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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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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편집]
바다는, 크레파스보다 진한, 푸르고 육중한 비늘을 무겁게 뒤채면서, 숨을 쉰다.
본작의 첫 문장
소설가 최인훈이 집필한 중편 소설로, 최인훈 필생의 역작이다.
해방 직후에서 6.25 전쟁 이후를 배경으로 남북한의 이념 대립과 그 사이에서 파멸해가는 '이명준'이라는 개인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1960년 4.19 혁명 이후 남북한 통일론에 대한 논의가 자유로워지면서 등장했으며 남북한 이념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논의한 최초의 소설로 꼽힌다.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중복 출제(1994년 1차/2006년)된 네 개의 소설[1] 중 하나라는 것에서 이 소설이 한국 문학계에서 얼마나 높은 위상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현재까지 수능이나 모의고사에도 자주 출제되고 고등학교 문학 교과서[2] , EBS 연계 교재[3] 에도 수록되기도 해서 고등학생들에게도 익숙한 작품이다.
2. 줄거리[편집]
작중의 시간은 타고르[4] 호에서의 이틀뿐이고 대부분의 이야기는 명준의 회상이다.
남한의 대학생 이명준은 월북한 아버지 때문에 수난을 당하고 밀실은 넘치나 '광장'이 없는 현실에 좌절하던 명준은 결국 연인 윤애를 남겨둔 채 월북한다.
그러나 북한 또한 표현의 자유가 극히 제한받는 각종 집단주의를 위한 광장은 있으나 개인의 '밀실'이 없는 곳이었다. 명준은 월북한 아버지[5] 의 힘으로 전공을 살려 처음에는 노동신문에 들어갔는데 이러한 면들에 실망하고[6] 일부러 건설 현장으로 나간다. 노가다 일을 하다 사고로 부상당해 입원했는데 거기에서 간호 봉사를 온 발레리나 은혜를 만나게 되고 그곳에서 도피하듯 새 연인 은혜와 인연을 맺는다. 그러던 중 6.25 전쟁이 벌어지고 공산군 고위 장교로 참전한 명준은 친구 태식을 고문하고 친구 태식의 아내가 된 윤애를
낙동강 전선에서 명준은 간호장교로 투입된 은혜를 다시 만난다. 그곳의 한 동굴에서 둘만의 시간을 가지던 중 은혜는 명준의 딸을 가진 것 같다는 말을 하지만 얼마 안 가 폭격에 비명횡사하고 만다. 이후 포로가 된 명준은[8] 남한도 북한도 아닌 중립국 행을 선택하게 된다. 남, 북에 모두 실망한 탓도 있었고 남한으로 가봐야 빨갱이 취급 받으며 계속해서 괴롭힘 당할 게 뻔하며 북한으로 가 봐야 남로당계인 아버지는 숙청당할 것이라[9] 명준 자신도 무사할 수 없었다.윤애 날 믿어줘, 알몸으로 날 믿어줘
명준은 중립국으로 지정된 인도로 향하는 타고르 호에 오른다. 그러나 중립국에서도 자신의 행복을 찾지 못할 것을 갈등하던 명준은 처음 감시자로 여기며 총으로 쏴 버리려고 했던 갑판 위 두 갈매기[10] 의 모습에서 은혜와 자신의 딸을 떠올리며 마지막 자유의 공간인 푸른 광장으로 뛰어든다. 결국 명준은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하고 빨갱이도 반동분자도 없는 곳을 자신의 손으로 선택한 것이다.
이튿날.
타고르호는, 흰 페인트로 말쑥하게 칠한 삼천 톤의 몸을 떨면서, 한 사람의 손님을 잃어버린 채 물체처럼 빼곡히 들어찬 남지나 바다의 훈김을 헤치며 미끄러져 간다.
흰 바다새즐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는다. 마스트에는 그 언저리 바다에도.
아마, 마카오에서, 다른 데로 가버린 모양이다.
3. 등장인물[편집]
- 이명준
그런 명준에게 삶의 변화가 찾아오는데 다름아닌 월북해서 한참 소식이 끊긴 아버지가 어느 날 갑자기 북한 쪽 방송에서 얼굴을 비춘 것. 이것 때문에 경찰이 그를 다짜고짜 빨갱이라고 몰아세워서[12] 영문도 모르고 고초를 치러야 했다. 게다가 자신이 좋아하는 윤애와의 관계도 결국 잘 되지 않는 등[13] 일이 잘 안 풀리자 결국 북한이라면 좀 낫지 않을까 싶은 심보로 월북하게 된다.
