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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신/일일의뢰/폰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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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신/일일의뢰/리월|덤프버전 :
]][[원신/일일의뢰/리월|베루: 이번에 숨을 곳은 절대 못 찾을걸!
오렐: 그런 곳에 숨으면 내가 아니라 엄마랑 아빠가 찾으러 가실 텐데?
베루: 형이랑 숨바꼭질하는 중이야! 근데… 내가 어디에 숨든지 전부 찾아내 버려서…
오렐: 베루… 우리가 여기서 얼마나 많이 놀았는데, 숨을 곳 같은 데가 남아 있겠냐?
오렐: 숨으면 안 되는 곳은… 왜 거기로 가면 안 되는지 이미 수백 번도 더 말했지?
베루: 거긴 그렇게 위험하지 않아! 엄마랑 아빠가 과장한 거란 말이야!
오렐: 하지만 그런 곳에 숨으면 옷이 더러워지거나 찢어질 수도 있어. 엄마랑 아빠는 지금도 충분히 고생하고 계시니까, 괜히 걱정거리 더 만들지 마
베루: 으으… 알았어…
베루: 진짜?! (형아/누나), 나랑 놀아줄 거야?
오렐: 베루, 남한테 민폐 끼치지 마! 죄송해요. 동생이 항상 놀 생각만 해서요…
베루: 야호! 형, 봐봐! 괜찮다잖아! 내가 형보다 더 잘 숨을 거야!
오렐: 그럼… 부탁드릴게요, (형아/누나)
오렐: 베루, 전에 말했던 곳엔 숨지 마. 오늘 밤엔 엄마랑 아빠가 늦게 돌아오실 거라 옷이 찢어져도 고쳐줄 수 없어
베루: 알았다니까! 진짜 잔소리는… 나 먼저 숨을 테니까 형도 같이 놀자! 아, 얼른!
오렐: 너 먼저 가. 난 어디에 숨을지 이미 다 생각해 뒀으니까
베루: 진짜? 뻥치시네! 제일 먼저 (형아/누나)한테 잡힐 거면서!
베루: 여긴 못 찾겠지…
베루: 에이, 엄청 잘하네! 난 집합 장소로 갈게
오렐: 애초에 전 딱히 놀고 싶지도 않았어요. 베루가 숨바꼭질하자고 조르지만 않았어도 책이나 한 줄 더 읽고 있었을걸요
오렐: 엄마랑 아빠는 지금도 열심히 일하고 계세요. 제가 하루라도 빨리 자라서… 부모님의 짐을 덜어드려야죠
오렐: 근데 베루가 계속 엄마가 보고 싶다고 해서… 그나마 제가 같이 놀아 줘야 안 울거든요
오렐: 죄송해요, (형아/누나). 제가 말이 너무 많았죠? 먼저 집합 장소로 가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오렐: 베루가 옷을 더럽히지만 않았으면 좋겠는데…
베루: 형! 이 (형아/누나)한테 내가 숨은 곳 가르쳐 준 거 아냐? 왜 이렇게 빨리 찾아?
오렐: 말했잖아, 네가 숨는 곳은 너무 뻔하다고
베루: 진짜? (형아/누나), 그럼 나중에도 여기 와줄래? 우리 같이 놀자!
베루: 엄마랑 아빠는 낮에 집에 없고, 형은 맨날 책만 읽거든…. 아무도 나랑 안 놀아줘…
오렐: 너도 나처럼 책이나 읽어. 숨바꼭질을 하는 것보다는 그게 훨씬 쓸모 있으니까
베루: 으에… 차라리 엄마한테 바느질하는 법이나 배울래…
베루: 형! 저쪽으로 가서 숨자. 걔가 고른 곳보다 이쪽이 훨씬 나을 거야!
오렐: 함부로 뛰어다니지 마, 베루! 그러다 길 잃어버리면 한참 헤매야 한다고!
베루: 와! (형아/누나)! 시간 있으면 우리랑 숨바꼭질 안 할래? 로위는 진작에 숨었을 거야!
베루: 시간 없으니까 빨리! 걔는 여기를 엄청 잘 안단 말이야…. 더 좋은 장소를 찾아서 숨어야 해!
오렐: 죄송하지만 저희랑 한 번만 더 놀아주세요. 베루 녀석, 갑자기 왜 이렇게 신이 난 건지…
오렐: 그런데… 그 녀석 신나도 너무 신난 것 같은데요. 로위랑 어디 이상한 곳에 숨어 있으려나…
오렐: 이 페이지의 뜻은…
오렐: (형아/누나)가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네요. 이제 막 책을 펼쳤는데…
오렐: 이 책은 로위네 아빠가 주신 건데, 모르는 게 있으면 물어봐도 된다고 하셨어요
오렐: 근데… 헤헤, 이 책은 솔직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거의 없어요
오렐: 어쨌든 저는 집합 장소로 돌아갈게요. 전 형아(누나)한테 잡힌 거고, 게임을 하려면 규칙을 따라야 하니까요
베루: 으악! (형아/누나) 엄청 빠르네! 방금 다른 곳에 숨으려고 했는데…
베루: 에휴, 집합 장소로 돌아가야겠다…
오렐: 뭐야… 너희 둘, 왜 그런 눈으로 쳐다보는 거야?
베루: 형… 또 어디 적당히 숨어서 책이나 보고 있었지? 진지하게 놀아주지도 않고 말이야!
로위: 맞아! 자주 놀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좀 진지하게 해!
오렐: 좋은 자리는 너희들이 차지해 버렸잖아. 난 숨바꼭질을 잘하는 것도 아니니까… 책 보면서 시간이나 때우려고 그런 거지…
베루: 치! 형은 거짓말쟁이야!
로위: 흥! 완전 책벌레야!
오렐: 좀 봐주라…
베루: 헤헤, 로위 너 숨바꼭질 진짜 잘하더라. 숨을 수 있는 재밌는 장소도 다 알고 있고
베루: 헤헤, 로위랑 같이 노니까 엄청 재밌다!
로위: 베루 너는 벽 엄청 잘 타던데? 힘도 세서 계속 날 위로 끌어올려 줬잖아
로위: 우리 둘이 같이 있으면 아무도 우리를 찾을 수 없을 거야! 이 (오빠/언니)만 빼고!
오렐: 그래, 이제 대충 다 놀았지? 로위, 너부터 집에 데려다줄게
로위: …나 데려다주는 김에 또 우리 아빠한테 뭐 물어보려는 거지?
오렐: 화, 확실히 이해가 안 돼서 아저씨의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 있기는 해…
로위: 알았어. 지금쯤이면 아빠도 집에 있을 테니까 같이 가자. 엄마가 전에 같이 저녁 먹게 너희도 데려오라고 했어…
베루: 형, 빨리! 이리로 가자! 저쪽에 있는 커다란 건물, 우리 처음 보는 거지?
오렐: 천천히 가, 베루. 그러다 또 넘어질라. 로위도 마찬가지야. 너희 아빠가 너 몸 약하니까 감기 걸리지 않게 조심하라고 그러셨어
로위: 으엑, 너네 형 잔소리 장난 아니다. 우리 엄마랑 똑같아
베루: 내 말이 그 말이야!
오렐: 이것들이…
로위: (오빠/언니), 안녕! 또 만났네! 이번에는 숨바꼭질 안 하고 있었어
오렐: 정확히 말하자면 방금 전에 놀다가… 누어 누나한테 한소리 들었어요
로위: 누어 언니는 일할 땐 엄청 엄해서 맨날 누구를 혼내고 있다니까! 내가 전에 쿠키까지 줬는데도 말이지!
로위: 뭐, 됐어. 어차피 피곤해서 오렐이랑 베루를 데리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가려던 참이었으니까
로위: (오빠/언니), 혹시 우리랑 같이… 으음… 그걸 뭐라고 하더라?
오렐: 산책?
로위: 맞아! 우리랑 산책하지 않을래?
베루: 우리 저쪽에 있는 광장으로 가보자. 나 분수 보고 싶어!
로위: 알았어. 그럼… 우선 광장으로 가보자. 안쪽에 분수대가 엄청 예쁘거든
베루: 와아… 안에 들어가서 수영하고 싶다. 아니면 분수 물로 샤워를 해볼까?
오렐: 그랬다간 분명 혼날 거야. 그냥 얌전히 보기만 해
베루: 하지만… 안에 들어갈 수도 없는데 뭐 하러 분수대를 이렇게 크게 만든 거야?
베루: 아무리 멋지게 생겼어도 보기만 할 뿐이라면 그냥 물웅덩이나 마찬가지잖아. 하나도 재미없어
로위: 이건 평범한 분수가 아니야. 음… 아빠가 다른 평범한 분수에 대해 말씀해 주셨는데, 뭐라고 하셨더라…
오렐: 「폰타인성 도시 미화 사업의 가장 큰 목적은 세금 신고 문제를 유연하게 해결하는 거야」
오렐: 마침 오늘 들르뤼 아저씨가 그 부분에 대해 설명해 주셨어
로위: 말투까지 우리 아빠랑 똑같네…. 그래서 아빠가 오렐 오빠를 좋아하는 거구나? 어쩐지 오빠랑 얘기하러 갈 때면 항상 책을 한 아름씩 들고 가더라
베루: 난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못 알아들었지만, 보나 마나 형이 또 김새는 소릴 한 거겠지
베루: 로위, 얼른 딴 데도 가보자. 오늘은 모처럼 공부 안 해도 되는 날이잖아
로위: 그래. 그럼 다음은 어디로 갈까나… 아! 신문사라면 아직 열려 있을 거야. 거기로 가보자!
오렐: 여기가 그 「스팀버드사」야? 딱히… 특별한 점은 없어 보이는데?
베루: 우와! 진짜 기계 새다! 엄청 멋있어!
로위: 그치? 난 신문 사러 아빠랑 여기 자주 와
로위: 아빠는 「스팀버드」를 엄청 좋아해서, 매일 아침마다 신문을 봐. 가끔은 신문 일부를 잘라서 공책에 붙이기도 해
로위: 아빠 말에 의하면 그건 자기가 쓴 「평론」이래. 종종 나랑 엄마한테 읽어주기도 해
로위: 근데 우린 그런 거에 별로 관심 없거든. 그래서 맨날 「응」, 「진짜?」, 「그렇구나」라는 대답만 하는데 아빠는 자기 평론 읽는 데 심취해서 우리 반응이 어떤지도 잘 몰라
오렐: 간단히 말하자면, 「평론」은 평론가가 자신의 관점에서 어떤 사건에 대해 표명하는 의견이에요
오렐: 로위네 아빠, 들르뤼 아저씨는 폰타인 과학원의 과학자예요
오렐: 「스팀버드」에 종종 「평론」을 싣는 「평론가」기도 하고요
로위: 맞아. 그래서 아빠는 어떤 일이든 장황하게 「평론」하길 좋아해
로위: 가끔은 말하다가 뭔가 떠오르면 갑자기 방 안에 틀어박혀서 계속 글만 써. 그럴 땐 밥도 안 먹고 차만 마신다니까?
베루: 우와… 자기 생각을 말하는 것만으로도 모라를 벌 수 있는 직업이 있다고?
오렐: 단순히 생각을 말하는 것만으로는 「평론가」가 될 수 없어. 모두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평론을 게재하려면 먼저 몇 가지 원칙을 따라야 해…
로위: 음… 저기… 베루! 그리고 (오빠/언니)! 배고프지 않아?
로위: 루이 오빠가 얼마 전에 그랬는데, 요즘에 풍선귤 맛 감자튀김을 팔기 시작했대! 우리 그거 사 먹으러 가자, 내가 쏠게!
베루: 어… 응! 그래! 형, 그만 떠들고 빨리 가자!
오렐: 너희들 진짜…
로위: 루이 오빠! 나… 풍선귤 맛 감자튀김 몇 개만 살게!
