."
"괜찮아..."라고 히카리가 다독인다. "만약 내가 그런 끔찍한 기억들을 봐왔더라면, 나도 똑같았을 거야. 그런데 말이야, 네가 틀린 게 하나 있어. 내 생각에 네 마음은 네가 생각하는 만큼 고장 나지 않았어."
타이리츠는 어떻게 그게 가능하냐는 질문 어린 눈으로 히카리를 바라본다.
"봐, 지금도 망설이고 있잖아."라고 히카리가 설명을 이어간다. "날 지금 죽이지 않고 망설이는 네 모습이 좋은 사람이란 걸 말해주고 있다고. 너는 강해." 그녀는 미소를 짓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너는 나보다 훨씬 강해." 화창한 하늘을 바라보며 말한다.
그녀는 타이리츠의 눈을 다시 바라보며 "네가 날 살려줬어."라고 이어간다. "그런데 넌 네 자신이 살려냈지."
타이리츠의 마음속 떨림은 희미한 빛을 띄고, 고통은 그녀 안에서 서서히 퍼진다. 히카리는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고 타이리츠가 생각한다. 그녀는 실패했다. 미로가 무너진 그날, 예전의 타이리츠는 죽고 말았다. 그 후 그녀는 아무 감정도 느낄 수 없었다. 감정이란 것이 돌아왔을 때, 그녀에게는 경멸밖에 남지 않았다. 흰옷의 소녀를 만났을 때조차, 반가움 대신 검을 쥐고 달려가 그녀를 베고 싶었다.
그녀를 구한 건 그녀 자신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녀는 단지 해칠 사람을 찾고 있었던 게 아니었나 보다. 아마도 그녀는 자신에게 마지막으로 남은 한 줄기 희망을 선물해 줄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던 게 아닐까. 히카리는 직접 위로하기에는 너무 온화하고 아직 의심스럽지만, 그녀의 존재와 부족한 공격성은 그녀가 아마 마지막 한 줄기 희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타이리츠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은 바로 저 순수한 자각이다.
타이리츠의 상태가 조금 이상하다. 히카리는 그녀의 상태를 눈치채고 그녀 쪽으로 향한다. 그러나 히카리 역시 그녀에 대한 의심이 조금 남아 있었기에 완전히 다가가진 못한다. 하지만 히카리는 타이리츠 앞에 서서 손을 반쯤 뻗어 어둠의 소녀를 일으켜 세운다. 히카리는 손을 내리고 뒤로 한 발짝 물러난다. 그러자 유리 조각들은 그녀들을 둘러싸고, 그녀들의 행동에 반응하며 각기 다른 색으로 빛나기 시작한다. 유리 조각에 비친 상을 어디선가 본 듯했지만, 그것은 불가능하다.
처음 보는 광경이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가장 이상하고 비정상적인 기억들이 아주 짧게, 그리고 사악하게 깜빡였기 때문이다.
5.1.3. V-4[편집]
두 소녀는 조금 떨어져 서있다. 타이리츠는 자신의 가슴 위에 손을 올려 주먹을 꽉 쥐고 거친 숨을 몰아쉰다. 그러나 그녀가 생기를 되찾았을 때, 그녀의 얼굴엔 흰옷의 소녀에게 표할 고마움이 조금도 보이지 않는다. 히카리가 마지막으로 타이리츠를 안심시킨다. 이것이 마지막일 필요는 없다. 이 눈부신 순백의 지옥을 빠져나갈 방법은 여전히 존재한다.
타이리츠는 숨을 내쉬며 희미하지만 환한 미소를 짓는다. "우리 뭐라도 해보자."라고 그녀가 말한다.
"이 터무니없고 빌어먹을 세계가 뭔지 알아내보자고."
"비.. 빌어먹을만한.. 건 아냐."라며 히카리는 약하게 반항하며 살짝 힘주어 웃는다. 히카리는 다른 소녀에 대해 다 알지는 못하지만, 한 가지는 확신한다. 보이는 것만이 사실이 아니며, 그녀는 사악하지 않다고... 사실 그 반대라고.
그 사실 하나만으로 서로의 손을 잡는 데 충분하다. 결국 '좋은 사람'이란 단어는 그녀를 표현할 정확한 단어는 아니다.
선뜻 받아들일 수 없는 단어이다.
히카리가 그렇게 생각에 잠겨있는 동안, 타이리츠의 분위기가 변한다. "뭘 보고 그런 소리를 하는 거야?"라고 타이리츠는 헐떡거리는 숨을 넘기며 비난에 찬 목소리로 묻는다. 상대방을 매몰차게 파고드는 그녀의 눈은 생기가 거의 없다. "하긴 넌 나보다 더 잘 알겠지? 이곳은 즐거움과 기쁨에 둘러싸인 여자애를 눈 하나 깜빡 안하고 뻔뻔하게 망가뜨려버릴 수 있는 그런 곳이라는 걸 말이야." 그녀는 똑바로 서서 숨을 천천히 내쉰다. 시선을 히카리에게 고정시킨 채 손을 가슴팍으로 가져와 양산을 꼭 쥔다. "그건 불공평하잖아. 안 그래?"
확신에 찬 타이리츠의 강인함이 히카리를 잠시 주춤하게 만들었지만, 히카리는 더 이상 움츠려 들지 않기로 했다. 그녀는 자신감을 가지고 똑바로 서서 그녀의 생각을 똑똑히 전한다.
"우리는 살아있는 존재야."라고 운을 뗀다. "그리고 세상이 이걸 허락한다면, 최악은 면한 거잖아?"
"뭐...?" 타이리츠가 진심을 다해 히카리를 노려본다. "아니야... 세상이 우리에게 삶을 허락한다면, 그 삶을 해악과 슬픔으로 괴롭힐 생각뿐이라면, 그런 세상은 공평하지 않아."
"그... 그런 게 아닐 거야. 단지..."
"단지?" 타이리츠가 따지며 묻는다.
"단지, 그건 좀 단편적인 생각인 것 같아! 네가 정확히 하고 싶은 게 뭐야?"
"파멸. 이 세계, 유리 조각, 모든 것을 파멸시킬 거야. 모든 것을 파멸시킬 방법을 찾아낼 거야. 그래야 공평한 거 아냐?"
타이리츠는 진심이다. "너도 이 말에 공감할 텐데? 나에게 이 세계는 감옥이였어. 너에게는 이 세계가 값비싼 감옥이 아니고 뭐였니?"
"파멸시킨다고...? 만약에... 만약 정말 그렇게 할 수 있다고 해도, 그건 모든 걸 소멸시켜 버릴 거라고! 이 세계는 우리가 확실히 '존재'한다고 알고 있는 세계잖아. 그런데... 왜... 하... 그래, 우리가 여길 어떻게 해서 없애버린다고 쳐. 그렇게 되면 우리는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해? 아니, 너 설마... 여기서 살아있는 것보다 죽는 게 낫다는 거야?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맞아. 죽는 게 훨씬 나아." 타이리츠의 대답에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다.
이런 답을 예상하지 못한 히카리는 말을 잃는다. 타이리츠의 말은 너무 무서웠으나 동시에 슬프게 다가왔다.
히카리가 아무 말도 못 하는 동안, 타이리츠는 계속해서 질문을 쏘아붙인다. "다른 방법이라도 있는거야? 계획이라던가?"
"아니야... 그런 거 없어. 난 그저 너와 함께... 함께 방법을 찾고 싶었어."라고 히카리는 대답했다. 그녀의 말투에는 실망감이 뚜렷하게 느껴진다.
타이리츠가 마지막으로 깨어났을 당시, 깨달은 게 하나 있다. 그리고 그 깨달음이 그녀를 멈추게 만든다. 새롭게 동료가 된 이 소녀를 마구 몰아 세우는 것은 너무나도 쉽다. 그녀도 말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다. 단지, 그녀는 다시 커져가는 희망을 보면서 서로를 만나기 전까지 자신이 얼마나 차가웠는지 알게 되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희망을 직면할 때 그녀는 이해가 아닌 비난만 쏟아붓는다. 그녀가 이렇게 옹졸한 존재였나? 과거에는 그녀의 신념이 전혀 그녀에게 만족감이나 평화를 가져오진 않았다. 하물며 해결책도 아니였다. 그녀의 의지는 그녀를 암울함으로 얼룩진 어두운 가시밭길로 끌어내렸을 뿐이다. 이 기억을 떠올리고, 그녀는 이제 타올라도 좋다고 확신하며 지폈던 가슴속에 그 불을 다시금 꺼버린다.
만약 그녀가 히카리의 손을 다시 잡고 싶다면, 받아들여야 한다. 그것이 무엇이든.
"미... 미안해." 타이리츠는 사과하며,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잠시 동안 고개를 푹 숙인다. "나도... 같은 생각이야. 나도 새로운 걸 찾고 싶어."
히카리는 타이리츠를 만나고 난 후 낮았던 자신감을 다시 조금 되찾고 있다. "괜찮아. 너는 내가 상상도 할 수 없는 시간을 여기에서 보냈잖아."라고 그녀가 새로운 친구를 위로한다.
그러나 타이리츠의 가슴속에 맺힌 그 의로운 불길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했다.
하지만 그 불길은 섬광처럼 짧은 순간 동안만 타올랐고, 어느새 멈춰진 채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유리 조각의 분열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유리 조각이 하나둘씩 깨어나고, 원래 그들이 숨어서 보이지 않았던 곳으로 서서히 떠내려가기 시작한다.
"희망을 잃지 마."라고 빛의 소녀가 말한다. "괜찮을 거야."
빛바랜 색깔을 비추며 유리 조각이 그들 사이로 곧장 다가온다. 조각들은 두 소녀의 시선을 사로잡았지만, 검은 옷을 입을 소녀에게만 기억이 보인다.
5.1.4. V-5[편집]
끝이다.
어둠만으로 가득한 그녀가 깨진 유리창을 통해 다른 시간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그녀가 다시 미소를 짓는다.
그녀는 정말 바보가 아닐 수 없다. 흰옷을 입은 소녀가 아닌, 검은 옷을 입은 소녀 말이다.
유리 조각에 비친 것은 기억이 아니다.
그럴 리가 없지. 그녀가 보고 있는 건 미래다. 그녀가 미리 예상 했어야 하는 미래, 바보, 어리석은 공상가.
유리 조각은 그녀를 비췄고, 비춰진 그녀는 날카로운 유리 조각에 찔려 있다. 상처는 불에 타는 듯한 아픔으로 그녀의 옷과 몸을 고통스럽게 태우는 것 같다.