북한에 간 명준은 이미 남로당 쪽 고위직에 앉은 아버지와의 접선에 성공하고, 아버지의 빽 덕분에 괜찮은 자리 하나 꿰차지만 거기서도 자신의 신념을 고집했다가 북한 체제와 이를 따르는 사람들의 압력[14] 을 받자 실망한다. 이후 명준은 북한을 부정적인 의미에서 광장이라고 여기게 된다. 거기에 더해 자신이 북한 체제에 대해 느낀 문제의식과 비판점에 대해 말해봤자 그나마 가장 가까운 가족이었던 아버지조차도 애매한 반응을 보이면서[15] 아예 집을 나와 노가다 뛰다가 간호 봉사를 온 발레리나인 은혜를 만나게 된다.
윤애와 달리 자신을 순순히 믿고 따르는 은혜와의 관계에서 어느 정도 정서적 위안을 받던 명준이었으나 은혜는 발레단의 사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다른 곳으로 떠나야만 했다. 이를 알면서도 매달려보던 명준이지만 결국 은혜는 떠나게 되고 이후 6.25 전쟁이 터져 명준은 북한 측 군인으로써 전쟁에 참여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윤애를 강간하고 태식을 고문하던 악몽을 꾸기도 했고[16] 초판에서는 후방에서 고문하는 것에 완전히 질려 버린 나머지[17] 전방으로 자원해서 나온다[18] . 이 때 간호장교로 온 은혜와 만나 급박한 상황에서 자신이 아버지가 되었다는 소식[19] 을 듣기도 한다. 허나 은혜가 먼저 전사하게 되고 본인은 포로로 잡히며 남로당계 인사(박헌영)이 체포당했다는 소식까지 들은 후 명준은 결국 중립국 행을 택한다. 남한에 가도 북한에 가도 그는 결코 좋은 취급을 받을 수 없는 입장이었던 데다[20] 남북한 모두에 질려 버린 탓도 있었기 때문이며 자신을 모르는 사람들만 있는 곳에서 극히 최소한의 관계만을 가지고 살아가는 게[21] 그나마 제일 낫겠다고 생각해서였다.[22]
그러나 중립국에서도 자신의 행복을 찾을 수 없을 것 같아 갈등하던 명준은 이전에 배에서 봤던 갈매기 두 마리를 결국 은혜와 태어나지 못하고 죽은 딸로 여기며[23] 바다에 뛰어들어 생을 마감한다. 사실상 그가 죽는 장소가 된 바다가 외려 그에겐 마지막 이상향이 되어 버린 셈.[24]
대다수 등장인물들에겐 평면적인 부분이 두드러지는 이 작품에선 대놓고 매우 입체적인 캐릭터이다.
- 은행장
- 은행장의 자식 남매
- 태식
- 영미
- 경찰
- 윤애
- 은혜
- 명준의 아버지
나중에 밝혀진 바로는 정말로 북한 남로당 측 인사라는 제법 거물이 되어 있었고 실제로도 잘 살고 있었다. 심지어 자기보다 한참 어린 건 물론 아들과 견줘봐도 어린 젊은 여자와 새장가를 가는
일단 아버지로서 나름대로의 책임감은 있었는지
6.25 후엔 같은 남로당 인사였던 박헌영이 체포되었다는 말이 나오는 것을 통해서 그가 생존해 있다고 쳐도 다른 남로당 인사들과 함께 숙청당하리라는 것이 암시된다.
- 명준의 새어머니
- 북한 측 관료
- 선장
- 무라지
- 석방포로들
- 남한과 북한의 설득자들
4. 상세[편집]
사실 마지막에 명준은 나름대로 답을 찾았다고 봐야겠지만 그가 찾은 마지막 자유가 현실화될 수 없는 이상으로 멈춰 버린 것은 결국 명준이 시대의 희생양으로 남았다고 볼 수 있는 증거이다.
줄거리를 읽다 보면 알 수 있듯 성애 묘사가 의외로 빈번히 나온다.(...) 물론 '인간애'를 나타내고자 하는 수단이다. 한편으로 소설을 읽다 보면 한국어스러운 표현을 쓰기 위해 통찰하고 노력을 기울였음을 알 수 있는데 이는 수정을 거치면서 나타난 변화 중 하나.