루이: 아, 로위구나? 미안하지만 풍선귤이 다 떨어졌어. 오늘따라 항구에 사람이 엄청 많았거든
로위: 내, 내가 미리 얘기해 뒀잖아! 친구들까지 데리고 왔는데…
루이: 미안, 손님이 너무 많아서 깜빡해 버렸네. 그래도 그냥 감자튀김은 좀 남았어. 이건 돈 안 받을 테니까 가져가서 먹어
로위: 알겠어. 고마워, 루이 오빠…
루이: 풍선귤만 있으면 바로 소스를 만들 수 있긴 해. 다른 조미료는 조금 남아 있으니까…
로위: 오예! (오빠/언니) 최고!
베루: 고마워, (형아/누나)!
오렐: 만날 때마다 귀찮게 해드리는 것 같아서 죄송하네요…
오렐: 네…. 저도 (형아/누나)한테 좀 배워야 할 것 같아요. 들르뤼 아저씨도 제가 너무 딱딱하다고 그러셨거든요. 계속 그러면 평론가가 되기 힘들 거라고…
오렐: 크흠! 방금 건 못 들은 걸로 해주세요. 얘네들은 제가 돌보고 있을 테니까 풍선귤을 부탁드릴게요
베루: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너네 아빠랑 같이 책 읽기 시작한 이후로 저래. 맨날 인상만 찌푸리고 있고,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니까
로위: 우와… 우리 아빠랑 똑같네. 우리 엄마가 그러는데, 아빠는 무언가랑 씨름하고 있는 것 같대
베루: 너네 아빠는 뭐랑 씨름하고 있는 걸까? 혹시… 너네 엄마랑 말다툼이라도 한 걸까?
로위: 아니야! 아빠랑 엄마는 지금까지 한 번도 싸운 적 없어
베루: 어른들은 진짜 이상해…
루이: 벌써 풍선귤을 가져온 거야?
로위: 야호! (오빠/언니), 베루, 오렐 오빠! 얼른 먹자. 이거 엄청 맛있어!
로위: 맞다. 오렐 오빠, 이거 아빠한테 말하면 안 된다? 안 그럼 또 한바탕 잔소리 듣는다구…
오렐: 하, 걱정 마. 아마 들르뤼 아저씨도 감자튀김 같은 거에 별로 관심 없으실걸?
베루: 저기, 형… 나는?
오렐: 너도 얼른 먹어. 내 건 너희 둘이 알아서 나눠 먹고. 난 이런 거 별로 안 좋아하거든
베루: 헤헤, 그럼 사양하지 않을게! 여행자 (형아/누나)도 얼른 먹어
오렐: 아, 맞다. 난 이따가 커피 한 잔 사서 들르뤼 아저씨한테 갖다 드려야 해…
로위: 잠깐, 그건 안 돼! 엄마가 한참 전에 아빠한테 커피 금지령 내렸다구
로위: 아빠는 커피만 마셨다 하면 밤새도록 기침을 하거든. 그것 때문에 목까지 다 쉴 정도라니까
로위: 아빠는 일 때문에 그런 거라고 하는데… 대체 무슨 일이 이렇게까지 힘들다는 거야?
오렐: …혹시 그게 들르뤼 아저씨가 말씀하셨던, 좋은 「평론」을 쓰기 위한 대가려나?
오렐: 평론가라는 건 정말 힘든 일인가 봐…
베루: 로위? 뭐 좋은 것 좀 찾았어?
로위: 아니! 여긴 아무것도 없어!
베루: (형아/누나), 우리 지금 「보물찾기」 하는 중이야. 헤헤, (형아/누나)도 같이 할래?
베루: 우린 어쩔 수 없이 여기서 얌전히 「보물찾기」나 하고 있었지…
베루: 헤헤… (형아/누나)도 우리랑 같이 할래?
로위: 베루가 하는 말은 듣지 마. 우린 그냥 부품을 찾는 중이야
베루: 부품이 보물이나 마찬가지지 뭐… 음? 여기 있을 텐데…
로위: 흠… 여기는 없는 것 같아. 다른 데로 가볼까?
베루: 그래! 좀 더 앞으로 가보자
베루: 으엑, (형아/누나) 말투가 우리 형이랑 똑같아졌어…
베루: 그럼 조금만 더 앞으로 가보자. 이 근처 물속에 부품이 많았던 것 같은데…
로위: 낡은 종이만 있고… 부품은 없어
베루: 이상하네. 어제만 해도 여기서 톱니바퀴를 몇 개나 건졌는데
베루: 혹시 누가 이미 싹 훑고 갔나? 왜 부품이 하나도 없지…?
로위: 좋았어! 쓸 만한 걸 손에 넣었네
로위: 어디 보자… 이 톱니바퀴는 쓸 수 있을 것 같아. 이 베어링은 톱으로 잘 쪼개면…
로위: 태엽 인형을 하나 만들어 보려고. 실은… 전부터 조금씩 필요한 것들을 배워두고 있었어
로위: 다 배우고 나면 엄청 큰 태엽 장치를 만들어서 아빠를 깜짝 놀라게 할 거야!
로위: 난 아빠 방에서 책도 많이 읽고, 책에서 본 내용대로 간단한 부품도 만들어 봤어
로위: 조금만 더 노력하면 내가 원하는 태엽 장치를 만들 수 있을 거야!
로위: 하지만 성안에서 태엽이랑 기계를 공부해선 안 돼. 그랬다간 아빠한테 바로 들킬 게 뻔한데, 그럼 아빠를 깜짝 놀라게 할 수 없잖아
베루: 그래서 이곳이 로위가 태엽이랑 기계를 연구할 수 있는 비밀 기지가 된 거야. 나는… 얘 조수고
로위: 수다는 거기까지다, 조수! 이제 연구를 개시한다! 오늘은 반드시 움직이는 기계 팔을 만드는 거야!
베루: 옙! 연구 개시!
베루: 이번에는 내가 술래야. 꼭 로위를 잡아야지!
로위: 과연 그럴까? 너는 못 올라가는 곳도 있잖아
베루: 그건… 이 신발로 기어오르기 힘들어서 그래. 신발만 바꿔 신으면 무조건 널 잡을 수 있다고!
로위: 그럼 우리 그냥 신발을 벗는 게 어때? 그쪽이 더 공평하잖아!
오렐: 어허! 둘 다 맨발로 뛰어다닐 생각은 하지도 마. 바닥에 버려진 부품들이 얼마나 많은데, 다치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래?
로위: 알았어…
베루: 응…
베루: 저기… 형, 방금 나 잡을 때 딴생각하고 있었어? 바로 앞을 지나쳐 갔는데도 아무 반응이 없던데?
오렐: 응? 그랬어? 전혀 몰랐는데…
로위: 방금 뛰어서 한 바퀴를 돌았는데, 아예 내가 안 보이는 것 같더라니까?
오렐: 글쎄… 어라? (형아/누나), 여기는 어쩐 일이에요?
로위: 마침 오렐 오빠가 책 돌려주러 왔길래, 아빠가 오렐 오빠한테 나 좀 돌봐달라고 했어. 그래서 같이 놀고 있던 거야
오렐: 그게… 크흠, 요즘 첫 평론을 쓰는 중이라 생각해 볼 문제가 좀 있거든요
오렐: 보니까… 제가 운동할 때 머리가 빠르게 돌아가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로위: 근데 걸핏하면 멍하니 서 있기나 하고, 가끔 혼자 중얼거리면서 아무리 불러도 반응이 없잖아
베루: (형아/누나), 우리랑 같이 놀아 주라. 우리 형보다 숨바꼭질 훨씬 잘하잖아!
베루: 헤헤, 쉽지 않을걸? 나랑 로위는 숨바꼭질 달인이야
베루: 그럼 시작한다! 로위, 서둘러! 빨리 숨자!
오렐: 이 단락은 꽤 괜찮네…
오렐: 이렇게 하면… 아냐, 역시 틀려…
오렐: 어라? 잡혀버렸네요. 집합 장소로 갈게요
오렐: 음… 이 관점이 맞나? 아니야. 윽… 맞나…?
로위: 으엑?! 이런 곳까지 찾아낸다고? (오빠/언니), 대체 지금까지 숨바꼭질을 얼마나 해본 거야…?
로위: 그럼 난 집합 장소로 갈게. 다음번엔 더 잘 숨어야겠다
베루: 그럼 난 집합 장소로 갈게. 형은 좀 더 버텨줬으면 좋겠는데…
베루: 형이 그랬거든. 숨바꼭질을 하고 나면 새로운 생각이 잔뜩 떠오른다고
베루: 형은 떠오르는 것들이 너무 많다면서 매번 바닥에 쭈그려 앉아 한참 동안 기록하곤 해
베루: 그런 생각들은 엄청 귀중한 거니까, 방해하면 안 된다고 로위가 그랬어
베루: 그래서 나랑 로위는 우리 형이 숨을 차례가 되면 형이 생각을 다 정리할 때까지 일부러 시간을 끌고 있어
베루: 대신… 형이 술래가 됐을 때도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는 게 문제긴 하지만…
오렐: 아냐, 아냐… 이 부분의 논증은 토대가 충분치 않아…
로위: 오렐 오빠가 또 자기만의 세계에 빠졌네…. (오빠/언니), 우리랑 같이 놀아 줘서 고마워
로위: 우리 아빠처럼 커피를 물 대신 마시지만 않으면 괜찮을 거야
베루: 그건 걱정 마. 형이 커피를 너무 많이 마시지 않도록 내가 어떻게든 할 테니까. 정 안 되겠다 싶으면… 커피를 전부 숨겨버리지 뭐
로위: 휴, 아빠 커피를 여기에 숨기려고 했는데… 안 되겠네
베루: 평론가라는 건 진짜 힘든 일인가 봐…
앙리: 그래, 폰타의 개선 방향을 꼭 조정해야겠어…
앙리: 아! 명예 선임 연구원, 만나서 반가워
앙리: 나 기억해? 그땐 네가 너무 바빠서 내 얼굴이랑 외모는 잊어버렸을 수도 있겠네…
앙리: 아무튼! 내 소개를 할게. 난 폰타 개발팀의 일원인 앙리라고 해
페이몬: 방금 폰타의 개선 방향을 조정해야 한다고 했는데… 설마 새로운 폰타를 개발하려는 거야?
앙리: 하하하, 난 줄곧 폰타 개발에 참여했어! 어떤 건 성공했고, 어떤 건 실패했지. 또 어떤 건 성공과 실패의 기로에 놓여 있고…
앙리: 사실 난 어쩔 수 없이 상업적인 업무에 발을 들인 상태야. 지금은 사고 방식도 연구원이 아닌 상인에 더 가깝지
앙리: 그래서 난 폰타를 개발할 때 떠오르는 영감도 없고 내놓는 기획안도 따분하기 짝이 없어…
앙리: 휴, 과학원에 있던 시절엔 폰타에 관한 기발한 아이디어가 많았는데
앙리: 결국 폰타 판매량을 끌어올리려고 대중이 더 좋아할 만한 방안을 선택하느라 다른 기획안은 내팽개쳐 버렸지만 말이야
앙리: 하지만 난 믿어. 그 옛날 기획안들은 엄청 값진 영감을 품고 있을 거라고!
앙리: 내가 이번에 과학원으로 돌아온 것도 연구실에 남겨둔 옛날 기획안이랑 샘플을 찾으러 온 거야
앙리: 연구에 대한 열정과 영감이 충만했던 과거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실마리를 좀 줬으면 좋겠어
페이몬: 응? 네가 있던 연구소는 폭발의 영향을 받지 않은 거야?
앙리: 아니, 우리 연구소도 전부 폭발로 날아갔지
페이몬: 이봐! 그럼 어디서 찾겠다는 건데? 무슨 마법이라도 부려서 기획안이 땅에서 솟아나게 하려고?