그녀 뒤로는 텅 비어 황량할 뿐인 아르케아의 땅이 광활하게 펼쳐져 있고, 그녀 앞에는 왠지 모르게 익숙한 모습의 흰옷을 입은 소녀가 서있다. 비록 소녀의 감정은 알 수 없지만, 두 눈을 감고 한 팔로 기둥을 감싸며 서있는 그 소녀의 후광은 눈이 부실 정도다.
그 소녀가 지금 그녀 앞에 서있다. 그녀가 지금 막 만난 그 소녀. 이건 기억이 아니다, 앞으로 나아가야 할 미래이다.
이를 마주한 타이리츠는 자신을 더욱 숨긴다. 그리고 그동안 못 본 척 지나쳤던 단 하나의 진실과 맞선다.
그녀의 신념은 상관이 없었다. 이 세계에서 그녀는 마음에 드는 걸 찾을 리가 없다.
그 마지막 희망은 이제 검게 물들어 절망에 빠졌고, 잊혀졌다.
또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지? 그녀가 바라던 건 무엇이었을까? 어리석음. 귀찮음, 눈먼 어리석음.
귀찮은 노력. 귀찮은 기억. 귀찮은 존재.
귀찮아. 최악이야. 지겹다. 지겹다. 그녀 자신이 싫증난다. 끝날 것 같지 않은, 어디서 본듯한 지긋지긋한 상황들이 싫어진다.
기적? 없어...
그녀는 스스로에게 말했다. 이 세계는 지옥이라고. 그리고 그녀는 알고 있다. 오래 전 사라진 세상의 깨어져버린 신념들, 천사들도 언젠가 타락하여 악마의 모습으로 깨어 날 수 있는, 그런 세상이라는 것을.
빛의 소녀가 딱 그렇다. 빌어먹을 마지막 순간에, 그녀의 가슴속 작은 구덩이는 점점 커져간다. 그 구덩이는 순식간에 모든 것을 헛되이 낭비하고 소멸시킨다. 그리고 그곳에는 차갑고 끝없는 균열만이 남는다.
어둠이 살며시 그녀의 내면을 덮고 그녀의 생각을 집어삼켜 버리려 할 때, 그녀의 눈에 다른 소녀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것도 아주 선명하게.
유리 조각에 시선을 고정시킨다. 그러나 그녀의 눈은 불안함으로 가득하다.
그녀는 알고 있다. 지금 그녀는 상대방의 눈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있다. 뻔히 보이면서도 한마디도 못 할 것이다.
불안한가? 긴장되나? 태연하군. 용서할 수 없다.
분노는 증오와 혐오로 변하여 눈에서 넘쳐 흘러버린다.
사악한 배신자, 사악하고 사악한 세계. 그녀는 유리 조각을 통해 그곳에 가만히 서 있는 히카리를 바라보며 양산을 쥔 손에 힘을 더 준다.
타이리츠의 악한 의도가 들켜버렸다. 그녀는 그 자리에 얼어붙어 버린다. 우습다.
타이리츠는 눈을 찡그리며 자신 안에 키워왔던 남은 감정들을 없앤다.
결국 그녀에게는 아무 감정도 남지 않게 되고, 그 순간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깨닫게 된다.
그러나 거울은 한곳만 향해 있다. 혐오스럽고 황량한 운명만을. 히카리는 이 이상한 유리 조각을 볼 수 없다.
타이리츠의 안색은 점점 어두워지지만 히카리는 혼란 속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녀는 무언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러나 실은 어둠이 두 소녀의 손길에 의해 하늘로 밀려 올라가며 소멸되는 것처럼 보인다.
어둠이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올수록 그녀의 호흡은 점점 짧아진다. 그녀는 뒷걸음질 친다. 그녀는 그녀의 눈을 믿을 수가 없다. 아니, 전혀 믿고 싶지 않다.
그녀는 끔찍한 시련과 눈을 멀게 만들 만큼 눈부신 하늘 아래에서도 살아남았지만, 아무런 이유도 없이 무언가가 또다시 그녀를 무시무시한 모험 앞에 데려다 놓았다.
그러나 그녀는 살아남았다. 이제야 그녀는 확실히 알게 되었다. 생존을 위한 투쟁에는 타협이 없다는 것을.
이런 생각을 가슴에 품고도 히카리는 엄청난 실수를 저지른다.
가장 바닥이었던 순간, 그녀에게 안정감을 주고 삶의 방향을 알려주었던 유리 조각을 향해 하얀 손을 뻗어본다.
그녀가 그것을 가슴 언저리까지 가져왔을 때, 타이리츠의 온몸에도 소름이 돋는다.
다시는 비극을 마주하지 않으리라는 확신을 가지고, 타이리츠는 히카리에게 예고도 없이 다가가,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그녀의 삶을 잡아볼 준비를 한다.[1]
6. Black Fate[편집]
6.1. 해금 조건[편집]
6.1.1. VS-1[편집]
히카리.
타이리츠.
서로가 만약 서로의 이름을 알았더라면, 적어도 자기 자신이 누군지 알고 있었다면 그들의 이야기가 조금은 달라졌을까? '빛'과 '대립'... 기이하고 특이한 이 세상에선 너무나 고귀한 이름...
그들은 의미를 이해하고 다른 길을 찾으려 했을까?
적어도 다른 방향으로 향해보거나, 왔던 길을 돌아가거나, 또는 자신의 선택이나 어떠한 환경이라도 받아들였다면... 그 행운의 바퀴를 굴렸다면 그들은 이 필연적인 대립관계가 아닌 여전히 그들은 필연적인 대립관계로 만나게 됐을까?
자신의 이름조차 알지 못하는 히카리는 아직 확신할 수 없다.
타이리츠도 마찬가지로 운명적인 지식에 저주받았으며, 그들 사이에 충돌이 발생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것이다. 아무것도...
두 소녀는 영원히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
이것이, 이 모든 것들이 오직...
"아!"
적의 검날이 다가온 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 히카리의 목소리가 세어 나왔다.
그리고 그녀가 손을 한 번에 들어 올리자 유리들이 서로 부딪혔다.
그것들은 깨지지 않은 채 빛났고, 평화롭던 히카리는 창백한 얼굴로 괴로움과 두려움을 느끼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진심 어린 대화가 심장이 두근거리는 충돌을 일으켰다.
다른 소녀에 강한 기운에 압도되어 주춤한 그녀는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그녀의 피부는 차가워졌고, 숨을 쉴 수 없었다.
그녀는 눈을 질끈 감은 채 자신을 공격하려는 소녀를 보자 자신이 공격받는 이유가 그녀 내면을 할퀴고 통제하는 공포심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타이리츠의 검날이 그녀의 목을 더 팽팽하게 조여와도 그녀는 저항할 수 없었다.
그보다, 그녀의 손바닥이 땀으로 가득 찼고 숨은 멎는 것 같았다. 그녀 앞의 소녀 때문이었다.
조금 전 비극과 슬픔을 느꼈던 소녀, 하지만 이제는 완전히 변한 것 같았다.
그 소녀는 동료나 친구처럼 다정하게 말하지 않았었다. 감정이 있는 인간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녀의 응시는 무언가 목적에 차있었으며, 턱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너무 꽉 쥔 손가락은 이제 붉게 변해 있었다.
마치 검은 짐승 같았다. 악의로 가득 찬 그늘과 함께...
6.1.2. VS-2[편집]
평화롭게 해결해보자.
공통점을 찾아보자.
약해지지 말고, 주춤거리지 말자.
히카리는 이러한 생각과 함께 뒤로 물러났다.
그들은 모두 셀 수 없는 기억 속에서 수많은 전투의 고통을 봐왔지만,
간접적인 회상이 삶과 죽음 사이의 진정한 사투를 대신할 수는 없는 법.
자비 없는 그들의 검날이 다시 부딪혔다. 타이리츠의 공격은 악의로 가득 차 있었으며,
히카리는 필사적으로 움직이며 피하고만 있었다. 그녀는 오직 방어만 하며 반격하지 않았다.
싸우지 않고 해결할 방법이 있다면, 그녀는 당장이라도 그렇게 했을 것이다.
하늘 아래 램프와 의자가 놓여진 파괴된 교회에서 그들의 전투는 계속되었다. 둘은 복도 사이로 이동했다.
타이리츠는 놓지지 않으려 히카리의 발을 따라 움직였다.
히카리는 한때 그녀를 도왔던 유리 조각을 들어 올려 다음 공격에 대비했다.
그러나 타이리츠는 공격해 오지 않았다.
대신 검은 우산이 공기를 빠르게 가르며 그녀의 방어를 무자비하게 강타했다.
"크윽...! 하...!" 그녀는 헐떡거리며 신음을 내쉬었다.
불이 마치 그녀의 손과 손가락을 집어삼키는 것 같았으며, 그녀는 손이 부러졌을 거라고 확신했다.
조각이 그녀에게서 떨어져 나가며 그녀는 무방비 상태가 되었고, 고통을 느낀 소녀는 즉시 그녀로부터 떨어졌다.
조금 놀란 히카리였지만 그녀의 첫 점프는 흔들림과 추락 없이 깔끔했다.
그녀는 드레스를 펄럭이며 다시 뒤로 점프하였고, 다음 공격을 피하기 위해 의자 위에 서 있었다.
너무나도 가깝다... 대화로 해결할 수는 없을까?
심지어 그렇다 해도, 그녀는 할 수 있는 말이 없다.
말할 기회조차 가질 수 없을 것이다.
만약 전하고 싶은 말과 기회가 주어진다고 해도, 그녀의 목소리를 낼 준비가 필요하다.
소녀로부터 충분히 떨어진 곳에서...
다시 검날이 향해왔다.
이번에는 볼을 노린다. 빠르게.
그와 동시에, 그것은 그녀의 피부를 스쳐 지나갔다.
6.1.3. VS-3[편집]
히카리는 다시 숨이 차올랐다. 그녀의 손이 왼쪽 얼굴로 향했다.
떼어 낸 손바닥과 손가락에는 불행하게도 이젠 너무 친숙한 색깔의 피가 묻어 나왔다.
다시 한번... 그녀는 창백해졌다.
그녀는 다시 뒤로 물러나 양팔을 부여잡고 떨림을 멈추려 노력했고, 무언가 말하려는 듯 침을 삼켰다.
그리고는 조용하게 말했다.
"그만..."
이번에는 조금 더 크게 말했다.
"제발 그만해..."