"바다는, 크레파스보다 진한, 푸르고 육중한 비늘을 무겁게 뒤채면서, 숨을 쉰다."라는 첫 구절이 굉장히 유명하다. 처음부터 있었던 문장은 아니고 작가의 연이은 개정으로 인해 만들어진 멋들어진 문장이다. 초판 문장은 "바다는 크레파스보다 진한 푸르고 육중한 비늘을 무겁게 뒤채이면서 숨쉬고 있었다." 이다.
광장은 작가가 가장 애착을 가진 작품으로, 10여 차례 이상 수정되었는데 부분 표준어로의 수정, 한자어가 아닌 고유어로의 수정이 많으나[33] 이런 어휘 수정뿐만 아니라 내용상의 수정도 꽤 있었다. 1960년 새벽지에 처음 연재되었던 판본에서는 그 유명한 "중립국"에 대한 8페이지에 걸친 이야기가 없이 그냥 중립국으로 가는 걸로 나와서 중립국에 가는 개연성이 조금 떨어지지만 1961년 정향사에서 출판될 때는 우리가 아는 그 유명한
위즈키즈라는 어린이, 청소년용 잡지의 인터뷰에서 소설의 마지막을 자살로 선택한 이유는 자살이 가장 임팩트있는 결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작가가 직접 설명했다. 이 때문에 수정본을 제작할 때도 이 부분은 수정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게 광장이 최초로 공개된 새벽 지에 실렸던 1960년 11월의 서문이다. 당시 사회는 4.19 혁명으로 들뜬 상태였으며 광장은 이런 민감한 주제가 자유롭게 이야기될 수 있던 굉장히 아슬아슬한 시대에 나온 작품이다. 조금만 더 빨랐으면 이승만 정부에 검열당했을 테고 조금만 더 늦었으면 박정희 정권에 검열당했을 테니.'메시아'가 왔다는 이천년래의 풍문이 있습니다
신이 죽었다는 풍문이 있습니다. 신이 부활했다는 풍문도 있습니다. 코뮤니즘이 세계를 구하리라는 풍문도 있습니다.
우리는 참 많은 풍문 속에 삽니다. 풍문의 지층은 두텁고 무겁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역사라고 부르고 문화라고 부릅니다.
인생을 풍문 듣듯 산다는 건 슬픈 일입니다. 풍문에 만족지 않고 현장을 찾아갈 때 우리는 운명을 만납니다.
운명을 만나는 자리를 광장이라고 합시다. 광장에 대한 풍문도 구구합니다. 제가 여기 전하는 것은 풍문에 만족지 못하고 현장에 있으려고 한 우리 친구의 얘깁니다.
아시아적 전제의 의자를 타고 앉아서 민중에겐 서구적 자유의 풍문만 들려줄 뿐 '사는 것'을 허락지 않았던 구정권하에서라면 이런 소재가 아무리 구미에 당기더라도 감히 다루지 못하리라는 걸 생각하면 저 빛나는 4월이 가져온 새 공화국에 사는 작가의 보람을 느낍니다.[34]
문학과지성사에서 발간되는 정본을 기준으로 같은 작가의 소설 구운몽과 한 책으로 묶어 파는 편이다. 표지를 그린 이는 소설가 김승옥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다.
2018년 7월 기준으로 통쇄 205쇄를 돌파했다고 한다.
5. 실제[편집]
당시 제3국행을 선택한 양측 포로는 인민군 74명, 국군 2명[35] , 중공군 12명으로 총 88명이었다고 한다. 포로 송환을 담당한 인도에서 제3국을 선택한 88명을 모두 일단 자국으로 데려갔다.
그리고 소설 광장의 영향으로 포로들이 중립국을 선택했다고 오인되지만 실제로 포로들이 원한 것은 중립국이 아니라 제3국행이었으며 그 중에서도 다수(40~45명 가량)는 미국행을 원했다. 포로들 중 반절은 반공/친대한민국 성향이었지만 북한 출신이라 연고가 없는 남한에 굳이 갈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지 이념이 중립이 아니었다. 아래 현동화 회장의 인터뷰에서도 나오지만 소설 광장과 달리 포로들은 이념보다는 각자의 이유로 제3국행을 원한 것이였다.
스위스, 스웨덴 같은 진짜 중립국들은 시작과 동시에 포로 안 받겠다고 공개 선언했기 때문에 중립국으로 갈 수 없었다. 중립국인 유고슬라비아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지만 포로들은 공산주의를 워낙 혐오하여 부모님이 있는 북한을 버리고 온 사람들이라 유고행은 논외.