앙리: 일단 내 말을 끝까지 들어 봐. 연구소는 폭발로 날아가 버렸으니 답이 없지만, 그 기획안들은 종이잖아
앙리: 어쩌면 그냥 날아가기만 하고 훼손되진 않았을지도 몰라. 폭발이 끝나고 땅에 살포시 떨어졌을 수도 있어
앙리: 내 말은 농담이 아니라 진심이야. 폰타 연구팀이 있던 연구실은 폭발의 중심부와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폭발을 직격으로 맞지 않았을지도 몰라
앙리: 게다가 우리 연구실은 폐쇄된 지 오래돼서 안에 작동 중인 기계도 없었어. 그러니까 불이 났을 리도 없지
앙리: 가장 긍정적으로 추측하건대, 우리 연구소의 자료랑 샘플은 그냥 충격파에 날아갔을 뿐 파괴되지 않았을지도 몰라
앙리: 몇몇 동료들의 고상한 도움 덕분에 기획안이 있을 법한 위치를 계산해 냈어! 근데… 그게 좀 멀어서…
앙리: 친애하는 명예 선임 연구원, 폰타와 과학원을 봐서라도 도와줄 거지?
페이몬: 음… 완전 새로운 맛의 폰타랑 관련된 거니까… (닉네임), 역시 도와주는 게 좋겠지?
앙리: 잘됐다! 네가 도와주면 일이 더 쉽게 풀릴 거야! 난 일단 이번 목적지부터 검토해 볼게
앙리: 어디 보자… 아하! 찾았다. 일단 이 근처로 가 보자. 지도에 「첫 번째 장소」를 표시해 줄게
페이몬: 이 근처는 전부 물뿐인데. 네가 찾는 기획안이 물에 빠진 건 아니겠지?
앙리: 걱정 마. 자료를 밀봉할 때 한 장 한 장 방수랑 방충 처리를 했으니까
페이몬: 오! 그런 기술도 있어?
앙리: 하하하, 「기술」까진 아니고 그저 문서를 튼튼한 방수 자루에 넣고 입구를 꽉 밀봉한 것뿐이야
앙리: 그럼 출발할래? 아 참, 일단 폰타 두 병을 마시고 정신을 좀 맑게 하자, 받아!
페이몬: 앙리가 찾던 물건인 것 같네. 가져다주자
앙리: 정말로 문제없이 온전한 자료를 찾아내다니… 넌 정말 내 구원자야!
페이몬: 잠깐, 그 의외라는 표정은 뭐야?
페이몬: 너 설마… 자료 회수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건 아니지?
앙리: 그럴 리가! 폰타를 걸고 맹세하는데 절대 그런 생각 안 했어!
앙리: 그럴 리가! 폰타를 걸고 맹세하는데 절대 그런 생각 안 했어!
앙리: 폰타에 소금을 넣어 풍부한 맛을 낼 생각을 하다니… 역시 과거의 나야!
페이몬: 짜… 짠맛이 나는 폰타라면… 딱히 마시고 싶지 않은데…
앙리: 응? 이런 맛은 싫은 거야?
앙리: 하하하, 걱정 마. 소금의 짠맛이 엄청 강하진 않을 거야. 전체적으론 달콤한 편이지
앙리: 음… 너희가 자료를 찾아줬으니까, 이번 신규 폰타 제작에 너희 의견도 참고할게
앙리: 너희가 볼 땐, 이 기획안대로 폰타에 소금을 넣는 게 좋을 것 같아?
앙리: 그래, 그럼 너희 의견대로 할게!
앙리: 난 계속 새로운 폰타를 연구할 거야. 완성품이 나오면 제일 먼저 너희에게 맛보여 줄게
앙리: 짠맛과 단맛… 음… 두 가지 맛의 균형을 어떻게 유지해야 할까…
드피에리스: 뭔가 부족한 것 같은데… 어디가 잘못된 걸까…
드피에리스: 결정적인 뭔가가 빠진 것 같아…
드피에리스: 만나서 반가워. 난 화가인 드피에리스야
드피에리스: 평소엔 새 친구를 사귀면 커피를 대접하곤 하는데 이 근방엔 카페가 없네
드피에리스: 이렇게 하자, 이 폰타를 들고 서로 잔을 부딪히면 정식으로 친구가 되는 거야. 전에 폰타인에 와본 적 있어?
드피에리스: 그럼 할 게 많겠는걸. 우선 성 곳곳을 돌아다니며 머리 위로 복잡하게 얽혀있는 수로를 둘러봐
드피에리스: 그런 다음 거리로 나가 정교한 장치를 둘러보는 거야. 화가의 눈으로 봤을 때… 나름 아름다운 장치들도 있거든
드피에리스: 마지막으로 꼭 카페에 앉아 느긋하게 커피 맛을 음미해야 해
드피에리스: 그렇게 커피를 마시다 보면 누군가 말을 걸어올지도 모르지
드피에리스: 하지만 상대가 「사진기 동호회」 사람이라면…
드피에리스: 아마 멍청한 소리를 해댈 테니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그들 중 몇몇이 멍청한 짓을 하고 다니거든…
드피에리스: 그냥 하는 말이 아니야. 그 동호회 회원들이 글쎄 뭐라는 줄 알아?
드피에리스: 「작품만 놓고 보자면 사진기로 찍은 사진이 화가가 그린 그림보다 훨씬 나아」
드피에리스: 「작품만 놓고 보자면」이라니 얼마나 바보 같은 말이야? 근데 녀석들은 그걸 진리처럼 여기고 있다고!
드피에리스: 화가가 실물과 똑같은 작품을 그려낸다면, 미적 감각이 왜 필요하겠어?
드피에리스: 뭐, 어떻게 하면 그림을 더 사실적으로 그릴 수 있을지 고민하는 동료들도 있지만… 그마저도 그들의 미적 감각에 기반한 생각이잖아
드피에리스: 어쨌든 핵심은 미적 감각에 있다는 거야. 무슨 말인지 알겠어?
드피에리스: 화가가 눈에 세상을 담는 건 첫 번째 단계에 불과해. 붓으로 감성과 아름다움을 탐구해야만 비로소 마음에서 우러난 그림을 그려낼 수 있지
드피에리스: 사진기를 좋아하는 모든 사람을 싸잡아서 아름다움도 모르는 우매한 자들로 여기고 싶지 않아
드피에리스: 내겐 사진기를 좋아하는 친구가 많은 데다 종종 그들과 교류하곤 하거든. 때론 그들의 사진을 보며 영감을 얻고, 그들도 내 그림을 보며 깨달음을 얻곤 하지
드피에리스: 하지만 뭣도 모르면서 떠벌리는 부류는 도저히 용납할 수가 없어!
드피에리스: 그건 사진 애호가와 화가에 대한 모욕이라고! 정말이지… 쿨럭…
드피에리스: 고마워, 이 얘기만 하면 화가 나서 주체가 안 된다니까
드피에리스: 그래서 친구들과 함께 사진기로 사진을 찍어서 그걸 소재로 그림을 그릴 생각이야
드피에리스: 그림과 참고한 사진을 함께 내걸고 전시회를 열어서 사람들에게 그림과 사진의 차이점을 보여주는 거지!
드피에리스: 그런데… 내가 찍은 사진들은 영 별로란 말이야. 친구들이 말하길 멋진 풍경은 주로 위험한 곳에 있대
드피에리스: 해저나 산꼭대기, 인적 드문 숲 같은 곳 말이야…. 근데 나 혼자서는 절대 못 가겠더라
드피에리스: 모험가에게 부탁하자니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 것 같고…
드피에리스: 음, 그래서 말인데… 혹시 예술가에게 고용되는 건 어때?
드피에리스: 각자 잘하는 일만 하면 되니까 걱정 마
드피에리스: 보수도 걱정할 거 없어. 소재를 구하러 갈 때 자주 모험가들에게 경호를 의뢰해 봐서 그 정도 불문율은 알고 있지
드피에리스: 이번엔 급히 나오느라 함께 할 모험가를 찾지 못한 것뿐이야…
드피에리스: 그럼 그렇게 하는 거다. 네가 도와준다면 더 멋진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거야
페이몬: 이 정도면 충분해. 그 화가에게 돌아가자
드피에리스: 사진은 찍어왔어?
드피에리스: 어디 보자…
드피에리스: 정말 완벽해! 사진 촬영에 이렇게 조예가 깊은 줄 몰랐어
드피에리스: 이 사진에서 참고할 만한 좋은 소재를 고를 수 있을 것 같아!
드피에리스: 정말 고마워. 아, 내가 모라를 어디에 뒀더라…
드피에리스: 자, 여기 있어, 꼭 받아줘! 다음에 또 기회가 되면 사진 찍는 거 도와주라
드피에리스: 이제 작품을 구상할 차례인데…
드피에리스: 여행자, 마침 잘 왔어. 방금 사진을 찍을 만한 좋은 장소를 찾았거든. 네 도움이 필요해
드피에리스: 당연하지, 소재가 한참 부족하다고. 겨우 사진 한 장으로 무슨 작품을 만들겠어?
드피에리스: 내가 사진을 참고 소재로 쓸 땐 적게는 열댓 장에서 최대 수백 장까지 모으곤 하지
드피에리스: 전에 말했듯이 그림의 핵심은 「창작」에 있어
드피에리스: 눈으로 본 걸 무작정 캔버스에 담으면… 그건 「그림」이 아니라 「사진」일 뿐이지
드피에리스: 화가는 자신의 미적 감각과 감성으로 사물을 관찰한 다음, 관찰한 것을 선별하고 변형해서 편집해야 해…
드피에리스: 사물의 가장 「아름다운」 부분을 추상화한 다음 캔버스에 새겨 넣어야 그림이 완성되는 거야
드피에리스: 너… 어휴, 한마디로 사진들의 가장 아름다운 부분만 참고한다는 거야
드피에리스: 이 사진을 예로 들자면 음영을 훌륭하게 담아냈지만, 풍경은 부족한데, 이럴 경우엔 음영 효과만 참고하는 거지
드피에리스: 이 사진엔 재미있는 포즈를 취하고 있는 행인이 있고, 또 다른 사진은 건물이 웅장해…
드피에리스: 머릿속으로 퍼즐을 맞추듯 구성한 결과물이 아름다울지 아닐지는 오로지 미적 감각과 지식에 달렸어
드피에리스: 소재에 담긴 풍경을 변형하거나 추상화하기도 하니까 완벽한 설명이라곤 할 수 없지만… 대충 그렇게 이해하면 돼
드피에리스: 음… 맞아! 네 촬영 기술은 정말 뛰어나거든. 내 친구들도 네가 찍은 사진을 보더니 다들 널 만나고 싶어 했어
드피에리스: 네가 도와준다면 분명 난 희대의 작품을 그려낼 수 있을 거야
드피에리스: 그러니까 사람들의 미적 감각과 내가 준비한 모라를 봐서라도 좀 도와주라
드피에리스: 흔들리는… 해저 식물과… 음영의… 변화…? 대체 뭐라고 적은 거야. 취한 건가? 아… 맞아, 잔뜩 마셨었지…
드피에리스: 크흠, 물속에 들어가서 해저 식물 좀 찍어줄래?
드피에리스: 아무래도… 이 메모를 쓸 때 해저 식물의 음영 변화에 완전히 꽂혔었나 봐
페이몬: 이 정도면 충분해. 그 화가에게 돌아가자
드피에리스: 사진은 찍어왔어?
드피에리스: 어디 보자…
드피에리스: 정말 완벽해! 사진 촬영에 이렇게 조예가 깊은 줄 몰랐어
드피에리스: 이 사진에서 참고할 만한 좋은 소재를 고를 수 있을 것 같아!