또 다른 유리 조각이 화살처럼 공중에서 날아왔고, 1초도 채 안될 거리에 있었던 그녀는 가까스로 피했다.
하지만 결국 다시 그녀의 팔을 스쳐 지나갔다.
참지 못한 그녀는 소리쳤다. "이제 그만둬!"
"네가 뭘 하려는지 알아."
타이리츠가 의자 5개 정도 떨어진 곳에 착지했고, 히카리는 다시 입을 다물었다.
"넌 도대체 뭐지? 세상이 창조한 악마인가?" 타이리츠가 물었다.
"뭐?!"
"아니면 단지 날 사냥하기 위해 죽은 곳에서 온 또 다른 조각?"
"아니야! 난..." 히카리가 소리쳤다.
"너도 네 자신이 누군지 모르는군..." 타이리츠가 혼자 중얼거렸다.
그때 히카리는 수많은 아르케아 조각들이 다른 소녀의 주변을 날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마치 소녀를 감시하는 것 같았다. 그녀는 그것들을 주의깊게 바라봤고, 타이리츠는 말을 이어가며 분노에 찬 목소리를 냈다. "네가 나를 찾았다는 뜻은... 네가 좋은 쪽은 아니라는 뜻이야."
그리고 이 소녀가 과거에 대해 말한 것을 기억하는 히카리는 그것이 무엇인지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음을 여전히 깨닫고 있었다.
"난 그런..." 그녀는 방어 자세를 취하며 말했다. 또 다른 유리 조각이 다가오며 그녀의 귀를 스쳤다.
그녀는 눈을 감고 눈물을 흘렸다.
살아남으려면...
...이렇게 포기할 수 없었다.
히카리는 시선을 아래로 떨군 뒤, 이제서야 조각을 만질 수 있다는 이상한 사실을 깨닫지 못한 채로
새로운 유리조각을 그녀의 손에 가까이 불러들였다.\\[2]한 무리의 조각들도 그녀의 뒤를 감쌌다.
그녀는 머리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히카리는 친구로 남았으면 하는 소녀를 다시 한번 마주한다.
6.1.4. VS-4[편집]
그들은 출구에서부터 금속이 아닌 유리처럼 충돌했다.
검은 소녀가 새하얀 소녀에게 달려들수록 기억의 조각들이 조잡하게 그들을 맴돌았다.
둘은 팽팽함을 유지했다. 히카리는 싸우기로 결심했으면서도 마음속 한편에 이 전투가 피로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희망이 있었다. 그러나 그녀를 감싸는 조각이 빠르지 않더라도, 완전한 연습을 거치지 않았어도, 그녀는 항복하지 않았다.
조각들은 히카리를 노리는 타이리츠의 창을 막기 위해 그들의 힘이 닿는 만큼 꾸준히 모양을 변화시키며 히카리를 보호했다. 히카리의 눈은 유리보다 날카로웠고, 강제적으로라도 검은 소녀를 진정시키고 평화롭게 끝내기 위해 항상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그러나 간단하지만은 않다.
아르케아의 기형적인 길과 언덕이 펼쳐진 교회의 외부에서 타이리츠를 막을 자는 없었다.
계속해서 가까운 거리를 유지하며 그녀가 지나간 자리에는 유리 조각들이 넓게 날아갔다.
그녀가 억세게 따라붙을 때마다 히카리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방어했다.
그녀의 맥박은 매우 빨랐고, 손에서 시작됐던 땀은 이제 몸 전체에 끔찍한 소름을 일으키며 흐르고 있었다.
보이지 않는 검들이 부딪히고 빠른 조각들이 창으로 변해 그녀의 목에 가까워지기 전까지 날아다녔다.
공격, 공격 또 공격. 그녀는 그들의 전투가 엉망진창의 몸싸움에서 두 개의 가공할 절대 세력의 잔인한 공격으로 바뀌어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타이리츠의 힘에 대적할 수 없었지만 기지를 발휘하여 위기를 모면하고 있었다.
그녀 앞에 있는 감정의 급류에도 그녀는 계속해서 반격했다. 돌은 풍화되어도 절대 부숴지지 않는다.
그녀는 해낼 것이다. 반드시.
두 사람은 대등한 위치에 서있었다. 각자의 위치를 고수하며 그들이 선택한 아르케아의 매끈한 면이 빛나는 빛줄기를 비췄다.
두 사람은 대등했다... 타이리츠가 시선을 옮기기 전까진. 타이리츠는 다른 소녀의 방어를 겨냥하는 대신 말없이 히카리의 오른쪽에 유리 조각 한 무리를 날려보냈다.
피해는 심각했다. 그 공격은 굉장한 폭발과 함께 히카리를 무릎 꿇게 하였다. 그리고 그곳에서 어둡게 빛나는 타이리츠는 자신의 검은 우산을 들어 상대의 머리를 가리켰다.
그녀는 망설임이 없었다. 공격은 한순간에 이루어졌다.
히카리가 눈을 감았다. 타이리츠가 눈썹을 일그려뜨렸다.
하지만 순간 모든 것이 멈췄고, 그건 둘에 의해 일어난 것이 아니였다. 둘 사이에 무언가였다.
전에 히카리의 손에 있던 조각이 둘 사이에 떠 있었고 우산 공격을 상대로 견고한 방어벽 역할을 해준 것이다.
히카리는 눈을 뜨고 쳐다보면서도 믿지 못했다.
"에?!"
"저건..."
타이리츠가 다른 손을 들어 올리자 유리 조각들이 그 주변에 솟아올랐다.
히카리도 망설이지 않고 그 조각에 손을 내밀었고, 그리고 주변의 모든 유리 조각들이 폭풍전야처럼 마구 흔들렸다.
6.1.5. VS-5[편집]
이윽고 폭풍이 시작됐다.
히카리의 명령을 따르던 유리 조각들이 떨어지며 마음대로 사방을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조각들은 그녀의 통제하에 있었지만, 잠시 동안 어떻게 통제해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
타이리츠의 표정은 심각해졌고, 결국 한발 물러났다.
히카리는 아직 날카로운 기억들의 무리에 웅크려 숨겨져 있었고, 여전히 새로운 힘에 집중해 있었다.
타이리츠는 잠시 땅을 배회하며 히카리의 폭풍이 있는 하늘을 응시했다.
그리고 그녀는 머리 위로 손을 올리며 폭풍에 대항하려면 홍수를 일으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자 멀리 떨어진 도시와 하얀 산으로부터 수많은 유리 조각들과 기억들이 그녀의 부름에 응해 모였다.
히카리의 길들여지지 않은 폭풍과는 달리 타이리츠의 것은 일정하며 정돈된 느낌이였다.
검은 소녀 뒤에 있는 유리 조각들은 거대한 장비 모양의 형상을 띄었고, 꽃잎이 소용돌이치며 하나씩 떨어져 새하얀 소녀의 폭풍을 깨끗하게 도려내 나갔다.
그리고 히카리는 여전한 두려움과 함께 일정한 공격에만 버텨나갔다.
그들의 혼란스럽고 광적인 전투에서는 매서운 공격들이 지속되었다.
멀리 떨어져서 보면, 그건 마치 타이리츠가 정확하게 원했던 두 폭풍의 충돌처럼 보였다.
전투가 계속되며 '번개'가 번쩍거리며 연이은 '구름' 폭발이 발생하였고, 마치 광기를 일으키는 격렬한 자연의 힘처럼 보였다.
그리고 소용돌이와 은빛 홍수 안에 서있는 두 소녀들의 마음은 점점 불타올랐다.
그들은 가까스로 조각을 피하며 한치도 양보하지 않는 전투를 치르며 달리기 시작했다.
그들은 아르케아의 평원을 질주하며 유리 조각 폭격과 같은 공격을 펼쳤고, 탄환이 흩어지면서 빛나는 지면을 따라 미끄러졌다. 유리 조각들은 추적하고, 방어하며 계속해서 상대의 발목을 노렸다.
혼란스럽고 광적인 전투가 끊임없이 거듭되었다. 그들의 움직임은 곧 거의 흡사하며 규칙적으로 변했다.
계속되는 회피와 공격.
이 압도적인 아름다움과 파괴 속에서
그들은 다시 한번 서로가 같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러고는 다시 타이리츠가 우위를 점했다.
6.1.6. VS-6[편집]
이 장소에서 그녀의 여정은 마치 지옥 같았다.
그녀의 탄생부터 첫 발걸음까지 모두 지옥이었다. 아니, 첫 발걸음조차도 그녀에게 거부당했을 것이다.
그녀는 처음 깨어난 곳의 밖을 돌아다녔고, 그녀의 여정은 불행과 비극의 급류에 의해 무자비하게 그리고 갑작스럽게 멈춰진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 그 이후로 두 가지가 그녀의 뒤를 끈덕지게 따랐다.
그것은 농담 같은 말들이었다.
"나는 좋은 사람이야." 그녀는 스스로에게 말했다.
"나는 약하게 태어나지 않았어." "나는 날 괴롭히는 어두운 기억이 아니야."
"나는 악마가 아니고 그저 악마의 세상에 갇힌 평범한 인간일 뿐이야."
아무 이유도 없이, 아무 말도 없이.
이 세상은 완전하고 끔찍하게도 잔인하며 무자비하다.
깨어날 수 없는 악몽이였다.
그리고 결말은 한심한 죽음 뿐이다.
...
그런 생각은 그녀의 눈에서 수없이 눈물을 흘리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젠 끝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끝이 날 것이다.
그러한 생각과 함께 그녀는 소녀가 그녀를 죽이기 위해 보낸 유리 조각들에 스치며 무언가 이상한 존재에 주목하게 된다.
불과 몇 분 전에 매우 친숙하고 괴상한 존재를 느꼈었다. 느낌은 마치 정확성을 잃은 현실 그 자체 같았다.
불가능한 것이 명백해졌다.
그 불분명한 느낌은 그녀의 뺨 옆에서 느껴졌다.
그녀의 시선은 오른쪽으로 향했고, 보랏빛이 약간 돌며 비정상적으로 뒤틀린 유리가 그녀의 시야에 들어왔다.
잠시뿐이라고 생각했다.
그게 모든 것을 말해주기 전까지는 말이다.
비정상적인 조각의 예상대로 그것은 간단한 기억을 지니지 않았으며, 예상을 넘어 불가능한 대답을 가지고 있었다.
순간, 빛나는 표면이 그녀의 눈과 마주쳤다.