이에 인도는 크게 당황하고 전세계 국가들에게 포로를 받아 달라고 했지만 그 어느 나라도 답이 없었다. 멕시코에서 받는다고 했다가 안 받는다고 했다가 몇 년간 수 차례 말을 뒤집으며 낚시질한 것뿐. 포로들이 가장 원한 미국도 처음부터 포로들을 안 받겠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지치고 피곤한 포로 26명은 인도 잔류를 선택했으며 제3국행이 좌절되자 인도에서 북한으로 돌아갈 기회를 주어 6명은 북한행을 선택했다.# 다만 남한만은 본적이 아니었기 때문에 인도에서 보내주지 않았다.
그러다 브라질에서 인도적인 차원에서 몽땅 받아주겠다고 하였고 며칠 후에는
결국 이 복잡한 과정을 거쳐 76인의 포로 중 48명은 브라질, 11명은 아르헨티나, 6명은 인도에 잔류했다. 여기에 북한으로 돌아간 사람 6명에 한국으로 간 사람 5명이 추가된다. 중립국으로는 아무도 안 갔다. 그리고 최초 정착지가 이렇다는 거지 이후 소원대로 미국으로 가는 데 성공한 사람도 있고 남북한으로 간 사람도 있다.
이 중에서 가장 성공한 인물은 현동화(1932~2021)로 인민군 중위였으나 국군에 투항했고 이후 3국행을 선택하여 인도로 가 양계장과 가발공장 사업으로 대박을 쳤으며 주 뉴델리 대한민국 총영사관에서 직원으로 잠시 근무하기도 하고 재인도한인회 회장 및 고문을 역임할 만큼 활동을 활발히 했다. 이후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훈장까지 받기도 했다.# 소설의 주인공과는 다르게 이념 대립에 환멸을 느낀 게 아니라 새로운 곳에서 새로이 출발하려는 경제적, 학문적 욕구가 더 컸다고. 최인훈 소설 '광장' 주인공 모델 현동화 전 재인도한인회장 별세 2021년 사망하였다.
중립국을 선택한 포로들에 대해 더 알고 싶으면 주영복의 <내가 겪은 조선전쟁>, <76인의 포로들>을 추천한다. 인민군 공병부 소좌 출신 주영복은 남미행을 선택한 포로들의 리더였으며 본인은 브라질로 갔는데 이 과정을 자세하게 기록으로 남겼다. 그와 함께 브라질에 간 사람은 56명[37] 이며 이후 주영복은 포한사전을 만들어 현재까지도 포르투갈어를 공부하는 한국 학생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6. 패러디[편집]
문학교과서에 자주 수록된 명준이 각기 북한 귀환과 남한 잔류를 설득당하는 장면[38] 은 소설 광장의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남한과 북한 측 설득자가 무슨 소리를 해도 중립국. 4달라 드립이 성행하기 이전에는 비슷한 상황에서 많이 사용되었다. 이 부분만은 비교적 패러디하기 쉬워서 허생전, 방망이 깎던 노인, 운수 좋은 날 등과 함께 패러디 재료로 자주 활용된다."동무는 어느 쪽으로 가겠소?"
"중립국."
그들은 서로 쳐다본다. 앉으라고 하던 장교가, 윗몸을 테이블 위로 바싹 내밀면서, 말한다.
"동무, 중립국도, 마찬가지 자본주의 나라요. 굶주림과 범죄가 우글대는 낯선 곳에 가서 어쩌자는 거요?"
"중립국."
"다시 한 번 생각하시오. 돌이킬 수 없는 중대한 결정이란 말요. 자랑스러운 권리를 왜 포기하는 거요?"
"중립국."
주인공 영준이 향한 인도 공화국은 자본주의 체제가 맞긴 하나 엄밀하게는 모든 중립국이 자본주의였던 것은 아니다. 냉전 시대 제3세계[39] 의 실질적 맹주 역할을 했던 유고슬라비아 사회주의 연방 공화국이나 소련과 미국 어느 쪽이든 적으로 보고 완전히 국가를 폐쇄한 알바니아 사회주의 인민공화국 등 중립국 중에도 공산주의 국가가 많았다.
A와 B라는 선택지 중에서 아무것도 고르지 않는다는 점에서 난죽택과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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