드피에리스: 정말 고마워. 아, 내가 모라를 어디에 뒀더라…
드피에리스: 자, 여기 있어, 꼭 받아줘! 다음에 또 기회가 되면 사진 찍는 거 도와주라
드피에리스: 이제 작품을 구상할 차례인데…
드피에리스: 이렇게 되면… 쉽지 않겠는걸…
드피에리스: 이번엔… 사진 촬영이 아니라 다른 도움이 필요해
드피에리스: 크흠, 직접 말하려니 민망한데… 혹시… 먹을 걸 구해다 줄 수 있을까? 예를 들면 「마늘 바게트」라든가
드피에리스: 그럴 리가! 오늘 먹을 빵, 과일잼, 육포를 잔뜩 챙겨왔다고…
드피에리스: 다만 정신없이 그림을 그리다가 문득 배가 고프단 생각에 옆을 보니 곁에 뒀던 음식이 사라진 거 있지
드피에리스: 동물이 물어간 건지 배고픈 행인에게 도둑맞은 건진 모르겠지만… 누구의 배든 채웠으면 됐지, 뭐
드피에리스: 아무튼 그렇게 됐으니 내 허기를 달랠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아직 소재를 다 못 찾아서 성으로 돌아갈 수 없어
드피에리스: 그럼 부탁 좀 할게. 「마늘 바게트」는 성안에 있는 상점에서 팔아!
드피에리스: 하하… 배가 고파서 그런 건지, 고민을 너무 많이 해서 그런 건지, 기운이 하나도 없네…
드피에리스: 「마늘 바게트」는 구해왔어?
드피에리스: 자, 여기 보수야. 난 우선 허기를 좀 달래야겠어…
드피에리스: 다음엔… 주머니에 들어가는 과자를 좀 챙겨야겠어…
드피에리스: 좋은 생각이긴 한데… 이걸 실현할 수 있을까…
드피에리스: 아, 왔어? 지난번엔 도와줘서 고마웠어. 사진에 담긴 풍경을 보고 큰 영감을 얻었거든
드피에리스: 덕분에 구상도 어느 정도 마쳤고 초안도 그려봤는데… 뭐랄까, 어딘지 마음에 들지 않더라고
드피에리스: 오해하지 말아줘. 그렇다고 내가 아름답지 않은 쓰레기를 그렸다는 게 아니라 단지…
드피에리스: 평범한 그림과는 다른 「특별함」이 부족하다는 거야
드피에리스: 게다가 내가 구상한 화면이 너무 구체적이라 이대로 그려내면 전하고자 하는 아름다움이 분명 반감되겠지
드피에리스: 후, 화가라면 누구나 하는 고민이긴 한데…
드피에리스: 주제가 자연이든 동물이든 사람이든, 그 문제는 늘 존재하기 마련이거든…
드피에리스: 그래서 몇몇 동료들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신의 감정에 따라 풍경을 분해하고 변형시켜 그리고 있어
드피에리스: 이런 그림에 가장 강조되는 건 내면의 감정이야. 그렇게 완성된 캔버스는… 뭐라고 설명해야 좋을까
드피에리스: 그래! 캔버스에 있는 인물이나 풍경뿐만 아니라 빛 한 줄기에도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아름다움과 다른 독특함이 어려있지
드피에리스: 아마 대부분은 작품을 대충 살펴보고 화가가 실력이 없다든가 미쳤다고 생각할 거야
드피에리스: 하지만 가만히 마음과 영혼으로 작품을 감상하면, 화가를 대신해 포효하는 그림의 외침을 들을 수 있지
드피에리스: 그 소리는 화가의 마음에서 우러나온 것으로, 그의 이런저런 감정을 대변해. 그리고 아마 대부분의 감정은 상당히 격렬하겠지…
드피에리스: 그건 귀가 아닌 마음으로만 들을 수 있는 소리야
드피에리스: 너처럼 착한 사람이 예술가의 부탁을 거절하진 않겠지?
드피에리스: 좋아, 그럼 좀 부탁할게. 여기서 기다릴 테니까 물건을 받으면 돌아와서 나한테 주면 돼
페이몬: 여기도 똑같은 발자국이 있네…. 도대체 이 녀석은 뭘 하러 간 거야?
페이몬: 앞에 드피에리스가 있어. 얼른 가보자
아루에: 우선 취향을 말씀해 주시고 마음에 드는 자리에 앉아계시면 금방 커피를 가져다드리겠습니다
아루에: 참, 한 가지 충고하자면 다른 손님과 멀리 떨어져 있는 자리에 앉으시는 게 좋을 거예요
아루에: 손님이 만족해하며 커피를 마시고 있어요. 역시 타고난 바리스타시네요
아루에: 한가하실 때 카페에 자주 들러주세요. 손님으로든 바리스타로든 언제나 환영이에요
아루에: 그리고 이 말은 꼭 한 번 더 해야겠어요. 당신은 타고난 재능이 있으니 열심히 노력한다면 금방 위대한 바리스타가 될 거예요…
아루에: 오늘은 커피를 만들지 않으셔도 돼요
아루에: 지금껏 카페 일을 많이 도와주신 데다 커피 만드는 솜씨도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잖아요…. 이제 정식 「바리스타」가 될 자격을 충분히 갖추신 것 같아요
아루에: 그 질문에 답하려면 먼저 마카델 씨가 벌인 귀찮은 일부터 설명해야겠네요
아루에: 이분은 멜모니아궁에서 일하시는데, 특제 커피에 대해선 잘 모르시지만 소란을 피우는 데는 일가견이 있으시죠
아루에: 그는 모든 카페에 자신이 세운 계획을 따르도록 요구했을 뿐만 아니라 멜모니아궁 직원의 감독까지 받으라고 했죠
아루에: 구체적으로, 카페의 바리스타를 대상으로 1급부터 5급까지 총 5개 등급으로 구성된 「능력 평가」를 진행했어요
아루에: 이 「능력 평가」에는 27쪽에 달하는 필기시험뿐만 아니라 초급과 고급을 아우르는 실기시험이 포함되어 있었죠
아루에: 평가가 끝나면 마카델 씨와 할 일 없는 그의 동료들이 바리스타에게 「등급 증명서」를 발급해 줬고
아루에: 그 「등급 증명서」가 있어야만 정식 바리스타가 될 수 있어요
아루에: 지금까지 동종 업자들과 함께 지켜본 결과 「등급 증명서」는 커피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어요
아루에: 증명서가 있다고 커피 맛이 좋아지거나 나빠지지 않거든요. 바리스타의 커피 만드는 솜씨에도 별다른 영향이 없었고요
아루에: 그저 마카델 씨가 「커피 관리 사무실」를 세우고 수많은 직원을 거느리는 데 도움이 됐을 뿐이죠
아루에: 네? 아뇨, 마카델 씨의 계획은 시작한 지 5달도 안 돼서 중단됐어요
아루에: 그 평가 기준대로라면 폰타인에서 정식 바리스타라고 불릴 사람이 거의 없거든요
아루에: 저희끼리야 그 칭호가 무의미하다는 걸 알지만 손님들은 그렇지 않잖아요
아루에: 비정식 바리스타가 있다면 그 카페 자체를 정식적이지 않은 곳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죠
아루에: 그런 이유로 큰 손해를 입은 카페 사장님들이 불만을 품기 시작했어요
아루에: 힘을 모아 마카델 씨의 사무실로 항의 편지를 보냈죠…. 음, 기억하기론 매주 세 번씩 보냈던 것 같아요
아루에: 결국 진솔한 대화를 나눈 끝에 마카델 씨와 카페 사장님들은 서로 만족할 만한 해결책을 찾았어요
아루에: 마카델 씨의 평가 계획과 정식 바리스타와 비정식 바리스타의 기준은 그대로 유지했지만
아루에: 필기시험 답안뿐만 아니라 실기시험 합격 여부를 평가할 권한까지 카페 사장님들에게 주어졌어요
아루에: 카페 사장이 바리스타를 평가한 후 평가서와 승인서를 작성해 멜모니아궁에 보내면…
아루에: 「커피 관리 사무실」에서 바리스타에게 「정식 바리스타」 증명서를 발급해주는 거예요
아루에: 그런데 얼마 전 마카델 씨는 경비를 줄이겠다며 실물 증명서 발급을 일시적으로 중단했어요. 대신 사무실에서 등록만 하면 정식 바리스타가 될 수 있다고 했죠
아루에: 쳇, 그게 바로 멜모니아궁 분들의 취미예요. 그런 건 신경 쓰지 마시고 필기시험을 통과할 수 있게 해드릴 테니 저만 믿으세요
아루에: 그런데 저희 카페에서 정식으로 바리스타 일을 하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특제 커피」가 있어야 해요
아루에: 이건 마코트 풀, 무지개 장미, 등방울꽃이에요. 아직 한 번도 커피 재료로 사용된 적이 없죠
아루에: 한 가지를 골라서 독특한 커피를 제조해 보세요
아루에: 음, 그 재료를 선택하다니 정말 대담하고 획기적인 생각이네요
아루에: 좋습니다. 금방 재료를 준비해 드릴 테니 특제 커피를 만들어 보세요
아루에: 정말 진하고 묵직한 향이네요. 맛을 한번 봐볼게요…
아루에: 완벽해요! 정말 타고난 바리스타시네요!
아루에: 아휴, 그렇게 겸손하시니까 바리스타의 능력이 묻혀 있던 거예요. 제가 잘못 봤을 리가 없어요!
아루에: 지금부터 정식으로 바리스타가 되신 것을 축하드려요
아루에: 참, 이 컵을 받으세요. 정식 바리스타라면 전용 컵을 가져야 한다는 게 저희 카페 규칙이거든요
아루에: 컵은 카페에 두셨다가 커피를 마실 때 사용하시면 돼요
아루에: 준비가 끝나는 대로 친애하는 마카델 씨한테 가서 「커피 관리 사무실」의 정식 바리스타로 등록해 드릴게요
아루에: 마카델 씨가 말을 알아먹어야 할 텐데… 흥…
윤: 에휴, 정말 이해가 안 되네. 왜 이렇게 된 걸까…
윤: 반가워요, 여행자님. 커피 마시러 온 건가요? 제가 한 잔 살게요
페이몬: 안색이 안 좋아 보이는데 무슨 일 있어? 또 다른 사람 때문에 밤을 새운 거야?
윤: 신경 써줘서 고마워요. 그런데 이번엔 제 문제예요
윤: 전 요즘… 제 일의 의미가 대체 뭔지 고민하고 있어요
윤: 전 줄곧 행정청이 공정하고 효율적이면서 서로서로 도우려고 하는 권력 기관이라고 생각했어요
윤: 행정청의 관리하에, 폰타인 전체가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할 거라고 말이죠
윤: 그런데 지금 보니까 행정청은 그저 낡아빠진 기관실 같아요. 기어, 레버, 지브는 모두 다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는데… 껍데기만 반짝반짝 빛나고 있죠
윤: 기관실이 작동하는 건 그저 우연의 일치와 과거로부터 얻은 교훈 때문일 뿐, 정밀한 사고를 통해 설계된 게 아니에요
윤: 저… 전 뭐라도 하고 싶었지만, 도저히 손 쓸 수가 없었어요. 하나라도 잘못 건드렸다간 이 기관실이 전부 무너져 버릴까 봐 두려워요
윤: 로이알트 씨는 제가 어떤 잘못을 저질러도, 지금보다 상황이 더 나빠질 순 없으니까… 마음을 편히 가지라고 말씀하셨지만…
페이몬: 그, 그걸 위로라고 할 수 있을까…
윤: 어휴, 죄송해요. 또 불평만 해버렸네요. 오늘은 일 생각은 잊고 잠깐 기분 전환이나 하려고 이렇게 나온 건데…
윤: 정말요? 커피도 만들 줄 아세요? 대단하세요. 저도 배워보고 싶었는데 시간이 없었거든요
윤: 그럼 전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 한 잔 부탁드릴게요. 부디 카페에선 일 때문에 골치 아프지 않았으면 해요…
아루에: 여행자님, 도와주러 오신 거예요? 잘 오셨어요!