그리고 그녀는 뼛속까지 빛으로 정화되는 느낌과 함께 이 세상에 대한 거의 모든 지식과 모든 것들이 그 어느 때보다 절대적으로 생생하게 이해되었다.
그들의 이름.
그들의 과거.
이 세상.
목적.
그녀: '히카리'
그녀: '타이리츠'
'에토' 그리고 '코우' ... '사야' 그리고 '레테' ... '루나', 그 밖에 셀 수 없는 수많은 이름들.
심지어 다른 세상에 대한 사실, 여행자의 목적지, 시작과 끝, 모든 세세한 이유까지...
그리고 진실, 그 모든 진실까지도 알게 되었다.
그녀 앞에서 히카리는 잠깐 멈추어 그녀의 태도에 명백한 변화가 있음을 깨달았다.
변화가 일어났다. 두려움이 생겼다.
하지만 그게 다였다. 그게 전부였다.
타이리츠는 '현실'이라는 이 감옥의 진실을 엿본 것이다. 그리고 그 진실과 함께 더욱 힘을 갈망했다.
또한 모든 것을 알아버렸다는 것... 모든 것을 알아버렸다는 것이 정확히 어떤 변화를 일으킨 것일까?
그녀는 복잡한 감정에 사로잡혔다. 가슴속으로부터 끊임없는 씁쓸함이 세어져 나와 그녀의 온몸을 휘저었다.
그녀의 입술이 시들며 쓰라린 미소를 짓는다. 침울하지만 이상하게도 웃음이 세어 나왔다.
소녀는 웃었다. 그리고 폭풍우를 불렀다.
이 길은 인류에 대한 최악의 기억으로 불타버렸고 이 길의 끝에는 참혹한 전투의 결말과 이후 남겨진 것들이 이 길을 채울 것이다.
그리고 이 전투의 끝에서, 둘 중 하나는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6.1.7. VS-7[편집]
균등한 조각들의 환상이 부서지며 히카리의 희망은 마침내 흔들리기 시작했다.
경고 없이 히카리의 폭풍이 타이리츠 쪽으로 날아가 어둠과 빛으로부터 다른 소녀를 가렸다.
폭풍이 자신을 감싸자 그녀는 눈을 감았고 잠시 후 눈을 뜬 그녀 앞에는
셀 수 없이 많은 기억들이 그녀 뒤에서 6개의 거대한 날개 형상으로 변했다.
그러고는 자연의 이치를 노골적으로 무시하여 하늘을 날며
히카리를 노려보았다.
지금 그녀의 모습에는 승리라는 걸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그녀는 소녀를 짐승 정도로 생각했지만 이제는 훨씬 압도적인 불가능한 존재로 보였다.
유리 조각들이 거대한 유리창같이 반짝거리며 그녀의 뒤로 올라섰다.
그녀의 아래에 있는 히카리는 이제 앞으로 그녀에 다가오는 공격에 맞서지 못할 것이다. 적어도 지금은 그렇게 보이겠지만...
틀렸다... 검은 소녀는 모든 것을 가지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살아남을 수 있다. 할 수 있어!
히카리는 하늘의 창문이 깨질 때 20개의 기억들을 방어했다.
처음에는 고작 몇개의 조각만이 그녀에게 날아왔지만 곧 천천히...
그녀를 향해 쏟아졌다. 하지만 그녀는 '할 수 있어'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조금 전의 정교한 공격도 그저 공격일 뿐이었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히카리는 자신을 보호하며 흔들리지 않는 초점으로 떨어지는 유리 조각들을 빠르게 방어하였다.
그녀는 재빠르게 눈을 움직이며 날아다니는 조각들을 모두 차단하였다.
자신감마저 붙은 그녀는 단 하나도 놓치지 않았다. 그녀의 얼굴에 미소가 퍼졌다.
그녀는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 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던 중 한 조각이 그녀의 가슴 중앙으로 날아와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 조각은 지금까지 그녀가 봤던 아르케아의 조각 중 가장 빠르게 날아왔다.
공중에 떠있는 소녀는 유리 조각을 통해 말했다. "이제 충분해."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하지 마. 그만 포기하고 죽어."
조각들은 그녀의 드레스를 스쳤고, 히카리는 타이리츠의 눈을 쳐다봤다.
검은 소녀의 얼굴에는 슬픔과 분노 대신 미소가 지어져있었다.
미소 지은 그 얼굴은 히카리의 삶과 기억에서 본 것 중 가장 무서운 것이었다.
조각이 그녀의 피부에 닿지 않고 떨어졌다.
부서진 유리창은 회오리바람을 일으켰다. 곧 회오리의 눈이 그녀 위로 내려앉았고,
옷과 피부를 스쳤지만 그저 그렇게 지나갔다.
이는 마지막으로 검은 소녀가 이 충돌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알고 싶어 한다는 또 다른 메시지를 의미했다.
두려움이 그녀를 압도했다. 강하게 몰아치는 유리 조각의 회오리 속에서
마치 큰 폭풍에 이끌려 소용돌이 치는, 그녀에 대한 절대적인 두려움.
겁에 질린 그녀는 박차고 일어나 무언가를 응시했다.
그녀는 더러운 세상의 기억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질투', '배신', '고통'의 기억들.
'죽음', '괴로움', '부패'.
'어둠'. 오직 어둠뿐이였다. 이 조각들이 반사되고 있는 곳에서... 그녀는 작은 빛을 발견했다.
작은 불꽃이든 무엇이든 그녀가 본 순간 희미해졌다.
이건 다른 소녀가 그녀에게 설명했던 것이다.
그녀가 깨어난 이후로 계속해서 그녀를 괴롭혔던 사라진 공간의 불쾌한 모습.
그녀는 이제 다른 사람들을 괴롭히기 위해 그것들을 사용할 것이다.
유리 조각이 히카리의 옷에 걸리고 치마를 찔러버렸다.
그리고 그녀를 위쪽으로,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영역까지 끌어올렸다.
그녀의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며 죽음이 임박해 왔을 때 느끼는 감정으로 마음이 가득 찼다.
이는 두려움이 아니다.
'공포'라는 단어는 설명하기에 너무 부족하다.
'자포자기'? '희망'?
끔찍하게 사로잡히는 느낌이다.
그녀의 기억이 주마등처럼 흘러갔다. 마치 그녀가 눈에 띄는 무언가를 찾고 있는 것처럼
그녀가 과거에 이와 비슷한 것을 발견했다는 것을 알려주듯이...
탈출 방법이었다.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검은 폭풍은 자비 없이 몸통을 거의 모두 감쌌다.
순수한 고문의 의도, 점점 더욱 가까워진다.
마치 의도만으로도 그녀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는 것처럼...
믿겨지지 않는다.
이 상황은 그녀가 자신의 기억이나 다른 사람의 기억에서
본 것 이상이였다.
미지의 세계를 맞이하는 역겨움의 조화, 그러나 다른 한쪽에서 그녀를 기다리는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고 있다면...
그건 '두려움'이 아니다.
'공포'다.
'끔찍한 이해'.
여기서 그녀는 유리 조각들을 통제할 수 없었다.
제발, 뭐든, 기적이라도 일어나길 바랄 뿐이었다.
만약 기적 비슷한 것이 일어났다면, 그녀는 해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녀는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살아남을 수 있었을 것이다.
시간이 조금이라도 더 있었다면.
갑자기 세상이 사냥을 시작하는 것처럼 지면이 파열되었다.
지금이다.
지금! 그녀를 구하기 위해 조각이 온 것이다!
그녀는 온 마음을 다 바쳐 세상이 그녀의 곁으로 날아와 그녀를 살려주길 바랐다. 간절하게 기도했다.
운명, 행운의 바퀴 그 자체.
그녀에게 승리의 힘을 부여할 '신'을 창조하기 위해!
애원해라. 희망을 가져라.
너의 피 흘리는 가슴에 구원을 가져다주었던 그 조각을 다시 한번 잡아라.
구제, 구원의 상징을... 틀림없다!
또 다른 조각이 그녀의 몸을 뚫고 들어가, 증오의 말뚝처럼 그녀의 심장에 박혔다.
조각은 그녀의 몸을 관통하지도 심장을 직접 공격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알 수 있었다. 최후의 메시지였다.
그녀에게 고통을 안겨주는 소녀에게서 온 마지막 메시지는 간결하고 무자비했다.
"죽어."
히카리의 가슴에 꽂혀 있는 날은 모든 것을 앗아간 어마어마했던 불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있었다.
죽음에 매우 가까워지자 그녀는 살아생전의 기억을 상기시켰다.
이윽고 그녀의 동공이 작아졌다.
불꽃의 기억과 같이, 그녀의 몸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우아하게, 잔인하게 불타버렸다.
'고통', '고뇌', 그리고 '피'.
구체의 조각에, 끔찍한 상처에 그녀가 손을 뻗었을 때 그 조각은 그녀의 손에서 떨어졌다.
그런 다음 들쭉날쭉한 유리조각이 소용돌이치며 그 손등에 도달했다.
그녀를 탈출시키려 하는 듯했다.
하지만 그녀의 심장은 두 번 정도 뛴 후 이내 멈추고 말았다.
그녀는 앞에 놓인 생각치도 못했던 세 가지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끔찍하고, 상상도 할 수 없을, 그런 믿기 싫었던 사실, 하지만 이게 현실이라는 것.
그리고 그녀의 생각도 사라지기 시작했다.
7. Final Verdict[편집]
7.1. 해금 조건[편집]
7.1.1. F-1[편집]
단 한순간 그녀는 기억되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백색의 불이 그녀에게서 솟아오르자, 세상은 붉은색으로 덮인 그녀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녀의 허락 없이 타오르지 않는 불꽃에 덮인 채로 그녀는 어찌 일이 이렇게 됐는지 생각한다. 그녀의 적을 막았다. 전투는 잠시 교착상태에 이르렸다. 그리고 더 남아있다. 위에는 더 남아있다.
한때 존재하던 것을 들췄다는 이유 하나 때문에, 죽음을 앞두고 그것을 두려워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러나 그녀는 죽기를 원치 않았다. 이 순간에조차 그녀는 죽음을 거부한다.
이제 갈라진 하늘 아래에 무엇 없는 계곡 속... 그녀는 피를 쏟지만 땅을 향해 쓰러지지 않는다. 이곳 너머에 하나의 탑이 보인다. 폐허가 된 교회 위에 종탑이 아래에 있는 자들을 위한 표시처럼 튀어나와있다.
결말이 다가온다. 예상한 것이다.
운명이었을까?
이제 하늘에는 별빛이 있다. 베일에는 구멍이 났고, 그 뒤 어둠은 반짝인다. 히카리에게 보이는가? 그것이 중요한가?
영상은 느려지다 결국 멈춘다. 창공의 추락은 느려지다 결국 멈춘다. 그녀의 피가 들끓는다. 그녀의 눈은 흐리멍덩하다.
흐리멍덩함에도 불구하고 그의 눈은 종말의 약속을 담고 있다는 것을 타이리츠는 알고 있다. 그녀는 알고 있다.
그녀는 그나마 남아있는 침을 메마른 혀와 목 너머로 삼킨다. 그녀는 그 흐리멍덩한 눈을 바라본다. 그녀는 그 눈을 거부할 것을 소리 없이 맹세한다.
"공허함"이 히카리의 심장을 위협한다. 그러나 타이리츠가 말 없는 소녀의 시선 속에서 보는 것은 공허함이 아니다.
"의지"가 숨어있지만, 나약함 속의 것은 아니다. 진정한 생존에 대한 의지로 히카리의 영혼 속에서 죽일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은 사라질 수가 없다. 소리 없이 그녀는 생존할 것을 맹세한다.
용처럼 타이리츠는 앞으로 나아간다.
세상은 그녀를 구속하려 든다. 그러나 길들일 수 없는 야생동물처럼 그녀는 저항한다. 지금 대기를 느끼는 건가? 그녀의 피부를 뜯는 물리적인 힘이 느껴지지만, 그녀는 계속해 앞으로 나아간다. 이 지구에 서있는 진정한 야수를 향해 나아간다.
야수는 고개를 돌린다.
세상은 뒤집히고 타이리츠는 바로 땅을 향해 추락한다. 유리가 격동 있게 달그락거리며 깨지고 튀고 사방으로 튀어 오른다.
순간 그녀는 자신의 팔이 느껴지지 않자, 억지로 감각이 돌아오도록 집중한다. 무릎이 꿇릴 때까지 자신의 몸을 끌어올리자 그녀는 백색의 불길이 채찍처럼 그녀 아래에 보이는 조각들을 통과함을 본다. 그녀는 뒤로 날아간다.
땅은 불태워진다.
세상은 다시 뒤집힌다.
움직임에 그녀의 속이 요동치지만 금세 그녀는 멈춘 후 일어선다.
경고도 없이 그녀의 앞에는 백색의 소녀가 서있다. 그녀의 어깨너머로는 같은 백색의 불꽃의 목도리가 걸쳐져있다.
타이리츠는 다시 후퇴한다.
유리는 위로 날아오르고 아래로 추락하며, 몸 주변을 프리즘 형태로 둘러쌓으며 그녀를 잡아둔다. 그녀는 몸을 잠시 떨었다가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다.
그녀는 다시 히카리의 눈을 바라본다. 히카리는 바라봐 주지 않는다. 히카리는 단지 그녀가 만든 우리를 바라본다.
그리고 무언가를 속삭이는데...
...흑색을 입은 소녀가 듣고 싶은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7.1.2. F-2[편집]
이 일은 분명 전에도 일어났었다.
이 거절. 이것은-
히카리는 모든 것이 자신에게서 뜯겨지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 얼어 멈춘 순간 속 그녀는 그만하길 느낀다. 그 감정 속에서는 답답함이 차오려 든다.
모든 것을 그만두자는 감정은 착한 마음에서 오지 않고 관심 부족에서 온다. 무섭고 깊게 자리 잡은 무관심에서 말이다. 그녀가 항상 지니고 있던 것이다. 심오한 무관심- 분명 전에도 그녀는 그것을 느꼈을 것이다.
그녀의 두 가지 영혼, 두 개의 의지가 전쟁 중이다.
할 수 없어, 그녀는 생각한다.
해야만 해, 그녀는 생각한다.
이 생각들은 "해야만 하는" 그리고 "하면 안 되는" 감정들 사이에 싸운다.
그녀의 심장 속 불이 타오른다. 그렇다. 그녀의 진정한 바람들은 잃기에 너무 강하다.
히카리는 손을 뻗은 채 얼굴이 분노로 가득 찬 타이리츠 앞에 서있다. 그들 주변에는 무지개가 뜯겨나간 듯 하늘에 그것이 피 흘리듯 흩어져있다. 타이리츠는 움직일 수가 없다. 히카리도 움직일 수가 없다.
그녀 속에든 희망이 묻는다, "시간을 되돌리면, 그녀를 멀리 가도록 밀어낼 수 없을까?" 그녀의 생존본능은 그것을 고려해 본다.
말이 되는 생각이라 그녀는 느낀다. 희망이란 가치 없는 것일 수 없으니까.
세상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타이리츠는 곧바로 머나먼 교회 대문 뒤로 보내진다. 그녀가 간절히 대문 빗장을 움켜쥐자 유리가 다가와 그 쇠문을 경첩에서 뜯어내는데 돕는다. 그녀 주변에 찾을 수 있는 유리를 잡아서 하늘로 띄운다. 각자 빛을 반사하며 깜박거린다. 그녀는 금세 히카리를 찾고, 땅을 움직인다.
세상의 조직과 땅 아래의 것들이 뒤틀린다. 히카리는 그녀의 말 없는 반란을 가리키며 발을 구른다. 갑작스럽지만 무서운 깨달음 속 그녀는 타이리츠가 여전히 목표가 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모든 것을 빼앗을 방법조차도... 그렇다면 여전히 희망을 가져야 할까?
그녀는 웃는다.
희망이 더 이상 없음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들 사이에 공간은 휘어진다. 이것을 원한자가 둘 중 누구인지는 어느 쪽도 알 수 없었다. 그들은 교회의 그림자에 가려진 채 부서진 철문 뒤에서 서로를 바라본다.
그리고 미소 지으며 히카리가 반복해 말한다. 매우 쉽게 그녀는 타이리츠에게 말한다,
"다시 말하지만... 너 이럴 필요 없어."
검은색의 소녀가 듣고 싶은 이야기가 아니다.
7.1.3. F-3[편집]
"무엇을 꼭 해야 하는 것인데? 농담이지?" 타이리츠가 말한다.
"네가 왜 여기 있는지 모르는 거지? 나 빼고 알고 있는 사람이 있긴 해?"
"무엇을 꼭 해야 하는 것이냐고? 맞아. 아무것도 안 해도 돼. 이곳에 중요한 것이란 없고, 그리고 너...
넌 이해조차 못 해. 넌 아무것도 모르지."
"여태 버텼잖아. 내가 여기 있고 싶은 줄 알아? 이 의미 없는 이야기의 영웅일지 모르지. 어쩌면 악역일지도 몰라."
"그렇든 아니든... 솔직히 상관없어. 중요치 않아. 어쩌면... 네가 죽어야 마땅할지도."
"네 말이 맞아. 나 이럴 필요 없지."
"너 역시 이럴 필요 없었지."
...말이 날카로웠음에도 그녀에게서 부드럽고 무거운 돌이 굴러 나오듯 히카리를 거쳤다.
히카리에게는 미친 소리처럼 들렸다. 그녀와 다른 소녀가 서로 연결된 것처럼 느꼈지만...
이 소녀의 머릿속은 온통 미쳐있었다.
타이리츠는 자신의 머리가 미쳤음을 안다. 그래서 뭐? 그녀는 생각한다. 이렇게 되도록 몰려버린 판이다. 잃을 것도 얻을 것도 없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한다, "살고 싶으면 나를 죽여."
"하지만 그전에 이것은 알도록 해..."
"죽고 싶어."
그녀는 진지했고 그 진심과 못됨이 분명하게 나타났다. 뱃속까지 힘이 타이리츠를 가득 채워지고 그녀의 손은 그 열기에 데인다.
그녀는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끝을 마무리 짓도록 할 것이다.
두 소녀 어느 쪽도 소유권을 주장하지 않은 조각을 타이리츠가 불러 모았다.
조각조각 나뉜 하늘의 부분들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수평선이 어둑어둑해진다.
7.1.4. F-4[편집]
히카리는 모든 것을 조정할 수는 없다.
그보다... 그녀는 지배력을 얻는 순간 금세 잃었다.
줄다리기...
아니, 투쟁이라 부르는 게 나을 듯-
두들겨 맞았다 하는 게 낫겠다.
하늘의 첫 부분이 땅으로 떨어지자 교회의 일부를 으스러뜨리고 모든 것을 먼지로 뒤엎으며 그녀 가까이에 추락했다.
우연일 수 없다. 그러기엔 너무 가까이 발생했다. 더 많은 부분이 추락하자 그녀는 타이리츠가 하늘을 조정함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것은 미친 일이라고 밖에 부를 수 없다.
땅과 공기, 우리와 바람, 모든 것이 끌어올려지고, 끌어내려지고 양옆으로 뒤틀리고 던져진다... 그녀가 일부를 없앨 수 있다.
일부에 신호를 하여 백색의 불빛으로 만들어 금세 사라지게 할 수 있다. 하늘의 부분부분을 꺼내어 마음대로 할 수 있었다.
타이리츠가 자신에게 세상을 던진다면, 그녀는 그것을 잡아 되던 저 줄 수 있다.
대격변이다. 마치 거인들이 내려와서 쿵쿵거리며 걸어 다니듯 말이다.
백색 속에는 그녀가 만질 수 없는 흑색이 멀리서 다가온다. 타이리츠가 되돌려주지 않는 조각들이 있다. 이것, 모든 것이 이제 빼앗기고 있다.
그녀는 싸운다. 평원, 철문과 건물이 우르릉거리자 그녀의 치아는 떨린다. 자신의 발을 다시 땅에 대지만 손톱까지도 떨림이 느껴진다- 그녀의 두개골까지. 높게 솟은 교회는 하늘에서 내리는 잔해로 인해 신음하는듯하다. 그러나 교회는 쓰러지지 않는다. 그녀 역시 쓰러지지 않을 것이다.
그녀가 진작에 이것을 멈췄어야 했다. 그녀에게 그럴 기회가 있었다.
그녀의 심장이 뛴다. 그녀는 눈을 살짝 가늘게 만든다.
다음으로 무너질 것은 세상의 심장인가? 저 소녀가 원하는 것은 그것 아닌가?
이러한 생각을 하며, 땅을 부서지지 않게 잡은 채로 그녀를 어떻게 막을지 생각한다.
그녀는 가슴이 얽매여 있다. Arcaea 한줄기가 어둠 속에서 날아와 그녀의 가슴을 격한 포옹을 하듯 감싸돌다.