페이몬: 아니, 친구한테 커피 한잔 만들어 주려고 온 거야. 뭐랄까, 되게…
아루에: 그 친구라는 게 저기 있는 윤이죠?
아루에: 전 로이알트와 오랜 친구 사이거든요. 얼마 전에 녀석이 사무실에 똑똑하고 성실한 친구가 들어왔다고 했는데, 그게 바로 윤이에요
아루에: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행정청에 막 들어간 젊은 친구들은 다들 저런 시기를 한 번씩 겪더라고요
아루에: 자기만의 자리를 찾게 되면 나아질 거예요
페이몬: 넌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
아루에: 저도 한때 행정청에서 비슷한 고민을 했거든요
아루에: 결국은 삽질만 하는 현실에 만족하지 못해 행정청을 나왔고… 이 카페를 열게 되었지만요
아루에: 하하, 그럴지도요. 하지만 지금은 그냥 카페 사장일 뿐이랍니다
아루에: 윤에게 커피를 만들어 주러 왔다고 하셨죠? 머신을 점검하고 있을게요. 준비되면 찾아오세요
아루에: 윤에게 줄 커피를 만들 준비는 되셨나요?
페이몬: 으음… 이번에는 커피에 뭘 넣어볼까?
윤: 여행자님, 저… 정말로 절 위해 커피를 만들어 주신 건가요? 이렇게 귀찮게 해드리다니, 정말 죄송해요…
윤: …이 커피! 행정청의 카페에서 먹는 것보다 훨씬 맛있어! 아… 아니, 아예 다른 차원의 커피야!
윤: 항상 이런 커피를 마실 수 있다면, 매일 오후마다 졸음에 시달릴 일은 없을 것 같아요
윤: 커피 정말 고마워요. 전 다 마시고 다시 일하러 가야겠어요
윤: 물론이죠, 얼른 성장해서 로이알트 씨처럼 혼자 일을 마무리 짓는 인재가 될 거예요
윤: 아휴, 하지만 그 전까지 전 얼마나 더 악몽에 시달려야 할까요…
스탈: 제발 도와주세요. 소설의 스토리를 구상하느라 잠깐 생각에 빠진 사이, 바레아가 사라져 버렸어요…
블라신: 오페라 하우스 자리에 두고 왔거나, 화장실 입구에 묶어놓고 온 거 아니에요?
스탈: 이미 다 찾아봤죠. 좌석 밑까지 다 뒤졌는데도 안 보여요
스탈: 우리 바레아, 나쁜 사람한테 잡혀간 건 아닐지…. 아니면 이상형을 발견해서 자기도 모르게 따라가 버린 건…
블라신: 스탈 씨, 바레아가 같은 실수를 두 번 저지르진 않았을 거예요
스탈: 하지만 바레아는 아직 어린걸요…. 원래 애들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그걸 즐기기도 하는 법이잖아요
블라신: 바레아는 당신 생각만큼 어리지 않아요
블라신: 스탈 씨의 강아지가…
스탈: 제 가족이에요
블라신: 스탈 씨의 가족이 사라져서 찾아달라고 부탁받은 참이었어요
블라신: …스탈 씨, 이 주변은 샅샅이 뒤져봤잖아요? 아마도 바레아는 이미 야외로 나갔을 거예요
스탈: 그럼 우리도 가요!
블라신: 스탈 씨는 그냥 성에 계세요. 그 치마를 입은 채로는 바레아를 찾아도 못 쫓아갈걸요
스탈: 아니에요! 바레아는 제 목소리만 들으면 곧바로 제 품으로 올 거라고요!
블라신: 그럼 아까 우리가 오페라 하우스를 한참이나 찾아다닐 땐 우리 소리를 전혀 못 들었나 보네요
블라신: 바레아를 순순히 데려오는 건 저 혼자서는 무리인데…
블라신: 업무상 자리를 오래 비울 수도 없고, 그렇다고 다른 동료까지 같이 자리를 비우게 하기도 곤란해요
블라신: 여행자, 혹시 괜찮으면 나랑 같이 스탈 씨를 도와주지 않을래요?
블라신: 그럼 같이 바레아를 찾으러 가요
블라신: 바레아의 체중과 체력을 생각하면 아마 멀리는 못 갔을 거예요
스탈: 바레아는 건강해요!
블라신: 정신 건강 얘기라면 저도 동의해요
블라신: 어쨌든 빨리 출발하죠. 바레아가 야외의 즐거움을 깨달아 버리면 더 먼 곳까지 가버릴지도 모르니까요
스탈: 이봐요!
스탈: 에휴, 다음에는 더 괜찮은 이야기를 들려줘야겠어요…
블라신: 바레아는 시끄러운 곳을 싫어해요. 오페라 하우스가 너무 시끄러워서 도망친 걸 거예요
블라신: 수풀에 숨어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저쪽 수풀에 한번 가봐요
블라신: 여긴 없네요. 다른 곳을 찾아보죠…
블라신: 방금 들었죠? 저쪽 수풀에서 무슨 소리가 들렸어요
블라신: 어서 가보죠. 발소리 죽이세요!
블라신: 역시 여기 있었네요. 상태는 괜찮아 보여요
블라신: 스탈 씨는 강아지가 오페라도 자기 소설도 듣기 싫어한다는 걸 대체 언제쯤 깨닫게 될까요?
블라신: 이제 돌아가요. 스탈 씨가 목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을 테니
스탈: 바레아! 아이고, 내 새끼. 어디 갔었어?
블라신: 조용한 곳에서 쉬고 있었을 뿐이에요. 자신에게 잠깐의 휴가를 준 거죠
스탈: 얼마나 걱정했는지 몰라요. 고맙습니다, 블라신 경찰관님! 다음 소설에 꼭 경찰관님을 등장시킬게요!
블라신: 마음은 고맙지만 괜한 잉크 낭비 마세요. 경찰관의 일상을 궁금해하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스탈: 그럼 아주 파란만장한 스토리를 써볼게요…. 분명 재미있을 거예요!
블라신: 제 기분을 파란만장하게 만드시네요
스탈: 결말엔 깊은 여운까지 남겨야겠죠! 어디 보자, 어떤 파트너를 붙이면 좋으려나…
리브르: 다시 한번 말씀드릴게요…
코넬리아: 리브르 씨, 저도 당신 요청을 충분히 이해하고, 꼭 도와드리고 싶어요. 하지만 이 신청은… 여길 보세요…
코넬리아: 담당자가 클라피에르 씨예요. 리브르 씨가 제공한 모든 자료는 클라피에르 씨가 정리하고 제출해야 하고, 담당자를 제외한 사람들은 처리할 권한이 없어요
코넬리아: 클라피에르 씨는 지금 외근 중이라 사무실에 안 계시는데, 리브르 씨의 서류는 담당자의 직인이 있어야만 정산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답니다
리브르: 이봐요! 제가 찾아온 것만 이미 세 번째예요. 당신들, 일할 생각이 있긴 있는 겁니까?
코넬리아: 리브르 씨, 진정하세요. 클라피에르 씨 사무실엔 사람이 두 명뿐이잖아요. 클라피에르 씨를 제외하면 몽투아 씨 한 분뿐인데…
코넬리아: 몽투아 씨는 연세 때문에 은퇴를 기다리고 계세요. 오랫동안 사무실에 나오지 않으셨고 월급도 안 받으시죠
리브르: 좋아요, 그럼 제가 직접 사무실로 갈게요. 그 연세 많은 선생님께 제가 직접 도장을 찍을 테니 오셔서 도장을 꺼내달라고 하세요!
코넬리아: 리브르 씨, 정말 죄송하지만 그건 불가능해요. 첫 번째로는 규정에 어긋나고, 두 번째로는 열쇠를 클라피에르 씨만 가지고 계셔서 다른 사람은 직인을 꺼낼 수가 없어요
코넬리아: 그리고… 저도 이만 다른 일을 하러 가봐야 해요. 오늘은 클라피에르 씨가 꼭 돌아와서 일을 처리해 드릴 거니까 절 믿으세요
리브르: 알겠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코넬리아 씨
코넬리아: 리브르 씨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리브르: 별일 아니야. 그저 또 헛걸음을 하는 바람에 내 소중한 시간을 낭비했을 뿐이지
리브르: 클라피에르라는 사람 때문에 정말 열 받네. 멜모니아궁에서 우리 공방에 태엽 몇 개를 주문했는데, 아직까지 결제를 안 했어!
리브르: 처음 그를 찾아갔을 땐 월말이라 사무실의 월별 회계 감사 때문에 다음 달에나 출금할 수 있어서 당분간 신청을 받을 수 없다고 했어
리브르: 두 번째 방문 때는 도장 찍을 때 쓰는 잉크가 다 떨어졌는데, 잉크 공급 업체 창고에 불이 나는 바람에 다른 곳에 가서 사 와야 해서 직인을 찍을 수 없다고 했고
리브르: 세 번째엔 「외부 지원 인력 등록 신청서」가 바뀌어서 새로 작성해야 하는데, 새로 인쇄된 건 내일이나 도착한다고 하더라
리브르: 그래서 오늘 그 등록 신청서를 가지러 왔더니, 글쎄 사무실에 있지도 않네…
라미아: 어? 리브르 씨, 기분이 안 좋아 보이시네요. 제가 뭐 도와드릴 일이라도…?
리브르: 라미아 경찰관님, 이렇게 반가울 수가! 실은 말이죠…
라미아: 그럼 저흰 일단 그 신청서부터 구하죠
리브르: 네? 하지만 클라피에르 씨가 분명 남아 있는 신청서가 없다고…
라미아: 방법이 있어요. 제가 기억하기로 멜모니아궁과 오래 협력한 다른 가게들도 이런 상황을 겪은 적이 있거든요
라미아: 그래서 그분들은 주기적으로 멜모니아궁에 와서 신청서와 서류 여분을 챙겨 가셨어요
라미아: 이러면 서류를 빠르게 작성해 제출할 수 있고, 변경사항이 생겨도 바로 파악할 수 있으니까요…. 「유비무환」인 거죠
리브르: 그, 그래서 신청서가 뚝 떨어졌던 거군요…
라미아: 그러니 여분의 신청서를 가진 가게가 있을 거예요. 한번 찾아가 보죠
라미아: 리브르 씨가 멜모니아궁에서 이렇게 허탕 친 이야기를 들으면, 그분들도 당신을 기꺼이 돕고 싶어 할 거예요
라미아: 아, 멜모니아궁 퇴근 시간 전까지 신청서를 구하고 작성해서 클라피에르 씨 사무실에 가져다주는 게 좋겠어요
라미아: 여행자님, 리브르 씨를 도와주실 수 있나요?