불이 이것을 태워버리지만 그녀의 가슴은 다시 묶여진다.
그녀의 팔이 묶인다. 노력해 그녀는 고개를 돌린다. 그녀의 다리, 발 그리고 허벅지까지 묶인다.
그녀의 배가 묶인다. 그녀의 몸이 다시 타오르고 묶여버린다.
이 그림자들은 슬픔의 기억들은 그녀를 가둬둔다.
그것은 일종의 블랙 유머일 것이다.
타이리츠가 다가온다. 히카리는 사슬을 부순 후 다리 한쪽을 푼다. 한 발자국 뒤로 걸어 자신 뒤에 있는 스파이크를 발견한다. 어떠한 괴이한 이 형성은 풀어버린 다리를 향해 조준되어 있다.
그래서 그녀는 유리를 바라보며, 그것이 불타 오르기 명령한다.
그러나 이는 거부한다.
그녀는 다시 묶여버린다. 그녀는 무릎 꿇릴 때까지 낮게 끌려내려간다. 아직 탈출 방법이 있을지 모른다.
아니면... 한때 탈출 방법이 있었을지 모른다.
언제 일어난 일이지?
히카리는 고개를 들자 타이리츠가 미동 없이 그녀 앞에 서있음을 본다.
7.1.5. F-5[편집]
침묵...
돌아오는 침묵.
그들은 말하지 않지만 서로에게 시선이 고정되어 있다. 끝나버린 전투의 소리가 메아리치는 와중 그들은 미동 없이 서로를 바라본다.
으르렁거리는 갈라진 땅을 넘어, 흩날리는 바람의 휘파람 너머, 폐허가 된 파괴된 건축물에서 굴러 나오는 먼지와 잔해 너머.... 두 소녀는 움직이지 않은 채 서로에게 시선을 고정한다.
그럼에도 불과하고 히카리에게는 보인다:
저 소녀의 눈 속에는 히카리를 이긴 열정의 불꽃이 멀리서 여전히 타오르고 있었다. 이것은 휴전이 아닌 말 없는 협박이었다.
히카리는 침을 삼킨다. 이를 타이리츠는 히카리의 노출된 목을 바라본다. 너무나도 싫은 저 목을 쳐다보고, 싫어하는 목소리를 생각한다.
타이리츠의 의지와 욕구가 히카리의 피부를 따끔따끔 찌른다.
이제 히카리는 시간이 멈춰달라 말한다. 하지만 그대로 시간은 이어간다.
그녀를 감고 있는 사슬을 불로 파괴하려 든다. 사슬은 그대로 있다.
땅은 한치의 양보도 없다. 하늘 역시 굴복하지 않는다.
별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자, 그녀는 스스로 숨을 참고 있음을 눈치챈다.
"..."
하늘은 더 이상 붕괴되지 않는다. 교회는 여전히 파괴되고 있다.
먼지가 그들 사이에 머문다.
그 날카롭고 못된 의지가 타이리츠의 눈 속에서 여전히 반짝인다.
바로 그 눈이 서서히 가늘어진다. 이 순간에는 붕괴됐음에도 세상은 평온하다.
...그때 타이리츠는 어떠한 기억을 떠올리며 히죽히죽 웃는다. 히카리는 시선을 유지한다.
"우리 다시 여기로 왔군," 타이리츠가 말한다. 그녀는 고개를 아주 약간 기운다. "할 거야? 다시 기적이 있길 바랄 거야??"
그러나 히카리는 대답하지 않는다.
"...기적은 너무 간편하니까 기적이라 부르지. 너무 완벽한 타이밍에 일어나니 존재할 수가 없지. 이 조각들을 통해 붕괴된 세상들을 이미 많이 봤잖아... Arcaea를 통해. 그러니 기적이란 '희망'과 같다는 걸 알겠지.
"그리고 어차피 기적이 있든 없든 결국 살아나든 죽는 일이니까."
히카리는 숨을 들이킨다. 타이리츠 역시 등을 꼿꼿이 세운다.
검은색의 소녀가 말한다, "그거 알아? 난 차라리 다 잊고 싶어. 모든 것을 다 잊고 싶다."
다시 움직이려는 시도를 한다. 이것으로 자신이 전혀 움직일 수 없도록 얽매여 있음을 다시금 상기시킨다.
그녀는 발가락을 구부린다.
"너를 죽일 거야," 타이리츠가 말한다. "그리고 이 세상...
「네 세상」 는 소멸될 것이야."다시 그녀는 애써 미소를 짓는다. 숨을 들이쉬고 웃음소리를 내본다.
손을 들어 히카리의 볼을 감싼다. 그리고 묶여있는 소녀의 턱을 들춘다.
"네 말이 맞아." 자신의 손을 가까이 당기며 타이리츠는 말한다. "나는 정말 이럴 필요가 없어... 너를 위해서는."
몸을 앞으로 숙이며 그녀의 미소는 사라진다.
타이리츠의 눈은 낯익은 표정을 지닌다.
후회와 동정의 것이다.
그녀의 검은 날개는 아래로 접혔다.
위에서는 밤하늘이 계속해 빛난다.
분노가 사그라들었으나... 히카리의 심장은 여전히 쿵쿵 뛴다.
그녀는 자신에게 타이리츠를 막는 것만으로 충분치 않음을 인정한다.
타이리츠는 왼쪽 손을 히카리의 목에서 떼어내기 시작하며 손을 뒤로 끌어든다.
... 무언가 검고 뾰족한 것이 그녀 손바닥에서 빛난다.
모든 것을 끝내기 위해, 타이리츠는 이와 같이 말한다:
"너에게 확실히 알리지: 이곳에서 내 이름은 타이리츠, 너의 이름은 히카리였다."
"제발..."
히카리는 애써 말을 속삭인다.
그녀는 거의 짜증 내듯이 "제발 그만.."이라 말한다.
타이리츠는 고개를 기운다.
"또 이러기야?" 그녀는 잠시 생각을 하다 말한다. "변하는 것은 없어."
히카리는 그녀의 사슬을 눈부신 빛과 함께 부순다. 우뚝 서서 손을 편 그녀는 무기를 소환하려는데-
그녀의 팔목, 허리와 다리가 다시 아래로 끌려내려간다.
그래도 그녀는 바라고 바란다. 그러자 손안에 검이 형성되기 시작한다. 그것은 새로운 것이다. 무언가 창조된 것이다.
기억이 아니지만, 여전히 유리로 만들어진 것이다.
존재할 수 없는 검... 그 날에 다가선 공간은 기울고 빛나는 것만 같다.
Arcaea는 다시 태어나며, 무기가 존재하기를 허락한다.
타이리츠가 생각한다. 이것이 얼마나 웃긴 일인지를...
저 날카로운 유리 조각 기둥을 본 적 있다.
그리고 다시 히카리는 금세 사슬에서 풀려난다. 손바닥에 들린 검을 돌려 땅에 찌른다. 이와 함께 타이리츠는 그 위력만으로 멀리 뒤로 뒷걸음질하게 된다.
히카리는 검을 다시 꺼내어 타이리츠를 향해 조준한다, 이리함과 동시에 자신의 손이 떨리고 있음을 본다.
타이리츠는 뒤로 밀려났음에도 착지를 제대로 한 후 낮이 익은 검에 시선이 고정된다.
그녀는 그것을 바라본다.
그녀는 기다린다.
...그녀는 이를 간다.
그녀는 히카리의 얼굴을 쳐다보자, 집중할 수 없는 소녀를 알아본다.
주거니 받거니 하는 게임, 그 순간의 망설임-
그녀에게는 이것들을 위한 인내심이란 없다.
유리 벽이 땅에서 솟아 히카리를 감싼다. 벽면마다 타이리츠의 다가오는 모습을 담고 있다. 반영인가 진짜 모습인가?
그것들에는 기이한 무언가가 있다. 그리고 그것을 보고 이것들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끼고, 손바닥에 든 빛나는 무기를 보자 히카리의 몸속에는 공포심이 차오른다.
그 손은 높게 들려있고, 그녀의 목 외에는 그 손이 내려칠 곳은 없다.
두 손 모두 떨고 있는 상태에서 소녀는 검을 쥔다.
머릿속에 큰 소리가 들린다. 고통스러운 울림이다. 그녀의 심장 소리까지 귓속에서 이어진다.
논리란 그녀에게 이것이 영원히 이어질 수도 있다 말한다.
그녀가 검을 다시 땅에 찌른다면, 벽이 사라질 것이고 타이리츠는 쉽게 뒤로 밀려날 것이다.
7.1.6. F-6[편집]
논리란 그녀에게 이것이 영원히 이어질 수도 있다 말한다.
그녀가 검을 다시 땅에 찌른다면,
벽이 사라질 것이고 타이리츠는 쉽게 뒤로 밀려날 것이다.
그렇다면 왜?
타이리츠의 손이 그녀의 오른쪽 볼을 감싸는 것을 느꼈을 때...
타이리츠의 실제 몸이 그녀 앞에 서있음이 확실한데,
왜 그녀는 검을 소녀의
가슴속으로 찔러버릴까?
그녀는 감정에 힘을 입어 마지막 일격을 가한다.
눈 한편에 검은 유리 조각이 타이리츠의 손에서 떨어지는 것을 본다.
그녀의 오른팔은 통증으로 인해 반사적으로 뒤로 빠진다.
눈부신 빛이 서서히 강해지다 금세 속도를 낸다. 비현실적인 오러가 발생한다.
현실보다 높고 넓은 것-
-그리고 생명을 향한 외침이 울려 퍼진다. 그것을 생명을 고로 사로잡는다.
그 울부짖음은 땅속을, 그리고 타이리츠의 몸속을 고동치고 진동한다.
그리고 멈춘다.
그렇게 소리는 죽어가고 소녀 역시 죽어간다.
검이 그녀를 찌름과 동시에 그것이 자리를 잡고 칼날이 그녀의 목숨을 삼켜버린다.
그녀의 피와 생명은 유리잔을 급하게 채우고, 유리잔은 산산조각 난 후 서서히 희미해진다.
순간에 그녀는 완전히 소멸되고, 그녀의 몸은 추락하기 시작한다.
생각도 하기 전에 순식간에 히카리는 타이리츠가 자신의 볼에 뒀던 손을 잡는다.
몇 초 만에 나머지 소녀는 사라지고 차가운 침묵의 형체만이 남겨졌다.
그러나 검의 유리가 계속해 부서지고
사라지는 동안 히카리의 손가락 너머로 따뜻함이 감싸고돈다.
그녀의 반대 손에서는 움켜쥐던 타이리츠의 손힘이 점차 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소녀의 발은 이제 땅에 닿는다. 이제 히카리의 따뜻하고 젖은 손만이 자신을 지탱한다.
그녀의 눈을 감겨있다. 그녀의 이마는 찌푸려져있다가 풀린다.
이렇게 평온을 찾지 못한 채 그녀는 죽었다.
그녀는 눈을 크게 뜬 채 심장이 쿵쾅쿵쾅 뛰는 이때야 마침내 히카리가 이것을 이해한다.
그녀는 왼손을 서서히 빼어내자, 그 소녀의 몸을 추락하기 시작한다.
다시금 생명이 없는 몸에 손을 대서 소녀를 잡은 채 눈이 계속해 커진다.
그녀는 소녀의 죽은 손을 꽉 쥐며, 둘은 땅에 무릎을 끓는다.
타이리츠의 미동 없는 가슴에 손을 얹은 그녀는 따뜻함을 되찾고,
그녀가 가한 상처를 바라본다.
그녀는 땅과 하늘을 모두 상처 냈다.
하지만 타이리츠에게 낸 흉한 구멍 외에는 무엇도 바라보기 어렵다.
공격에 자신이 넣은 힘이 상당했던 것 같다...
이곳은 완전히 파괴되었다. 하늘은 조용해졌고 교회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타이리츠 뒤에 금 간 벽돌 벽의 일부가 폭발로 인해 튀어나가 떨어져 있다.
분명히 이것은 소녀의 강한 몸에 의해 보호되어 분해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그 방해란 뚫려버렸다.
바보같이 히카리는 그 소녀의 얼굴 가까이 자신의 얼굴을 대고 오지 않는 숨소리를 기다린다.
그녀는 소녀의 죽은 손을 더 꽉 쥔다. 이 손이 되려 자신의 손을 잡아주지 않자,
분노에 찬 그녀는 손을 내쳐버린다. 소녀의 옷자락에 손톱을 파고든다.
무언가 따뜻함을 다시 느끼자 그녀는 손에 자신의 눈물이 떨어지고 있음을 깨달은다.
전에는 그 손을 무엇이 따뜻하게 감싸고 있었는지 분명 알고 있었을 텐데,
그럼에도 자신의 붉게 염색된 손이 눈물에 의해 씻기는 것을 보고 그녀는 공황에 빠진다.
공포로 인해 그녀는 등을 꼿꼿이 세운 채 뒤로 넘어질 뻔한다.
얼굴이 일그러진채 그녀의 입술이 떨린다.
엉엉 울며 깨끗한 쪽의 손을 자신의 얼굴에 대며 더욱 깊게 울어버린다.
땅으로 넘어지며 그녀는 타이리츠까지 자신과 함께 끌어내린다.
히카리는 얼룩진 손을 치맛자락에 대고,
자신에게 기대던 타이리츠의 시체는 대신해 교회 잔해에 기댄다.
그녀 자신의 말소리가 머릿속에 맴돈다.
그녀 스스로의 가소로운 응징이다.
넌 그럴 필요 없었어.
...웃기지도 않다.
모든 것에 대한 현실이 외면하기 불가능해지고 있다. 손을 내리고 있어도 된다만,
피부를 데이게 하는 이 열기는 검처럼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한 소녀는 죽었고 네가 그녀의 목숨을 앗아갔다. 네가 그녀를 죽였다.
그녀가 얼마나 괴로웠는지 안다. 정말 그녀를 이해하려 노력하기는 했는가?
"이제 어쩔 거야?" 아니, 이해 못 하는 거니?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니야. 스스로 정신 차리고 여정을 계속하고 싶다고?
이 세상은 네가 한 일을 모두 기억해.
뭐? 네 승리감은 어디 간 거야? 네가 이긴 거 맞잖아? 넌 살아있잖아.
싫은 거야?
그녀 역시 살아있길 싫어했지?
그렇다고 죽이는 게 맞았을까? 그게 모든 것을 낫게 하는가? 정당화시키는 것인가?
너 무언가 문제 있는 건가?
지금조차...
자신 생각만 하잖아.
이 생각을 하며 그녀는 심장이 종이로 만들어진 듯 떨어져 나가는 것처럼 느낀다.
자신의 머리카락을 움켜쥐지만 여전히 왼손을 끌어올릴 수 없다.
그녀는 자신에 대한 비난을 멈출 수가 없다.
자신. 자신. 자신.
그리고 어떤 것이 머물며 그녀에게 말한다...
...네가 그렇지 뭐?
그녀는 주변에 날아다니는 나비들과 함께 깨어났다.
"아름답다, 줄이 없으면 다른 곳으로 날아가 버릴 수도 있겠는데."
무릎에 앉은 나비와 함께 그녀는 옷매무새를 고치며 줄을 찾아봤지만 줄은 없었고,
자세히 보니 그것들은 나비가 아닌 작은 유리 조각들이 바람에 홀날리고 있던 것이었다. "우와!"
유리 조각에는 그녀가 지금 있는 하얀 세상이 아닌 또 다른 세상의 바다,
도시, 불, 빛 등이 비춰지고 있었으며,
그녀는 유리 조각들을 날리며 즐거워했다.
하지만 나는 이 유리 조각들에게 '아르케아'라는 이름이 있는지는 몰랐다.
사실은 그 아름다움에 취해 이름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오로지 유리 조각들을 가지고 노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을지 모른다.
아니.
너는 여태 알고 있었다. 한때 네가 보았을지도 모르지만,
사람이 진정 변하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그것도 네가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다.[4]
커튼이 막을 내리지 않을 것이다. 이것에는 끝이 없다.
이곳에는 뜻이 없다. 네가 원했던 대로.
그냥 또 한 명의 눈물 흘리는 소녀가 홀로 죽은 자들의 세상에 서있지.
그래도 하나의 진실에 안도할 수 있다. 이곳으로부터 너를 지워버리려
했던 한 소녀의 피로 너에게 새겨진 것, 반박할 수 없는 하나의 사실이 있다.
그렇다.
이곳은 천국이다.
7.1.7. F-7[편집]
천국.
사후 세계, "파라다이스," 죽은 자들의 세계.
떠난 이들이 이런 곳에 머문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잠시 동안은 말이다. 어쩌면 그보다 조금 더 오래 머물지도...
그곳에는 내가 있다. 그곳에는 네가 있다.
"...그게 다인가? 그녀 뺨에 얹힌 내 손? 내 속을 유리로 갈라내는 그녀? 두 가지 모두 더 이상 느껴지지 않는다.
아무것도 못 느낀다- 그녀를 느낄 수 없다...
...
나를 놔줘..."
왜? 너는 여기 있지만 무언가가 속에서 들끓지 않는가? 아직 생명을 증명하는 맥박이 조금 남아있는 것 같은데...
조금 더 남은듯하다.
"아니..."
아니. 아직 끝나지 않았어.
내 말을 들어봐. 기억해 봐.
자신을 떠올려봐.
이것보다 오랜 시간이 흘렀어, 그렇지? 네가 벌써 꽤 안 좋아진 거 같아. 일어나. 싸워. 다시 싸워-
"그만해."
알았어.
그럼 대신 그냥 이야기만 나누자.
"넌 내 말을 듣고 있질 않아. 나는 대화하고 싶지 않아. 말했잖아. 난 단지... 단지..."
나는 단지 네가 기억하길 원해.
"너는 참 귀찮은 사람이야. 알아?
기억나는 거야? 기억한다면, 이유를 알 것 아니야... 내가 왜...
...
...읔...
...이 기억들... 되찾은 이상 나를 쉽사리 떠나지 않을 것 같아.
원하지 않아도 모든 작은 것까지도 기억나기 시작했어. 그리고... 내가 정확히 기억하고 있는 것이라면... 하... 이 생각은 전에도 했었지만... 이거 장난이야?"
...
"내 옛날 인생... 나는 살아있길 즐거워했지... 하지만...
살아가는 것은... 최악이었어.
몇 번이고 짓밟혔더라? 몇 번이고 내게 침을 뱉었더라? 증오가 우리를 모든 곳까지 따라다녔어. 우리는 단지 우리의 힘을 이용해...
도움을... 주고 싶었던 것인데..."
그들은 우리를 무서워했어.
"'우리?' 너는 누군데?"
그렇다면 너는 누군데?
"웃긴 일은 사실 그것 하나만은 기억이 안 난다는 사실이야.
...
...그래, 그냥 나를 타이리츠라고 불러줘."
그럼... 나도 그렇게 불러줘.
"농담이지? 정말? 너... 그렇다면 넌 내가 맞다고 말하는 거야?"
무엇에 대해?
"그녀가 이 세계를 만들었을 때, 그 어떤 부분에 대해 생각을 하고 만들지 않았다는 것 말이야. 네가... 내가 이곳에서 겪은 인생이...
...그녀는... 최악이야."
...그녀는 무엇도 가르침 받지 않았었어.
"나는 그녀가 가엽지 않아, 그걸 묻는 건가? 우리는 다른 세계에서 온 것일지 몰라도 자신의 능력을 그녀는 이해하고 있었을 것이야. 알았어야만 했지만 스스로 상관 안 했어. 그렇기 때문에 그녀가 나처럼 가르침을 받고 성장하지 않은 것에 나는 관심 없었어. 봐봐... 셰이퍼와 함께한 훈련이 내게 무엇을 남겨줬는지 봐봐. 나라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녀와 달랐던 것이야, 내가 배운 것들 때문이 아니었어. 내게 힘이 있었다면... 정말 전 세계를 위해 변화를 부를 수 있는 힘이 있었다면-"
나는 했었을 거야. 하지만 할 수 없었고, 하지 않았어.
"그리고 그 기회가 있지. 다시 시도할 수 있는 기회. 그녀가 원하던 것이 그거니까. 그리고 바보스러운 그녀는 모두에게 그것을 제공했어. 너무 바보 같아. 바보 같지? 웃음 나오지 않아? 어때? 웃어봐!"
...
"뭐, 그럴 수 없다고? 물론 그렇겠지. 무슨 이런 식의 두 번째 기회가 있어? 그냥 아주 최악의... 아이러니한 반영 같잖아.
살아있는 동안 애쓰는데, 모든 것은 너를 할퀴고 잡아 뜯잖아.
부서지고 피나는 채로 일어섰지- 내가 그랬다고!