리브르: 여행자! 부탁할게. 오늘도 해결 못 하면 잠을 설칠 거야
라미아: 가게 두 군데에 들러서, 최신 버전의 「외부 지원 인력 등록 신청서」가 있으면 빌려와 주세요
라미아: 어디 보자…
라미아: 에스타블레 씨의 단조 공방이랑 카론 씨의 시계점에 가보는 게 좋겠어요
라미아: 얼마 전에 에스타블레 씨는 가로등을 수리하러, 카론 씨는 시계를 조율하러 멜모니아궁에 오셨었거든요
라미아: 두 분은 멜모니아궁에서 자주 일감을 받는 분들이라, 분명 「외부 지원 인력 등록 신청서」가 있을 거예요
라미아: 그럼 부탁드려요. 저랑 리브르 씨도 각자 다른 가게에 물어보러 다녀올게요
라미아: 폰타인성의 시민을 돕는 건 경찰관으로서 당연한 일이죠
라미아: 그럼 출발할까요? 멜모니아궁은 워낙 칼같이 퇴근해서 더 지체하면 늦을 거예요
에스타블레: 귀찮아 죽겠네… 겨우 이 몇 푼 가지고…
에스타블레: 휴, 리브르도 정말 운이 나쁘네. 하지만… 나도 남은 게 없어
에스타블레: 멜모니아궁의 가로등을 수리할 때, 공방 사람 한 명을 데려갔는데
에스타블레: 그 사람이 거의 도움이 되지 않아서 「외부 지원 인력 등록 신청서」에 적지 않았거든
에스타블레: 그런데 신청서를 제출하려고 하니까 클라피에르가 모든 인원을 다 적어야 한다고 우기는 거야…
에스타블레: 그러면서 사실대로 작성하지 않으면 「측정하기 어려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했어
에스타블레: 그냥 한 사람이 빠진 것뿐인데 무슨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건지, 정말 이해가 안 돼…
카론: 하아… 너무 힘들다…
카론: 멜모니아궁을 상대할 때 자주 있는 일이지
카론: 마침 남는 신청서가 있으니까 이걸 리브르 형에게 가져다주면 되겠네
카론: 다만, 멜모니아궁의 업무 처리 속도에 너무 많은 기대는 하지 말라고 전해줘
카론: 신청서를 전달하더라도 돈이 지급되기까지 엄청 오래 걸리거든. 아무리 재촉해도 소용없어, 어휴…
리브르: 남는 신청서가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큰일이네…
라미아: 요즘 멜모니아궁이 이렇게 인력을 자주 고용했던가요? 이상하네요…
리브르: 오오! 나의 구세주! 정말이지, 또 허탕이면 강물에 뛰어들려고 했어!
라미아: 리브르 씨… 자신의 안전과 도시 이미지를 해치는 행위는 삼가주세요
라미아: 어쨌든 일단은 신청서부터 작성하세요. 그러면 클라피에르 씨에게 전해달라고 코넬리아 씨에게 말씀드릴게요
라미아: 클라피에르 씨가 아무리 바빠도, 책상에 떡하니 놓인 신청서까지 무시하진 못하겠죠
이사도라: 어라? 어디 갔지? 큰일 났네…
이사도라: 어쩌지, 다시 쓸 수도 없는데
이사도라: 네. 저는 긍정적인 사람이니까 부디 그냥 제가 잃어버린 것이었으면 좋겠네요
이사도라: 하하… 제가 잃어버린 건 사무실의 반년 치 경비 장부예요
이사도라: 곧 카이저 씨한테 제출해야 하는데, 다섯 페이지가 비는 걸 발견했지 뭐예요
이사도라: 그 다섯 페이지에는 다섯 달에 걸친 수많은 경비 지출 내역이 적혀있거든요
이사도라: 방금 마지막으로 확인해 보다가 그 몇 달간의 장부가 사라진 걸 발견했어요
이사도라: 만약에 잃어버린 게 아니라 애초에 작성조차 안 한 거라면… 제가 얻은 경비 지출 총액 결과는…
이사도라: 으으… 그 뒤의 일은 상상하기도 싫어요. 만약 정말로 제가 누락한 거라면, 캐드미 씨는 10년간의 모든 장부를 전부 확인하라고 할 거예요
이사도라: 그렇죠? 혹시 제가 누락하거나 잃어버린 내역이 있으면, 당장 다음 달에 온갖 부서가 자금 문제로 뒤집어질 거예요
이사도라: 정말 큰일이네요…. 분명 어제 밤새워 장부를 완성하고 오늘 아침에 멜모니아궁에 가져왔거든요?
이사도라: 아, 오는 길에 갈매기떼를 보고 깜짝 놀라서 잠깐 손에 힘이 풀리긴 했어요
이사도라: 하아, 어쩌면 그때 잃어버렸을지도 모르겠네요…
이사도라: 도와주게요? 정말 고마워요! 그럼 이 길을 따라가면서 찾아보죠
이사도라: 그 자료에 대단한 기밀은 적혀있지 않으니까, 안심하고 주워도 돼요
이사도라: 참! 그러고 보니 오는 길에 미르너 경찰관님을 마주쳤는데, 갈매기떼를 쫓아내 주셨어요!
이사도라: 우리 미르너 님한테 장부 못 봤냐고 물어보러 가요!
미르너: 이사도라 씨, 무슨 볼일이라도?
이사도라: 미르너 경찰관님, 혹시 제가 아침에 장부 들고 사무실 가던 거 기억하세요?
미르너: 기억하죠. 보라금 갈매기한테 습격당하고 계셨잖아요
이사도라: 맞아요, 맞아요! 그 기분 나쁜 보라금 갈매기들을 내쫓은 후에 서둘러 사무실로 뛰어갔잖아요
이사도라: 혹시 그때 제가 장부를 몇 장 흘리지 않았어요?
미르너: 어… 저도 그때 다른 볼일이 있어서 잘 기억이 안 나는데요…
미르너: 정 급하시면 제가 같이 「재연」해 드릴게요. 출근길을 다시 거슬러 가보는 거예요
이사도라: 어? 그래도 돼요? 너무 번거롭게 해드리는 것 같아서요
미르너: 그래 봤자 물건 찾는 일인데요, 뭐. 멜모니아궁의 다른 일에 비하면 가뿐해요
미르너: 이사도라 씨, 그 자료들 하나로 묶여 있었던 것 같은데 맞죠?
이사도라: 맞아요! 눈썰미가 상당하시네요. 비용을 검토할 땐 반드시 모든 항목이 정확하게 기입돼 있어야 하거든요
이사도라: 크게는 수리공을 불러 멜모니아궁 외벽을 수리한 것부터, 작게는 사무실 책상의 자물쇠를 교체한 것까지 전부 세세하게 기록해야 하죠
이사도라: 그러니 매달 장부가 엄청나게 두꺼워져서, 실로 잘 묶어야만 해요
미르너: 그럼 「낱장」이 날아가진 않았겠네요. 잃어버렸더라도 서류 묶음이 땅에 떨어져 있겠어요
미르너: 아직 당신이 사무실에 출근하고 얼마 안 지났으니… 어서 가서 찾아봐요
이사도라: 보라금 갈매기가 달려든 곳이 바로 여기예요! 그 재수 없는 녀석들이 왜 다짜고짜 제게 달려들었는지 모르겠어요
이사도라: 서류를 끌어안고 죽도록 도망치는데, 다행히 미르너 경찰관님이 그런 절 발견하고 갈매기떼를 내쫓아 주셨죠
미르너: 근데 이 주변엔 서류 같은 물건은 안 보여요…. 앞으로 더 가보죠
미르너: 여기에도 없네요…. 게다가 이 근처엔 경찰관들이 많아요
미르너: 서류를 발견한 경찰관이 있었다면, 중요한 자료이니만큼 바로 멜모니아궁에 가져다줬을 거예요
미르너: 앞쪽으로 더 가보죠
이사도라: 여긴… 제가 어제 밤새워 장부를 작성한 카페인데…
아루에: 이사도라 씨? 한참 찾았어요. 이 서류 두고 가셨죠?
이사도라: 어?! 이, 이건…
이사도라: 제가 찾던 서류가 맞아요! 전부 제대로 있네요. 정말 다행이다!
이사도라: 그, 그야 커피를 마셔야 계산이 잘 되거든요
이사도라: 이건 무려 멜모니아궁 내 모든 사무실의 지출 장부라고요. 원래 같으면 다섯 명은 붙어야 하는 일이죠
이사도라: 하지만 저 말고 다른 팀원들은 늘 다른 부서에 불려가거나, 출장을 가거나 해서…
이사도라: 막상 심사 기간이 되니까 사무실에 저 한 사람밖에 없는 거 있죠? 요 며칠간 제대로 잠도 못 잤어요
이사도라: 계산뿐만 아니라 정산서 대조 업무까지 제 일이 돼서, 이젠 눈까지 침침해요…
미르너: 어쨌든 장부를 찾아서 정말 다행이네요. 이사도라 씨, 멜모니아궁으로 데려다 드릴게요
이사도라: 감사해요, 미르너 경찰관님. 하아, 요 3개월 동안 착한 사람이라곤 경찰관님이랑 여행자 두 사람밖에 못 본 것 같아요
이사도라: 다른 사람들은 맨날 소리만 지르고, 일만 재촉하고…
이사도라: 아냐, 아냐. 불평하면 안 되지! 어서 돌아가야겠어요. 안 그러면 카이저 씨가 잔소리를 늘어놓을 거예요…
리노레아: 젠장… 다메스티에 이 자식이 답장을 안 보내줘서 집에 있는 무지개 장미를 돌볼 시간도 없잖아
리노레아: 다음에는 「마코트」 향수를 뿌리고 만나러 가야겠어!
리노레아: 휴, 집에 있는 물고기도 세멘이 돌봐주고 있고… 심지어 같이 오페라 보러 가자고 해줬는데…
리노레아: 지금 이 상태로는… 흑흑… 완벽한 데이트는 못 할 거야…
리노레아: 폰타인 과학원! 끝까지 가보자고!
세멘: 리노레아는 왜 또 화가 난 거지…
리노레아: …물고기들이 또 줄어들었네. 장치 물고기가 다시 날뛰는 건가?
리노레아: 어린 물고기를 더 깊은 수역에 방생해야 하는데 하필 이럴 때 잠수복이 망가지다니…
리노레아: 안녕, 반가워. 난 환경 문제를 전문으로 취재하는 기자 리노레아야. 지금은 여기서… 어린 물고기를 방생하고 있었어
리노레아: 내가 집중하는 건 폰타인성에서 벌어지는 공공의 안전을 해칠 수 있는 중대한 문제들이야
리노레아: 그게 내가 여기 와서 어린 물고기를 방생하는 이유기도 하고
리노레아: …「장치 물고기」에 대해 알아?
리노레아: 흥, 「장치 물고기」는 「폰타인 과학원」에서 만든 기계 장치야. 폰타인성의 수역 생태를 파괴하는 원흉이지!
리노레아: 일반적인 수역은 원래 균형 잡힌 생태로 이뤄져 있어서 각종 물고기와 생물들이 유기적으로 생존할 수 있어. 그런 환경이 생물의 번식에도 도움이 되고
리노레아: 물론 외래종의 유입이나 여기서 낚시를 하는 사람들 때문에 수역의 질서가 교란되거나…
리노레아: 기후 변화로 인해 일부 물고기들이 이 수역을 떠나는 경우도 종종 있긴 하지만…
리노레아: 이 수역의 생태는 늘 오묘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었어
리노레아: 「폰타인 과학원」 그 멍청한 자식들이 「장치 물고기」를 만들기 전까진 말이지! 지금은 모든 게 엉망이 됐어!
리노레아: 그 녀석들은 「장치 물고기」가 물속 쓰레기와 잡동사니를 청소해서 물을 더 깨끗하게 만들 뿐 다른 용도는 없을 거라고 광고했지
리노레아: 처음엔 정말 그랬어. 그래서 사람들이 그 연구원 놈들의 헛소리를 믿은 거야
리노레아: 그런데 시간이 좀 지나자 장치 물고기를 풀어놓은 구역의 물고기 개체 수가 계속해서 줄어든다는 보고가 들어왔어!
리노레아: 그때 알았지, 「장치 물고기」들이 쓰레기를 다 치우고 나면, 일반 물고기들까지 쓰레기로 인식해서 처리해버린다는 걸!