계속 다시 일어났고 의미 없음을 아는데도 계속 싸웠어!
그녀는 왜 내가 그걸 되 반복하길 원했을까? 말해봐. 왜?! 나는...!
나는 변화를 원했어...
나는 절대 포기하고 싶지 않았어..."
...그랬어? 이번 두 번째의 기회에서 말이야?
"그랬어...
...
야...
나 지금 죽고 있는 것 알아. 뭐 대답해 주겠니? 떠나기 전에 바깥을 한 번만 봐도 될까? 내 새들을 통해서... 그녀의 작은 감옥을 한 번만 더 봐도 될까?"
...봐도 돼.
"좋아.
...
무수히 많은 작은 미지의 구석들에 갇힌 영혼들이 헤매지.
그것들을 영혼이라 부를 수 없겠구나. 이곳의 모든 것, 우리조차도 단지 기억일 뿐이니까.
무엇에 대해 생각하는 거지...? 그 조각은 잠시 보았지만 모든 것을 내게 알려주지는 않았어."
대부분의 소녀들은 행복하다. 무척이나 행복하다.
"...사악하군 하하...
나...
...나 울고 싶은 느낌이야... 알아? 그냥 모든 것에 대해 울고 싶어. 내가 왜 이 모든 일을 저지른 것일까? 나는 왜 죽은 것일까?"
...
"...지금 네 표정 참 멋지다. 대답해 줄 수 있어? 칫... 나는 단지...
다 아파... 모든 곳이 아파. 이제 드디어 이해를 하는 것 같은데, 그것은 정말 최악이야.
이제 더 이상 울지도 못하겠어..."
바로 그거야.
"...?"
넌 죽길 원하지 않았는데 왜 죽은 거야?
"...처음 태어났을 때 앞에 펼쳐진 길이 어두웠어...
그래도 그것은 수많은 다른 길로 나뉠 것을 알았지. 물론 어딘가에서 죽음을 찾았을 수도 있었겠지만, 바른길을 따라간다면 무언가 다른 것을 찾을 수 있었겠지.
이곳에서는 그렇지 않았었어. 되돌아보면 그곳처럼 가능성 있는 곳이라 생각했던 것에 울렁증이 생겨. 이 길들은 황량하고 멈춰 쉴 곳이란 없어.
길이 어떤 것이든 누구나 앞으로 무턱대고 전진하지. 그리고 결국 다리에 힘이 풀리고, 진실을 알게 되지:
어느 방향으로 틀든 상관없다는 것. 모든 길은 무엇도 없는 곳으로 인도한다는 것."
...나는 그렇다 생각 안 해. 내 생각에는 이곳의 길 중에서 무언가 다른 곳으로 인도하는 것이 분명 있을 것 같아.
"너는 죽은 이들과만 대화하면서 이곳에 갇혀있는 주제에 무엇이 그렇게 생각하게 만들지? 너 바보야? 제대로 관심 가져본 적 한 번이라도 있어?"
...그냥 그것을 믿을 수 없어. 나는 희망을 놓칠 수 없어...
나는 믿고 싶지 않아. 그것을... 그것을...
"내 말이 그 말이야. 넌 진실을 알고 싶지 않아? 이곳에는 무엇도 의미가 있지 않아."
아니야.
그것이 진실일 수 없어.
그것이 진실이 되도록 놔둘 수 없어.
너도 이해하지? 그것이 진실이라면 정말 징그럽지 않아? 너무 슬픈 일 같지 않아?
"...
...살아있을 때의 기억 속에서 생각나긴 해. 그런 식으로 생각했기에 생존이 가능했지. 넌 정말 나 자신이 맞구나, 그녀는 나를 정말로 복사해놨어. 우리는 정말로 모두... 속을 파낸, 복사된 영혼들이야.
맞아.
그녀는 아직 살아있어. 우리는 모두 죽었어."
...
"그렇다면 너는 왜 이곳에 있지? 다른 모든 이들의 오리지널은 어디 있지? 그들의 영혼은 어디 있지?"
...모르겠어. 그것도 모르겠어.
"그래... 하지만...
실은 네가 아직 말해주지 않았지만... 그냥... 그냥 말해줘, 알았지? 너는 진정한 나야? 나의 영혼이야?"
그래... 그게 바로 나야. 맞아, 나는 이곳에 홀로 지냈어. 맞아, 너를 지켜보고 있었어. 근데 너 조금 귀찮은 면이 있다 응?
너도 진짜 타이리츠 아니겠어? 우리 모두가 그렇지 않을까?
"우리가 그럴지도, 나도 그럴지도."
그래, 넌 참 귀찮아.
너처럼 귀찮은 작자가 과연 가짜일 수 있을까?
"하...
...
고마워."
최악의 운명을 두 번째 인생에서 다시 경험하는 내 모습을 스스로 바라보며 변화를 겪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어.
"무슨 변화?"
네가 말했잖아.
너는 포기했다고.
나는 네가... 모르겠다.
나는 정말로 그 변화가... 좋은 것이길 바랐어.
...
그렇게 될 수 있을 거라 여전히 안 믿는 거야? "악당"은 이미 죽었으니까...
"네가 농담한다는 거 알아. 하지만... 미안...
그냥 화가 나있었어.
나도 완전히 포기하고 싶지는 않아.
가망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아. 끝난 후에도 네가 여전히 이곳에 있잖아? 내가 간 후에도 네가 여기 있을지 모르지...
그리고... 내가 사라진 후에도 여전히 지켜보고 있다면....
...너는 나처럼 희망을 포기하면 안 될 거 같아.
어쩌면... 모르겠다...
...아니, 알아...
남아있는 소녀들이 자신들을 구할 수 있을지 몰라. 그렇게 믿고 싶어.
변화... 네가 말했듯이...
난 그걸 원할뿐이야.
내가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면, 나중에 나를 찾을 수 있다면, 그녀들이 해냈다고 내게 알려줘."
그럴게.
"그것도 웃기다. 응?
내가 살아있었을 때, 다른 이들이 없었을 때, 내가 기억하는데... 항상 혼잣말을 했어.
그래도 그거 알아...? 외로웠던 적은 없어."
살아있는 자 중에 진정 혼자인 사람은 없다.
"그거야...
자신에게 했던 말이야...
...나는 그냥 세상을 다시 보고 싶어.
파괴된 탑과 공중에서 희미하게 흩날리고 있던 유리 조각. 넓은 하얀 세상.
모두 하얗고, 더 많은 유리 조각들이 있다. 떠난 영혼들에게 끌리는 조각들...
그러나 그들의 얼굴에 보인다.
이 소녀들 단 한명도 더 이상 길 잃은 이들이 아니야."
..."단 한 명도?" 그녀에 대해 결국 잊어버렸구나.
"그녀..?
아, 맞다. 그녀... 그녀도 보여. 뭐... 아주 속상해하고 있지만.
...그건 좋은 것 아닌가? 조금 달라. 그녀는 속상해하며 상처받았어...
그나마 괜찮은 모습 아닌가?"
흠... 그렇군.
"그녀가 무사할지는 몰라. 하지만 그걸 안고 갈 것 같아. 솔직히... 내가 그녀에게 사과할 수도 있을 것 같아... 생각해 보면. 내가 잘한 일인 거 같지만-"
네가 잘한 것은 없어.
"하! 그래. 하지만 잘못한 것도 없어.
내가 그녀에게 사과할 수 있다면 했을 거야. 뭐... 왜 안 하겠어? 우리는 진짜야. 그리고 그녀도 진짜라면... 그녀는 또 하나의 바보 같은 유령일 뿐이잖아. 아무것도 아닌 것 때문에 벌을 받고 아무것도 모른 채의 말이야.
...
이게 정말 끝이구나, 응...?"
이렇게 말하기 유감스럽지만 맞아. 확실해.
...
가지 마.
"이렇게 말하기 유감스럽지만... 그럴 수는 없지. 솔직히... 겨우 존재하고 있어..."
...
그녀에게 말해.
"...그래.
...히카리...
솔직히 말해서 미안해, 나는 후회가 없지만, 내가 느끼는 증오는 너를 향한 것도 아니었어. 또 다른 너... 그녀는 아직 그곳에... 있어. 아직 살아... 있어...
나는 여전히 그녀가 싫어.
그러나 너는...
...
네가 알았으면 해... 네가 그녀보다 강해.
그러니까 히카리...
네가 다시 설 거라 나는 믿어."
눈을 감아.
"이미 감고 있어."
이제 걱정하지 마...
"걱정 안해."
우린 다시 만날 거야.
"안 볼 거라 생각해.
하지만 괜찮아.
받아들일 수 있어.
나는 너무 많은 고통을 겪어야 했어, 그래도 모든 것이 나아지는 변화를 바랐지..."
무언가를 위하여 싸웠어... 무엇과 부딪치더라도.
내가... 아무리... 길을 잃더라도...
미안해... 나는 죽음을 선택했어.
모든 것을 포기해버려서 미안해.
...내가 인생을 낭비했어도... 그 두 번째 기회를 얻은 건 행운아였어.
그러니... 받아들일 수 있어."
알아.
"난 그녀가 알... 으면 좋겠... 나는... 초라하길 원치... 않..
바보 같은 피날레 같은... 원치... 않... 기억되기를...
...내 말소리가 들린다면, 히카... 히카리... 이것만은 알아줘..
내 진심이야, 잊지...마...
...
...
나는 이 인생을 받아들인다."
히카리는 다른 타이리츠의 시체 앞에서 눈물 흘린다.
너무 고통스럽고 너무나도 슬픈 히카리는 타이리츠의 마지막 미소를 놓치고 만다.
이 이야기의 일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사실은 어떤 이야기들은 끝내 완전히 전해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 조각들만이 남아, 그것을 모아 이해를 해본다.
이 세상은 언제나 조각의 것이었다. 파편의 세계.
소녀들은 언제나 남겨져 그 조각들을 주워 담곤 했다.
그녀들은 반영 속에 의미가 있다고 믿는다. 누구든 존재해야 할 유일한 이유는 존재 자체, 그 하나뿐이란 것의 믿음이다.
이제 하얀색의 그녀는 땅을 향해 쓰러진다. 다친 채, 홀로인 채.
그러나 그녀도 지니고 다닐 조각들을 찾을 것이다.
기억들은 이곳에서 영원할 것이다.
끝까지 그리고 끝을 지나서조차 모든 것은 기억될 것이다.
모든 것은 계속된다.
그리고 누구도 잊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