리노레아: 우리가 강하게 항의하니까 결국 「장치 물고기」를 멈추고 연구를 정리하겠다고 하더라고
리노레아: 근데 녀석들이 회수 준비를 하던 도중에 갑자기 「폰타인 과학원」에 엄청난 폭발이 발생한 거야…
리노레아: 그 후 작동을 멈췄던 일부 「장치 물고기」들이 더 맹렬하게 수역의 물고기들을 공격하기 시작했어
리노레아: 나와 몇몇 동료들은 그냥 두고 볼 수 없었어. 「장치 물고기」의 행패를 방관하면 폰타인성의 수역 생태가 크게 위협받을 테니까
리노레아: 그래서 우린 환경 생태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적합한 「어린 물고기」들을 체계적으로 수역에 방생하고 물고기들을 양식하기로 했어
리노레아: 그뿐만 아니라 모험가들을 고용해 「장치 물고기」를 파괴하고 회수했지. 두 가지 방식을 동시에 진행해서 수역의 생태를 보호하려 한 거야
리노레아: 칭찬 고마워. 기자가 왜 이런 일을 하느냐고 의아해할 수도 있지만…
리노레아: 난 기자는 문장을 쓰기 전에 먼저 일선에서 실질적인 일을 체험해 봐야 한다고 생각해
리노레아: 이러한 실질적인 경험을 통해서만 가장 진실되고 제대로 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테고 그래야만 훌륭한 기사를 쓸 수 있으니까
페이몬: 와아, 기세가 넘치는 기자네…
리노레아: 앗, 고마워! 마침 내 잠수복이 망가져서 어떻게 물속에 어린 물고기들을 방생해야 하나 애를 먹고 있었거든
리노레아: 괜찮다면… 나 대신 어린 물고기를 좀 방생해줄래? 깊은 수역이든 얕은 수역이든 상관없어
페이몬: 이제 됐겠지? 리노레아한테 가보자
리노레아: 어린 물고기 방생은 끝난 거야?
리노레아: 정말 고마워. 잠수복을 다 고치고 나면 다시 일하러 가야겠다
리노레아: 걱정 마. 수역마다 생태 환경이 달라서 거기에 맞춰 다양한 어린 물고기를 준비했거든
리노레아: 방금 네가 방생한 어린 물고기들도 이곳 환경에 맞게 특별히 선별한 거야
리노레아: 난 이따가 어린 물고기를 몇 차례 더 방생할 거고, 그 후엔 우리가 고용한 모험가들이 와서 이 수역에 있는 「장치 물고기」를 처리하기로 했어
리노레아: 어린 물고기들이 무럭무럭 잘 크면 이 수역의 생태를 회복시킬 수 있겠지
리노레아: 많은 수역의 생태 환경이 회복되고 나면, 난 장편의 기사를 써서 「폰타인 과학원」이 대체 자연에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대중들에게 알릴 거야
리노레아: 기다려라, 다메스티에. 이번엔 절대 못 빠져나가!
샬멧: 아이고… 이 상자는 왜 이렇게 무거운 거야…
샬멧: 명예 선임 연구원, 또 만났네. 미안… 내가… 허리를 다친 것 같아. 엄청 아프네…
샬멧: 전에 상자를 옮겨와서 그 안에 든 자료를 정리하려고 했는데
샬멧: 나… 난 그 상자가 그렇게 무거울 줄은 몰랐어. 들어 올리다가 제대로 못 일어나서 허리가 그 무게를 다 받았나 봐
샬멧: 지금은… 허리가 끊어질 것 같은 느낌이야. 아이고…
샬멧: 아, 아냐… 전에도 허리를 다쳐 봐서 아는데 조금 쉬면 괜찮아질 거야…
페이몬: 도대체 문서가 얼마나 많이 들어있길래 그렇게 무거운 거야…
샬멧: 아마… 아주 많은 공문이 들어있을 거야. 한때 과학원에서 「흔적을 남기는 업무 방식」을 추진했거든
샬멧: 간단히 말하자면 과학원에 있는 모든 연구 업무는 종이로 된 증명 서류를 남겨야 했었어
샬멧: 이런 업무 방식이 추진된 이후로 과학원의 종이 소모량이 다섯 배나 늘었지…
샬멧: 문서가 너무 많다 보니까 사무실마다 서류를 분류하는 「문서 정리」 포지션까지 생겼었고…
페이몬: 그러니까 모든 일을 종이에 기록해야 했다는 거지? 듣기만 해도 귀찮았을 것 같아…
샬멧: 응, 나중엔 점점 어영부영되더니 제한적으로 실행되고 있어
샬멧: 이 얘긴 그만하고… 명예 선임 연구원, 나 대신 공문 상자를 가져다줄 수 있을까? 허리는 아프지만 공문을 빨리 정리해야 하거든…
샬멧: 부탁할게. 그 공문 상자는 꽤 무거우니까 나처럼… 허리 다치지 않도록 조심해…
샬멧: 어떻게 됐어? 공문 상자는 가져왔니?
샬멧: 이걸 받아줘. 내가… 아이고! 내가… 다 나으면 다시 일할 수 있을 거야…
샬멧: 이 정도면 되겠지…. 부디 이 자료가 쓸모가 있어야 할 텐데
샬멧: 어머나! 명예 선임 연구원이구나? 또 만났네
샬멧: 맞아, 레이먼드 씨의 지시에 따라 자료랑 서류를 정리하고 있었어…. 내가 전에 말했던가?
페이몬: 이렇게 넓은 곳에서 혼자 일하면 힘들지 않아? 어떻게 레이먼드는 도와줄 사람도 안 보내주는 거람
샬멧: 지금은 과학원 전체가 바쁜 때니까. 도와줄 사람이 없는 것도 당연하지
샬멧: 그 「폰타인 과학원 서류회수팀 주임」이라는 직함? 농담 마…
샬멧: 내가 어딜 봐서 「주임」이야? 처음부터 난 서류 정리만 하는 평범한 직원에 불과했어
샬멧: 레이먼드 씨로부터 이곳을 정리하라는 지시를 받은 이후에 갑자기 그런 직함이 추가되었다는 통지를 받은 것뿐이야
샬멧: 누가 그러던데, 사실 그건 슈아죌 씨 아이디어였대. 우리 일이 너무 힘들어서 수당이라도 좀 더 챙겨주기 위해서였다나…?
샬멧: 아앗! 방금 건 비밀이야! 이… 이런 걸 왜 말한 거람…
페이몬: 좋은 거 아냐? 힘든 일을 하는 사람이 돈을 더 받는 게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은데
페이몬: 근데 왜 그렇게 우회적인 방식을 쓰는 걸까? 그냥 모두에게 직접 포상을 주는 편이 낫지 않나?
샬멧: 하아, 나도 슈아죌 씨랑 레이먼드 씨가 무슨 생각인지 이해가 안 가…
샬멧: 하지만 어쨌든 난 계속 일을 해야 해. 아직 해야 할 게 많이 남았거든
샬멧: 명예 선임 연구원, 괜찮다면 나 좀 도와줄래?
샬멧: 그럼 가서 주변의 오염을 좀 제거해 줄 수 있을까?
샬멧: 오염을 제거할 때 옆의 공문들은 건드리지 말아줘. 공문이 오염되면 큰일이거든
샬멧: 그럼 부탁할게. 난 계속 공문을 정리해야겠어. 휴, 평소엔 과학원에 공문이 이렇게나 많은 줄 몰랐는데…
샬멧: 역시 명예 선임 연구원이야. 무슨 일을 처리하든 아주 깔끔하네
윤: 보라금 갈매기들아, 너희가 배고픈 건 알겠는데 나도 아직 배고파
윤: 됐다, 이렇게라도 너희가 기쁘다면 그걸로 만족해…
윤: 여행자님? 만나서 반가워요. 혹시 볼일이 있다면 감자튀김을 다 먹을 때까지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윤: 이게 오늘 제 끼니예요. 이따 로이알트 씨와 외근하러 가야 해서 대충 때울 수밖에 없거든요
윤: 멜모니아 궁에서 뭘 먹는 게 불편해서, 주로 밖에 나와 조용한 곳에서 후딱 해치우곤 해요
윤: 하지만 오늘은 무슨 일인지… 보라금 갈매기들이 꼭 미친 것처럼 제 감자튀김을 자꾸 뺏어 먹었어요. 먹어도 먹어도 만족을 못 하더라고요
윤: 하긴, 일리 있네요. 하지만 모든 보라금 갈매기한테 감자튀김을 줄 수는 없는데…
페이몬: 그거 네 감자튀김 아니야? 그렇게 당연하다는 듯이 보라금 갈매기한테 주면 어떡해
페이몬: 그럼 너만 배고프잖아
윤: 그래요? 실은… 좀 그렇긴 해요. 역시 당신을 속이는 건 무리였나 봐요
윤: 요즘 들어 제가 뭘 위해 일하는 건지 모르겠단 생각이 들어요. 행정청에서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긴 한데 정작 이렇다 할 성과를 못 냈거든요
윤: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거나 편의를 제공하지도 못했어요. 로이알트 씨는 우리 업무가 중요하다고 몇 번이고 얘기하셨지만…
윤: 제가 하는 일이라곤 매일 같이 책상에 앉아 타자기를 두드리는 것뿐인걸요. 그런데 그게 다 무슨 소용이겠어요? 차라리 키캡이라도 또 잃어버리면, 에스타블레가 돈이라도 벌지…
윤: 미안해요, 제가 괜한 말을 했네요. 요즘 방황 중이라 그런가 봐요. 어쩌면… 시간이 더 필요한 걸지도 모르죠
윤: 그 말엔 동의하지만… 지금 감자튀김을 새로 사 오기엔 좀 촉박할 것 같아요
윤: 그냥 보라금 갈매기들한테 다 줘버리죠. 먹을 건 이따 로이알트 씨와 일을 다 마친 후에 다시 사러 가면 되니까요
윤: 아마… 어… 오래 안 걸릴 거예요. 반나절이면 다 끝나겠죠
페이몬: 그렇게 오랫동안 굶으면 배고플 텐데…
윤: 귀… 귀찮지 않겠어요? 고, 고작 감자튀김 때문에 그렇게 할 것까진…
페이몬: 어서 먹어, 어쨌든 굶으면서 일할 수는 없잖아
윤: 네, 가능하면… 그냥 쫓아내기만 해주세요. 저 녀석들은 감자튀김이 먹고 싶은 거지 다른 의도는 없을 테니까요
윤: 제 입장에선 성가시지만, 크게 문제 될 일은 아니니까… 부탁드릴게요. 그냥 쫓아내기만 해주세요
페이몬: 저리 가, 이 나쁜 갈매기들아! 밥 먹는데 귀찮게 하지 말라구!
윤: 보라금 갈매기들아, 감자튀김을 다 먹고 얼른 떠나렴…
윤: 전혀요, 보라금 갈매기가 감자튀김을 덮쳐오니까 허둥지둥 제 뒤로 숨더니 바들바들 떨더라고요
윤: 에휴, 뭐라고 할 수도 없고… 이런 강아지들은 사랑을 주고받을 책임만 가지고 태어나기 때문에 남을 공격할 줄 몰라요
윤: 그렇긴 한데 어떤 상황에선 사랑이 권력으로 여겨지기도 하잖아요. 그리고 권력이라는 두 글자가 붙으면 어떤 일이든 엉망이 되곤 하죠…
윤: 죄송해요, 제가 괜한 말을 했나 봐요. 며칠 동안 감정 갈등에 관한 일을 처리하느라 생각이 많아졌어요
윤: 어휴,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어떻게 이 감자튀김을 안전하게 먹느냐는 거겠죠…
페이몬: 저리 가, 이 나쁜 갈매기들아! 밥 먹는데 귀찮게 하지 말라구!
페이몬: 아앗! 또 돌아오고 있어! 얼른 다시 쫓아내자!
페이몬: 저리 가, 이 나쁜 갈매기들아! 밥 먹는데 귀찮게 하지 말라구!
페이몬: 이번엔 진짜 제대로 쫓아낸 거 맞겠지…? 윤에게 돌아가자
윤: 저, 정말 가차 없으시네요. 순식간에 보라금 갈매기들을 쫓아내다니, 정말 엄청나요
윤: 고마워요, 보라금 갈매기가 없는 틈에 감자튀김을 다 먹을게요
윤: 하아, 그런데 다음엔 또 어떡하죠? 매번 이렇게 부탁할 수도 없고…
이브: 후… 정말 재수 옴 붙었네
이브: 맞아, 잠수복을 입고 있잖아. 혹시 내 도움이 필요해서 찾아온 거야?
이브: 그런 거라면 운이 없네…. 지금은 잠수할 수 없거든
이브: 이 구역은 해양 상태가 상당히 좋지 않아. 조금만 깊이 들어가면 해류는 엉망인 데다 잔뜩 쌓인 수초와 쓰레기에 발이 묶이기 십상이지
이브: 조금 전에도 잠깐 한눈판 사이에 다리가 금속 파이프에 찔려 잠수복이 찢어졌다니까
이브: 안까지 들어가기 전이라 어떻게든 뭍으로 올라왔지. 다행인 건 다리 말고 잠수복에만 구멍이 뚫렸다는 거야. 난 병원에 갈 만큼 사정이 넉넉하진 않거든
이브: 하지만 골드만의 의뢰는 마칠 수 없을 것 같네. 그 짠돌이한테 돈을 물어내야 할지도 모르겠어. 운도 지지리 없지!
이브: 머릿속이 온통 폰타 생각으로 가득 찬 까탈스러운 짠돌이야. 일할 때 수많은 작업 수칙을 지키라고 어찌나 난리인지…
이브: 심지어 작업할 때 입는 잠수복도 우리에게 「대여」해준 거라니까
이브: 수칙을 어기거나 잠수복을 망가뜨리면 반대로 배상까지 해야 하고…
이브: 그 말인즉슨 작업 중에 실수라도 하면 그 짠돌이한테 배상해야 할 뿐만 아니라 계속 날 써달라고 매달려야 한다는 거지! 에잇, 퉤!
이브: 아휴, 아무튼 오늘은 널 도와주긴 힘들 것 같아. 어서 빨리 찢어진 잠수복을 수선하고 골드만이 시킨 쓰레기를 건져야 하거든
이브: 호의는 고맙지만 잠수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야. 게다가 네게 줄 돈도 없고
이브: …후, 그래. 잠수복이 제대로 찢어진 탓에 당장 수선하는 건 불가능하니까 부탁 좀 할게
이브: 넌 정말 친절하네. 누구든 너와 친구가 되고 싶을 거야
이브: 골드만, 그 욕심쟁이 녀석이 시키는 인양 작업은 하나같이 번거로워. 건져야 할 물건들은 죄다 깊은 바다나 흙에 묻혀있지
이브: 기다려 봐, 위치를 표시해 줄게…
이브: 자, 위치는 표시해 뒀으니 부탁 좀 할게. 잠수복에 난 구멍이 크네. 이 정도 구멍이면 얼마를 물어내야 하려나…
페이몬: 이 근처에 건져야 할 물건이 있을 거야. 주변을 살펴보자…
페이몬: 주변에 해초가 많으니까 발이 걸리지 않게 조심해
이브: 부탁한 물건들은 건져냈어?
이브: 더럽게 재수도 없지. 다시는 물에 안 들어갈 거야!
이브: 아, 너였구나. 이제 안심이야. 하마터면 죽을 뻔했거든
이브: 평소대로 물에 들어가 수초와 쓰레기를 피하며 잠수 중이었어. 뭔가에 긁히거나 찔리지도 않았지
이브: 근데 물건을 인양하는 순간 진흙 속에서 마물이 튀어나온 거야!
이브: 어떤 마물이었는지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덮쳐오는 탓에 허둥지둥 위쪽으로 도망쳤지
이브: 하지만 얼마 못 가서 또 이상한 장치와 마주친 거야. 그 장치는 날 보자마자 미친 듯이 덤벼들었어
이브: 그 뒤로 어떻게 뭍으로 올라왔는지 기억이 안 나지만 어쨌든 다치진 않았어. 다행히 잠수복도 무사하고…
이브: 안 돼. 여긴 골드만이 정해준 곳이거든. 전에도 이곳에서 작업하다 다치거나 죽은 사람이 있었는데…
이브: 그것 때문에 골드만이 급여를 깎겠다고 으름장을 놓아도 다들 여기서 작업하려 하지 않았어
이브: 그러던 어느 날 골드만이 방법을 바꾼 거야. 여기서 작업하면 급여를 세 배로 올려주겠다고 말이지
이브: 그래서 나랑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몇몇 잠수부가 이 일을 교대로 맡게 됐어. 우린 호신용으로 작살도 몇 개 샀지
이브: 근데 며칠 만에 작살을 다 잃어버리거나 부러트리고 말았어…. 그래서 다른 잠수부들이 새 작살을 사러 성에 다녀올 동안 내가 이곳을 지키고 있었던 거야
이브: 사러 간 지 한참이나 됐는데 돌아오지 않길래 그냥 시작했지. 더 미루다간 밤을 새워야 할지도 모르잖아
이브: 절대 안 돼! 물 밑에 마물이 있는 걸 뻔히 알면서도 널 보낼 순 없어. 평범한 모험가는 절대 놈들을 꺾을 수 없을 거야
이브: 하긴… 평범해 보이진 않지만…
이브: 뭐, 정 네가 도와주겠다면 물건의 위치를 표시해둘게. 대신 꼭 조심해야 해
이브: 머릿속이 온통 폰타 생각으로 가득 찬 까탈스러운 짠돌이야. 일할 때 수많은 작업 수칙을 지키라고 어찌나 난리인지…
이브: 심지어 작업할 때 입는 잠수복도 우리에게 「대여」해준 거라니까
이브: 수칙을 어기거나 잠수복을 망가뜨리면 반대로 배상까지 해야 하고…
이브: 그 말인즉슨 작업 중에 실수라도 하면 그 짠돌이한테 배상해야 할 뿐만 아니라 계속 날 써달라고 매달려야 한다는 거지! 에잇, 퉤!
이브: 이런 게 왜 궁금한데? 설마 그 자식을 만나려는 거야? 부탁인데 네 명예를 위해서라도 그 자식을 가까이하지 말아줘
이브: 뻔뻔한 자식답게 주변엔 비슷한 부류의 못된 놈들만 있으니까…
이브: 진흙탕을 치우고 깨끗한 물을 채우기란 쉽지 않거든
이브: 하지만 진흙으로 깨끗한 연못을 더럽히는 건 아주 손쉬운 일이지
페이몬: 태엽 장치가 엄청 많네…. 조심히 해치우자
이브: 부탁한 물건들은 건져냈어?
로이알트: 미끼가 다 떨어졌네. 어떻게 된 일이지…
로이알트: 오, 여긴 웬일이야? 이런 곳에서 다 만나네
로이알트: 낚시라는 건 말이야, 낚으려는 자가 물고기가 있는 곳을 찾아가야 하는 법이거든. 낚시 친구들과 장비를 등에 지고 산 넘고 고개를 건너는 것도 큰 재미야! 하하하!
페이몬: 하지만 멀리 가다가 낚시 장비가 망가지기라도 하면 어떡해…
로이알트: 좋은 지적이야. 안 그래도 지금 그 문제를 고민하고 있었어
로이알트: 자주 있는 일이야. 벌써 전부 다 수리했지. 이제 남은 문제는 하나, 적당한 낚시용 미끼를 못 찾겠다는 거야
페이몬: 엥, 땅에 기어다니는 벌레 몇 마리 주워서 쓰면 안 돼?
로이알트: 무슨 그런 소리를. 물고기들 입맛이 얼마나 까다로운데. 인간의 손이 닿은 그런 벌레들을 순순히 먹을 리가 없어
로이알트: 하지만 여기서 다른 미끼를 만들 방법도 없긴 해…
로이알트: 여행자, 괜찮다면 나 대신 마을에 가서 미끼를 좀 가져와 주면 안 될까?
로이알트: 하하하, 모험가 규칙에 따라 수고비는 넉넉하게 챙겨줄 테니까 그건 걱정하지 마
로이알트: 부시코한테 미리 결제한 게 좀 있거든. 가서 나 대신 미끼를 가지러 왔다고 하면 줄 거야
부시코: 안녕, 뭐 필요한 거 있어?
부시코: 또 왜 그런 험한 곳까지 낚시를 하러 갔대. 내가 위험하다고 몇 번이나 말했는데 말이야
부시코: 혹시라도 잘못되면 도와줄 사람도 없을 텐데, 하지만 내 말을 듣질 않아…
부시코: 한번 당해봐야 정신 차리지…
부시코: 여기, 낚시용 미끼야. 간 김에 로이알트에게 조심하라고도 전해줘
부시코: 정 안되면 다음 낚시 때는 몇 명 데리고 같이 가라고 야단 좀 쳐야겠어…
로이알트: 낚시용 미끼는 가지고 왔어? 정말 다행이다. 이제 낚시를 계속할 수 있겠어…
로이알트: 하하하, 그 자식 아직도 날 걱정하고 있다니. 그 정도쯤은 나도 잘 알고 있다고
로이알트: 낚시할 때 사람을 모아서 같이 간다라… 같이 낚시하던 친구들은 가정을 꾸리거나 사는 게 바빠져서 자연스럽게 멀어졌어
로이알트: 모르는 사람이랑 낚시하는 걸 그렇게 좋아하지 않아서 혼자 다니는 거야
로이알트: 잠깐, 내가… 윤에게 같이 낚시하러 가자고 제안하는 건 어떨까? 그 친구도 힐링이 필요할 때가 되긴 했는데
로이알트: 여기 수고비야. 도와줘서 정말 고마워
로이알트: 그래… 그것도 괜찮겠어. 내일 출근할 때 가서 윤의 의견을 물어봐야겠다
로이알트: 윤이 온다고 하면 낚시 장비도 더 많이 챙길 수 있을 거고, 더 멀리 가서 더 괜찮은 낚시 명당을 찾을지도 몰라…
로이알트: 좋은 날씨, 훌륭한 낚시 포인트, 탱탱 물범도 없고, 기자도 없어… 최고야!
로이알트: 여러 가지로 기분이 참 좋네. 너까지 만나서 기분이 더 좋아졌어! 하하하!
페이몬: 좋은 일 있어? 아니면 재밌는 일?
로이알트: 둘 다 아니야. 아무 일도 없어! 하루하루가 조용하고 평화로워
로이알트: 기자도 없고, 공지도 없고, 헛소리하는 사람도 없고, 명세서나 서류를 잃어버리는 사람도 없어
로이알트: 모든 일이 질서대로 완벽하게 돌아가고 있어. 아무런 문제 없이…
페이몬: 저… 움직이지 마! 절대로 움직이면 안 돼!
로이알트: 응? 갑자기 무슨…
로이알트: 너희 대체 왜 그러는 거야? 설마 탱탱 물범이 다시 돌아온 건가? 하하하, 내가 이미 살펴봤는데 그놈들은…
로이알트: 으악! 슬라임이다! 어디서 왔길래 이렇게나 많아! 사람 살려! 살려줘!
페이몬: 그러니까 움직이지 말라고 했잖아!
로이알트: 사람 살려!
페이몬: 으악! 이 물 슬라임들은 어디서 튀어나온 거야? 빨리 해치워 버리자!
로이알트: 전에 했던 말은 취소야. 오늘은 모든 일이 완벽한 질서에 의해 움직이는 것 같지 않거든…
로이알트: 하하, 내가 이래서 널 좋아한다니까. 네 말대로라면 슬라임들에게 오늘은 운이 좋은 날이네. 난 그들의 아름다운 삶에서 하나의 주석일 뿐이고
로이알트: 모두가 바라는 아름다운 삶이란… 완전히 똑같지도, 완전히 독립적이지도 않은 것 같아
로이알트: 이상하네… 방금 잠깐 고생했다고 허리를 다쳤나 봐. 어서 마을로 돌아가야겠는걸… 아야…
로이알트: 여기 수고비야. 고마워, 여행자. 난… 아이고… 너무 아프다…